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C 스페셜 시리즈
<연재 순서>
1. Trial 내신과 모의고사
2. HSC 과목 선택
3. ATAR 및 대입

“그래서, 어느 과목이 제일 상향조절 잘되는 과목이에요? 저희는 그것을 알고 싶어요!”

NSW에서는 10월 중순이면 매년 7만여 명의 12학년생들이 700여 개의 학교에서 100가지가 넘는 선택과목에 대한 HSC 필기시험을 치르게 된다. 올해는 결국 코로나 사태로 인해 HSC 시험도 11월 9 일 시작하기로 연기됐다. 결과도 원래 12월이었지만 이번엔 내년 1월 발표로 미루어졌다. 이에 따른 대입 발표도 늦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시험이 4주간에 걸쳐 시행되고 채점 기간도 있어야 하며, 이번 시리즈에서 다루는 스케일링 (Scaling)을 하는 시간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 ATAR 계산법에 대해 글이 나간 뒤, 여러 독자로부터 문의를 받았다. 마지막 시험에 잘한 학생의 점수가 다른 학생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이 보여, 본고사 시험을 잘 친 학생이 손해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느낌상의 오해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되는 것 같다. 본고사를 잘 친 학생은 그 점수를 본인이 잃어버리면서 다른 학생의 내신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본인 점수는 본인이 가져가고, 학교 내신 성적을 다른 학교와 비교할 기준을 잡기 위해서 전교생의 본고사 시험점수를 합할 때에 쓰이고, 그 합한 학교 총합 점수를 내신 등차에 따라 공평하게 분배하는 데에 쓰이는 것이므로 손해를 본다고까지는 생각할 수 없다.

본고사같이 한 번의 큰 시험은 어떤 학생들에게는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본인의 실력을 못 발휘할 경우도 있다. 현실적으로, 큰 시험이라 긴장해서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상황이든 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실력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HSC 시스템 자체의 성격을 이해해 보려 한다면, 100개가 넘는 선택 과목이 있다는 것 자체부터 개인의 특성을 존중한다. 특별히 수리 능력이 비상하지 않더라도 11, 12 학년 기간 본인이 선택한 과목에 충분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면 기회가 있다. 누구나 본인의 능력과 적성 안에서 열심히만 노력한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그러므로, 꾸준히 평가된 내신성적이 50%를 차지하고, 본고사에 혹시나 시험을 망치더라도 내신성적에는 큰 영향이 오지 않도록 해주는 안전장치인 것이다.

다음의 세 가지 문제 중 지난주에 설명한 계산 방식으로 내신 평가 점수계산에 알아보았으며, 이번 주에는 둘째, 셋째 문제에 대해 알아보겠다.

첫째, 700여 개의 학교마다 내신 평가 기준이 다를 수 있다.
둘째, 100여 개의 과목의 매년 필기시험 난이도와 학생의 수준이 다를 수 있다.
셋째, 100여 개의 과목과 과목 사이의 난이도가 다를 수 있다.

둘째 문제는, 사실 첫째 계산법과 동시에 이루어진다. 이것은 과목마다 본고사 시험 점수를 매기면서 채점관들이 모여 전체적으로 그 과목의 점수가 다른 해의 해당과목 점수에 비교해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약간의 조절을 한다. 예를 들어, 작년 화학시험의 90점이 올해 화학시험 90점과 수준이 똑같다고 할 수 없다. 이것을 똑같이 여겨버리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되냐면, 올해 비교적 본고사가 공교롭게도 쉽게 나온 과목들만 고른 학생들이 행운으로 부당한 이익을 보게 되고, 불행히 올해 비교적 난이도가 작년보다 어렵게 나온 과목만 고른 아이들은 전체적으로 점수가 다 낮아지는 손해가 있게 된다. 매년 시험문제가 다르고, 학생의 수준도 다르므로 진정한 화학 실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 기준은 각 과목 전문가 교사들이 모여 약간씩 과목의 점수를 조절하게 된다. 사실 이 단계는 대부분의 학생이나 학부모가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는 문제이므로 그냥 참고만 하면 될 것 같다.

