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국민당 달래려 국익, 평판 저버려” 비난
그린피스 “의도적 기후방해 수치스럽다” 질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왼쪽)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호주가 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기후 대응 규정을 완화하자고 압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스카이뉴스는 8일 영국의 정부 고위관계자의 이메일을 인용해 “호주와 영국이 체결한 FTA 협정문에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이하 파리기후협약)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됐지만 온도에 대한 목표는 빠졌다”고 보도했다.
 
파리기후협약에서 한 약속을 위반하면 거래 정지를 발동하는 영국-EU FTA와 대조적이다. 이 협약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이미 ‘2050년 넷제로’를 선언한 영국은 호주 정부도 이를 채택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모리슨 총리는 9일 “호주 정부가 FTA 협정문에 파리기후협약이 내 건 구체적인 수치를 포함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확인하면서 "FTA는 기후협정이 아니라 무역협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부가 파리기후협약을 충실하게 지킬 것이지만 호주의 미래에 중요한 광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6일 열린 ANU(호주국립대학)의 크러포드 리더십 포럼에서 키스 피트(Keith Pitt) 연방 자원장관은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석탄 사용을 멈춰야 한다는 유엔의 주장에 대해 호주의 화력 발전과 석탄 수출 의존 정책을 옹호하면서 “유엔이 번지수를 잘 못 찾았다”고 비아냥댔다.
 
이와 관련, 야당(노동당)은 스콧 모리슨 총리가 연정 파트너인 국민당을 달래려고 "호주의 국익과 평판을 버리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크리스 보웬(Chris Bowen) 야당 기후변화 및 에너지 담당 대변인은 “언론에 유출된 이메일 내용이 바로 기후행동에 대한 모리슨 총리의 입장이다. 이는 바나비 조이스 부총리를 필두로한 국민당의 기후회의론자 무리를 달래기 위해 모리슨 총리가 호주의 국익과 평판을 기꺼이 버리고 있는 증거"라고 직격했다. 그는 이어 “모리슨은 전임자(토니 애봇 전 총리)가 서명한 파리기후협정을 충족하지 않으려고 외교 자본(diplomatic capital)을 거래하느라 바빴다"라고 비꼬았다.
 
아담 밴트 녹색당 대표도 "기후 목표를 포함하면 FTA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것은 자유-국민 연립당 의원들의 화석연료 기부자들을 달래기 위해서 얼마나 멀리까지 기꺼이 가는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호주 그린피스의 데이비드 리터(David Ritter) 대표는 "호주가 이런 식으로 세계 파리 기후 목표를 적극적으로 훼손하는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며 의도적인 기후 방해"라고 질타했다.
 
반면 댄 테한 연방 통상장관은 브리즈번 라디오 4BC와 대담에서 "(이 협정은) 우리가 서명한 파리기후협정을 인식하고 있고 우리는 이 협정의 목표를 충족할 것이며 철저히 이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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