동학군 지도자 유골 발견 계기로 작품 구상 
동학혁명의 역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제시
  
“늦게 등단해 더 왕성한 집필 활동 집중”
『버니입 호주원정대』 
『대장간 소녀와 수상한 추격자들』 앞서 출간 

NSW 센트럴코스트에 거주하는 이마리 작가는 번역소설가로 활동 중 <2013년 한우리 문학상> 대상을 받으면서 늦깎이로 문단에 등단했다. 
최근 한국에서 ‘동학 소년과 녹두꽃’을 출간했다. 다음 이 작가와 일문일답.

Q. 이번 신간 집필 계기가 진도에서 일본으로 반출된 숨진 동학군 지도자 유골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하는데 배경 설명을 부탁드린다
“사실 동학 이야기를 쓰려고 수개월 동안 책을 읽고 자료조사를 하던 중 우연히 이 유골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어요. 진도의 황량한 갯벌 속에 방치되어 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간 임자 없는 유골을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지며 아려왔어요. 코로나가 아니라면 당장 한국으로 달려가 위로해 주고 싶었지요. 아마 그랬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동학이야기가 탄생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유골의 한을 풀어주어야겠다는 강한 신념으로 작품 구상을 시작했고, 100여 년 이상 가해국 일본에서 떠돌던 그 유골에서 어린 동학 소년 ‘춘석’을 탄생시키게 되었어요. ‘춘석’은 현재 연재 중인 청소년 역사소설 동학혁명의 전신인 『대장간 소녀와 수상한 추격자』에서 소녀 홍의 남자친구였지요.” 

Q. 이 소설은 조금은 독특한 '너'라는 2인칭 시점으로 구성됐다. 
“사실 청소년들이나 어른이나 역사소설에 흥미를 가지는 것이 쉽지 않아요. 지금까지 조선의 일본 식민지 전락, 당파싸움 등의 역사를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거죠. 그래서 역사소설의 틀을 바꿔보려는 제 나름의 실험적인 시도였죠. 또 다른 이유라면 스토리가 유골의 넋두리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그 유골이 1인칭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지 않아 많이 고민했어요. 주인공을 2인칭 ‘너’가 되어 서술해보니 오히려 전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작가인 저 자신도 냉철하게 작품을 써나갈 수 있었어요. 이 실험적인 시도가 성공적일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놓기로 했습니다. 이미 쏘아놓은 화살이니까요.”

Q. 이마리 작가는 역사와 어린이 그리고 차별 없는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스토리를 많이 다룬다. 글 소재 중 역사와 소설을 접목한 이유는?
“첫 번째 역사소설 <대장간 소녀와 수상한 추격자들>은 우연히 남원에 여자 대장장이가 있다는 기사를 보고, 남녀 차별을 뛰어넘어 남자의 일을 하는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되었죠. 방문하고 보니 그분은 칼을 만드는 중년 여성분이셨어요. 재차 그곳 대장간을 방문하며 광한루 근처를 배경으로 신분 차별이 심했던 조선시대를 ‘칼’이라는 소재와 함께 녹여 써나갔어요. 출판사에서는 그 작품을 보자마자 채택했고 역사서를 계속해서 써달라는 요청을 보내왔지요.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 동학 이야기를 풀어냈고, 다음 작품을 구상하는 중에 있습니다. 다음 작품이 어디로 어떤 인물로 설정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구상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사회의 차별과 어둠에 항거하느라 희생된 젊은이들을 추적하게 되는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역사와 힐링이 조화를 이루는 소설로, 책을 읽다 보면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게 되면서 울림을 느낀다. 이런 묵직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와 메시지인가?
“저는 요즘 한국이 문화적 융성기에 도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방탄소년단(BTS)도 하마터면 우리가 잃어버릴 뻔했던 아름다운 한국어로 노래를 하지요. 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한글로 글을 쓰고 있어요. 저는 글을 쓰면서 한글로 글을 쓸 수 있음에 요즘처럼 감사하고 기분 좋은 적이 없습니다. 한글로 글을 쓰면서 자연히 역사를 생각하게 되고, 아픈 역사 또한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힐링을 주는 게 사실이니까요. 꼭 의도된 것은 아니나 밝혀지지 않은 우리의 문화를 찾아 역사여행을 떠나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Q. 늦게 문단에 데뷔했지만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글을 지속적으로 쓰는 원동력이 있다면?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지요. 늦깎이 작가로 등단해 열기가 아직 식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고요. (웃음) 아마 한국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은 우리의 것이 무궁무진하게 많을 것 같아서입니다. 

또 다른 원동력이 있다면, 저의 첫 작품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으셨던 애독자,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닐까해요. 어린 모험가처럼 호기심 많으셨던 열정적인 아버지는 첫 작품 <버니입 호주원정대> 속편은 언제 나오느냐며 기다리시곤 했어요. 언젠가는 그 속편을 써서 아버지께 드리고 싶다는 작은 꿈을 꿉니다. 그러려면 지금 쓰는 역사서를 마무리해야해서 마음이 급하네요. 아버지,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써서 보여드릴게요!”

Q. 독자들이 『동학 소년과 녹두꽃』에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하며 읽어야 할지 포인트를 알려준다면.. 
“과거의 젊은이들에게 자신을 투영하여 함께 동학 시대로 들어가 보세요. 그들과 함께 가난과 외세의 침략 앞에서 고뇌하고 항거하는 사이에 꿈틀거리는 정의와 생의 힘찬 욕망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전쟁에서 패배하긴 했으나 어떠한 정신적인 지주가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을까를 찾아내어 보세요. 과거의 그 정신은 현재를 이루고 있고, 우리의 미래까지 끌고 갈 것입니다.” 

Q. 작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한마디(조언) 전한다면.. 
“많이 읽으세요 그리고 남과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보세요. 그러면 창조를 할 수 있는 안목이 생깁니다. 글쓰기도 분명 음악이나 미술처럼 예술의 한 분야인 이유는 이들 모두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는 의미에서 일맥 상통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글쓰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구상이 되는 거지요.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쓰세요. 글쓰기는 정신만으로는 되지 않으며, 육체의 근육이 자동적으로 정신에 따라 움직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새로운 나만의 아이디어로 끊임없이 쓰는 사이에 여러분은 이미 작가가 되어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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