이렇게 여기까지의 계산과 조절은 NESA (NSW Education Standards Authority) 라는 평가기준관리기관에서 한다. 고등학교 졸업까지만 여기에서 관리한다고 볼 수 있다. HSC 졸업장과, 학생마다 각 이수 과목에 대한 성적표도 여기서 발행한다. 그리고, 이 점수들을 스케일링(Scaling)이라는 마지막 조절을 거친 뒤, ATAR 라는 등수로 바꾸어 순서대로 대학에 입학시키는 일은 UAC (Universities Admissions Centre)라는 기관에서 하게 된다.

UAC 에서 위에 제시했던 세번째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7만 명이 100여 개의 과목 중 각각 다른 과목 10 Unit을 (보통 4~6개의 과목) 이수했을 것인데, 이 과목들의 점수와 난이도 차이를 어떻게 분별하여 공평하게 계산하여 각 학생에게 전체 등수를 줄 것이냐는 문제이다. 

사실 제일 정확한 방법은 모든 학생에게 100여 개의 과목 시험을 다 보게 한 다음 총 점수를 봐서 등수를 가리는 방법이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러므로 있는 데이터로 가장 형평성 있는 비교를 해야 한다. 과목과 과목 사이의 난이도 차이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NESA 에서 과목마다 산출된 점수가 조절된다. 이 단계를 스케일링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비교적 어려운 과목의 90점이 97점으로 오르고, 비교적 쉬운 과목의 90점이 80점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이렇게 조절된 점수를 합산하여 등수를 매겨 산출해 내는 숫자가 ATAR 인 것이다.

조금 복잡할 수도 있어서 과목끼리의 비교 방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예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지금 UAC 기관이라고 생각하고, HSC 가상의 과목, ‘바둑’과 ‘장기’라는 두 과목의 난이도를 비교하려 한다고 생각해보자. 둘 중 무엇이 더 ‘어려운’ 과목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바둑의 90점이 장기의 90점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어려워 보이지만 굳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방법이 있기는 있다. 바둑에 90점 받은 모든 학생이 다른 과목들에서 어떤 성적을 받았는지를 보고, 장기에 90점 받은 모든 학생이 다른 과목들에서 어떤 성적을 받았는지를 보고 판단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바둑에 90점 받은 학생들은 다른 과목들은 거의 95점 이상을 받았고, 장기에 90점 받은 학생들은 다른 과목들에서는 주로 70점대로 받았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장기라는 과목은 전체적으로 다른 과목 70점대 수준의 학생들이 90점까지 받기가 가능한 비교적 ‘쉬운’ 과목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과목에서 95점 이상을 받는 학생들도 바둑에서는 90점을 겨우 받았다는 상황으로 봐서 바둑은 비교적 ‘어려운’ 과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논리를 토대로 전체 입시생의 타 과목 성적을 비교하여 각 과목의 난이도의 차이를 결정하고 점수를 조절하게 된다. 바둑은 상향 조절될 가능성이 높고, 장기는 하향 조절될 것이다. 이런 계산법들은 필자의 견해로는 무척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입장은 다르다. 시종일관, “그래서, 어느 과목이 제일 상향조절 잘되는 과목이에요? 저희는 그것이 알고 싶어요!”일 수도 있다. 
사실 어느 정도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과목은 거의 정해져 있기는 하다. 아래 도표에 2020년도 각 ATAR 그룹별로 선호과목들이 나와 있듯이 정말 공부를 잘하고 과목들이 적성에 맞는다면 이런 과목들을 따라가면 되긴 하다. 하지만 하기 싫고 본인 수준보다 높은 과목과 2년간 씨름을 하다 보면 어떤 결과가 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목 선택 때 부모와의 갈등과 본인의 한계를 맛보며 아예 모든 공부를 포기해 버리는 학생도 종종 보았으므로, 각 가정에서 학생의 의사와 장점을 최대한 존중하고 맞추어 결정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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