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회복 치료 프로그램을 받은 이 여사가 한인 액티비티 그룹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암을 비롯한 갖가지 질병이나 여러 사고 등은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이민자들의 경우 호주의 복지 시스템에 익숙지 않아 어려운 일을 당하면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거기에 언어 문제까지 겹쳐 더 어려움을 겪는다. 본 칼럼에서는 뜻하지 않게 만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문 복지기관의 도움으로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 그리고 사랑으로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호주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더 나아가 호주 사회로의 융합을 위한 길잡이가 되고자 하는 뜻에서 마련되었다 (편집자 주).

인생은 늘 우리의 계획대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어쩌면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하는 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에게는 기쁨과 웃음의 시간이 있는가 하면 슬픔과 고통의 시간도 있다. 특히 고통의 시간에 직면했을 때, 어떤 이들은 이것을 피해 도망치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자신감을 잃지않고 묵묵히 앞에 놓인 삶을 지속하기도 한다.

2019년 초 카스는 정부로부터 ‘단기회복 치료 프로그램(Short-Term Restorative Care program, 이하  STRC프로그램)’ 서비스 제공 기관으로 승인받았다. 단기 회복 치료 프로그램이란 병원 입원 환자가 퇴원 후 회복을 위해  8주 동안 집에서 집중 케어를 받을 수 있는 정부 심사 프로그램으로 샤워, 청소, 교통,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굴곡진 삶의 고난 속에서도 STRC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을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용기를 잃지 않고 삶의 기쁨을 회복하게 된 한 고객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다. 

한국에서 평범한 직장 여성으로 살아가던 이 여사는 80년대에 남편과 함께 어린 딸을 데리고 호주에 이민을 왔다. 사랑하는 가족과 고향을 떠나 이국 땅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호주에서의 행복한 삶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컸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기대했던 새로운 나라에서의 안정된 삶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민온 지 얼마 되지않은 어느 날, 건강하던 남편이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남편의 지병으로 평화롭던 가정은 하루 아침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남편은 스물 네시간 거의 모든 것을 이 여사와 딸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로부터 20여 년 동안이나 이 여사는 그런 남편을 헌신적으로 돌보았다.

무엇보다 갑자기 닥친 불행 앞에서 이 여사는 원망과 후회보다는 당면한 현실을 받아들였다. 정원에서 채소를 키우는 일에 재미를 붙이거나 일요일마다 교회 예배에 참석하며 열심히 사람들과 교제하는 등 어려운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해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가드닝은 그녀에게 큰 즐거움이었으며 위로가 되었다. 이 여사의 유난히 깔끔한 성격으로 정원은 잡초 하나 없이 늘 잘 관리되었다.

그러던 2018년,이 여사에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정원 일을 하던 중 뒷 마당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왼쪽 엉덩이 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한 것이다. 한 달 동안의 입원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삶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더 이상 몸의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이 여사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거의 없게 된 것이다. 이전의 그녀 성격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저 베란다에 앉아 정원에서 시들어가는 꽃과 채소들, 하루가 다르게 무섭게 커 나가는 잡초를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런 자신의 처지가 믿을 수 없었기에 낙심한 그녀는 점점 외부와의 교류를 끊었고 집에서 홀로 외롭게 지내게 되었다. 점차 자신의 삶이 가치가 없다고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이 여사의 처지가 주변에 알려지면서 지인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도움과 지원이 이뤄졌고 운이 좋게도 2019년 초 카스가 정부로부터 단기회복 치료 프로그램 제공 기관으로 마침 승인받은 시점에 카스 직원들을 통해 이 여사에게 STRC 프로그램을 추천할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그녀는 정부로부터 단기회복 치료와 홈 에이징 서비스(Home Ageing service) 승인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STRC와 홈 에이징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되는 물리 치료와 청소 등 일상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받으면서 이 여사의 건강 상태는 놀랍도록 호전되었다. 특히 재활 프로그램에서 제공한 미술 치료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게 된 것은 실의에 빠져있던 그녀에게 매우 큰 힘과 용기, 위로가 되었다.

8 주간의 STRC서비스를 다 받은 후 이 여사는 한인 그룹 활동에도 참여하면서 사람들과의 교류를 늘리고 건강도 회복될 수 있었다. 카스 직원들 역시 변화되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 

이제 이 여사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300미터 정도를 걸을 수 있다. 또 구부러진 등도 조금씩 서서히 호전되고 있다. 무엇보다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려는 동기와 자신감을 되찾으면서 그동안 참여하지 못했던 교회 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등 사회 활동에도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

단기 회복 치료는 이 여사의 삶에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어 준 정말 고마운 은인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방문이 어렵게 되자 이 여사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근황을 전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자신의 육체적 한계가 갖는 구속에 갇히기보다는 처한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가운데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의 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길고 외롭고 어두운 터널의 끝에는 항상 빛이 있다. 한인 커뮤니티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2년 동안 카스는 한국 커뮤니티의 수요에 맞는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오고 있다. 우리는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시련을 피할 수는 없어도 사회가 제공하는 유익한 프로그램과 서로 간의 도움을 통해 이 도전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다.

- 문의 및 상담: 9718 835(노인복지 전용 한국어 라인) 
- 기사 제공 +카스 로고: 카스(CASS)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