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행로에서 탄생의 기쁨이 있는가하면 죽음의 슬픔도 피할 길이 없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그 생명 속에 사망이라는 씨앗을 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폭풍이 전 지구를 강타하고 있을 때 청정 지역임을 은근히 자랑 하던 시드니도 록다운(lockdown)이라는 최강의 봉쇄 조치가 8월 말까지 다시 연장된 가운데 7월 24일 2020 도쿄올림픽이 꿈속에서 펼쳐지는 유령 올림픽처럼 1년 후 개막되었다. 이날 최종 올림픽 봉송 주자가 일본계 테니스 스타(나오미 오사카)가 성화대에 불을 붙여 눈길을 모았다.

시드니에서는 호주 한인사회 초창기에  코리안 커뮤니티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일익을 담당했던 조기성 전 시드니 한인회장의 부음(訃音)이 전해졌다.

필자는 30여년 전 이민 와서 최초로 고인과 함께 일을 한 인연이  있다. 그 당시 시드니 동포사회는 캠시(Campsie)를 중심으로 캔터베리 카운슬 관내에 많은 동포들이 옹기종기 모여 상업 활동을 하면서 살고 있었다.

마치 고국의 지방 읍내를 닮은 정서가 한인들 사이에 퍼져 있어 정감이 흐르던 그런 시절이었다.

조 전 회장은 여행사(대한관광여행사), 무역업, 서비스업, 한글 도서 수입과 동포 신문 ‘대한신보"를 운영했다. 필자는 대한신보 편집인으로 일하면서 고인을 통해 호주 동포 사회의 실태와 정보를 알게 되었다.

고인은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스마일 젠틀맨(smile gentleman) 사업가였다. 그를 보면 스마일은 다른 사람들이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는 향수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직원을 채용할 때 한결 같고 부지런한 사람, 함께 하는 직원을 선발하자는데 공감했다.

고인은 서울대 졸업 후 (주)대우 호주지사장으로 근무했고 공군 장교 출신이었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호주 사업가와 상담하는 현장을 자주 목격했다. 이런 상담에서 그의 멋진 옷차림처럼 리드미칼하게 액센트를 구사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드니의 코로나 록다운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들도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쓸쓸한 작별이었다고 한다. 고인의 명복을 지상으로 기원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최상의 죽음이란 미리 예기치 않았던 죽음이라고 하지만 유족에게는 크나큰 슬픔을 안겨주게 된다.

죽음을 이루는 단어는 다양하다. 사망, 별세, 타계, 서거, 영면, 작고, 소천(기독교), 선종(천주교),  입적(불교) 등..
한국에서는 신분에 따라 죽음을 인용하는 단어가 다르다고 한다
일반인들의 <사망>으로부터 대통령 <서거>에 이르기까지 호칭이 변한다.

죽은 사람이 자신의 비석을 보지 못 하듯이 호칭을 어찌 알 것인가? 심지어 서울 삼성병원 영안실에는 수의(壽衣) 한 벌에 1천만원에 이른다는 소문이 있어 우울하다.

‘모멘토 모리!(momento mori: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경구가 있다. 옛 로마에서 원정을 나가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 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한다. ‘교만하지 말라’는 경고였으리라. 동양의 공자도 죽음에 대한 제자의 물음에 "아직 삶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는데 죽음을 어찌 알랴?"고 말했다.

죽음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으니 헛된 기대를 버리라는 어느 철학자의 충고가 생각난다.

요즘 우리는 코로나 봉쇄령으로 외출을 못 하고 있다. 이렇게 장기간 집에만 있으면 신체 기능 저하, 기억력 집중력 등 뇌 기능이 저하되는 ‘팬데믹 브레인(머리 속이 멍한 느낌)’ 증상을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들린다.

이에 대해 영국 가디언 신문은 "이는 마치 지하벙커에 오래 갇혀 있다가 풀려난 납치 생존자의 두뇌와 닮아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 땀 흘려 운동하기(치매 예방)
# 음악 듣기, 노래 부르기(행복 호르몬이라는 옥시토신 수치 증가 )
# 명상(뇌 인지 능력 향상)
# 만날 수는 없어도 항상 곁에 있는 것처럼 친구 생각하기(정서 기능 향상)

  
호주에 전해 내려오는 작자 미상의 ‘장례에 부치는 시’를 독자와 유가족에게 전한다.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I am not there
I am not sleep

I am thousand of winds that blow
I am the diamond glint in the snow

I am the sunlight ripen grain
I am the gentle autumn rain
I did not die .

I am not there
I did not die.

"내 무덤에 서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어요.
나는 자고 있지 않아요.

나는 불어오는 바람이오
나는 눈 속에 빛나는 다이아몬드

나는 황금 들판에 빛 추는 햇살
나는 소슬하게 내리는 가을비

나는 거기 없어요.
나는 죽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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