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서울국제아트페어(SIAF 2021) 참가 
8월 하남, 9월 서울 인사이트센서 개인전 28점 전시

호주 풍경을 생동감, 입체감 돋보이는 표현기법으로 전달 
“지독한 향수병도 작품 소재”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장수희 작자가 지난 6월 24-27일 코엑스에서 열린 ‘2021 서울국제아트페어(SIAF 2021)’에 참가했다. 호주의 국경 봉쇄로 인적 왕래가 어려운 시기이지만 호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국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용기를 내 28개 작품을 한국으로 운반했다. 코엑스에서 ‘풍경’을 주제로 한 작품 위주로 전시했다. 코엑스 전시회에 이어 2차례의 개인전을 갖는 장수희 작가를 인터뷰했다. 장 작가는 브리즈번에서 10년동안 ‘퍼플피쉬 아트스쿨’ 원장을 맡고 있다 

Q. 장수희 작가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입체감’의 표현이 돋보입니다. 

“입체감이 주는 매력은 ‘살아 숨 쉬는 듯한 생동감’이 아닐까요? 제가 가장 처음으로 입체감을 표현하게 된 것은 호주의 나무 중 하나인 ‘검트리(gum tree)’를 접했을 때입니다. 검트리 껍질을 만져보고 유심히 살펴보다 보면 생명력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어요. 죽은 나무껍질이 주는 ‘생동감’에 매료되었던 것 같아요. 검트리 나무를 활용한 첫 작품은 <눈이 녹아(stushily)> 라는 제목의 작품입니다. 큰 사슴이 상징적인 작품인데, 검트리와 사슴뿔의 질감이 거의 흡사해요. 그리고 나무 껍질은 떨어져도 또다시 껍질이 자라나잖아요. 사슴의 뿔도 부러지더라도 다시 자라나는 것들이 의미가 서로 소통되면서 탄생한 작품입니다. “

Q. 또 한 가지 특징은 ‘살아 숨 쉬는 듯한 자연’에 포커스를 맞춘 것같습니다. 

 “잊지 못할 계기가 되는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호주에도 매년 기둥이 큰 나무들이 쓰러질 정도로 큰 사이클론이 불 때가 있지요.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아이들과 함께 공원에 갔더니 커다란 나무의 껍질이 모두 벗겨져서 하얗게 된 채로 쓰러져 있고, 주변으로 나무껍질들이 수북하게 쌓인 모습을 봤어요. 그 장면을 마주하곤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어요. 마치 내가 옷을 다 벗고 있는 것을 마주한 감정이 들었어요. 호주에서 삶의 터를 잡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고, 이 나라에서도 저 나라에서도 마음 둘 곳 없이 살아가는 제 모습을 보게 됐어요. 그리고 그 순간 바람을 맞고 흩어져있는 나무껍질들로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강렬한 기분이 저를 사로잡았어요. ‘좌절하지 않기 위해서 나에게 주는 선물을 만들자.’ 나무 껍질들을 주워서 정성스럽게 말리고, 약품 처리를 하고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나무 껍질들에게 숲도 만들어 주고,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단순한 작품이 아니라 나에게도 ‘장수희의 풍경’을 만들어주고 싶었고, 그것들이 생동감 넘치는 자연을 표현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Q. 작품 해설에서 ‘향수병’에 대한 언급을 많이 했는데 한국이 가장 그리울 때는 언제인가요?

“저는 호주에서 생활한 지 17년차입니다. 가장 보편적인 대답은 ‘가족’이 그리울 때가 아닐까요? 그 이유는 너무 당연하니까 0순위로 두고, 1순위를 꼽아보자면 ‘호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볼 때’라고 대답하고 싶어요. 제가 살고 있는 ‘브리즈번’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에요.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와 푸르른 하늘이 사계절 내내 펼쳐지는데, 그런 풍경을 볼 때 ‘한국의 겨울’이 생각나고 향수병을 불러일으킵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  한국의 눈이 미치도록 그리워요. 단순히 ‘겨울’이라는 계절의 의미보다는 호주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한국의 겨울 그 속에는 가족도 있고, 내가 살아온 한국의 모든 정서와 기억, 추억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죠. 늘 호주의 여름 속에서 살아가지만 한국의 겨울을 그리워해요. 하지만 그 ‘향수병’이 저에게는 좋은 영감이 되어준답니다.”

Q. 코엑스 전시 후 ‘큰 나무 갤러리’에서 1달 동안 개인전이 예정됐다고 들었습니다. 

“코엑스 전시를 하면서 많은 관객분들이 오셨어요. 관객 중 한 분이 제 그림을 정말 좋아해 주시고 감탄해 주셨어요. 작가로서는 관객의 그런 반응은 무척 행복한 일이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명함을 주시면서 ‘본인의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작품을 가지고 갤러리에서 보자’고 제안을 하셨어요. 갤러리에서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어요. “한국까지 와서 전시를 하는 목적이 무엇이냐?”라고 물어보셔서 “그림을 보러 오시는 관객분들과 다양한 소통을 하고싶다”라고 대답을 했어요. 그랬더니 관장님께서 본인의 갤러리에서 마음껏 소통하고, 전시를 하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개인전이 열리게 된 것이죠. 예술에 대한 굉장한 열정이 있으시고, 젊은 작가들은 키워야 한다는 마음을 품고 계신 관장님을 영화처럼 만나서 전시를 하게 되었어요. 하남시에 있는 ‘우주 베이커리 카페’ 건물이 있어요. 3, 4층이 큰나무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어요.  8월 한 달 동안 방문해보시면 맛있는 빵과 호주의 아름답고 예쁜 풍경, 그림들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Q. 올해로 브리즈번에서 운영하는 ‘퍼플피쉬 아트스쿨’ 10주년을 맞는다. 2021년이 장수희 작가에게 의미가 남다른 한 해가 아닐까합니다.

“아트스쿨을 열게 된 이유는 저희 아이 때문이었어요. 또래에 비해서 말이 느렸던 아이에게 미술이라는 영역을 통해서 좋은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아직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미술활동’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을 해요. 그렇게 아이들을 위해서 시작했던 아트스쿨에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게 됐고, 규모가 커지게 되었어요.  10주년을 맞이하고 그간의 시간들을 돌아보니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아이들이 소통하고 힐링하기를 원했던 처음의 마음을 다잡고 한국에서의 전시가 끝나고 호주로 돌아가면 더욱 그런 시간들을 갖고 싶어요.”

Q. 향후 계획은? 

“제가 호주에서 17 년을 살았지만 아직 여행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요.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흘렀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작품은 아이들과 호주를 여행하면서 호주의 풍경을 담아내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어요. ‘그림으로 그리는 수필’같은 것이에요. 수필처럼 호주의 자연을 보면서 아이들과 자연과 이야기하고 싶어요. 벌써 제목도 정했어요 ‘인터뷰’. 바다, 하늘 호주의 광활한 자연을 바라보며 많이 대화하고 싶고 사람과의 대화를 넘어서서 자연과의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는 모든 것들을 작품으로 담아내고 싶어요.”

Q. 관객들이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하면 좋을지 알려준다면?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그림을 봐주시면 좋겠어요. 머리로 그림을 보면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보다는 마음으로 그림을 느끼고 마음으로 담아내고 이해해 주시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하남 개인전 후 서울 인사이트센터에서 9월 1-6일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장수희 작가는 록다운이 반복되는 어려운 시기에 관객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통해 질긴 생명력을 발견하기를 기대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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