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은 신년이 시작되고 대속죄일이 지나면 곧장 초막절을 맞이한다. 새해가 되자마자 세 가지(로쉬 하샤나, 대속죄일, 초막절) 절기가 연이어 진행되는 셈이다. 우리가 이번 주 추석을 보내 듯 유대인들은 지금 초막절을 지낸다. 초막절(장막절)은 유월절, 오순절과 더불어 유대인의 3대 절기 중 하나이다. 초막절은 또한 수장절이라고도 불리는데 말 뜻 대로, 홍해를 건너 광야에서 장막을 치고 살면서도 하나님이 인도한 것을 기념하고, 풍족하게 누리고 창고에 수확물을 쌓아두는 것을 감사하고 즐기는 축제의 절기이다. 유대인의 초막절은 광야의 초막을 기억하며 또한 풍요를 기념하는 역설이 있다. 부를 누리고 또 빈곤을 기억하는 것이다. 

초막절의 식물들(종려가지, 시내 버들, 과실(에트로그))

1.유대인의 부의 태도
 초막절(수장절)은 유대인들의 부와 경제적 부요를 상징하는 첫번 째 절기라고 볼 수 있다. 광야의 유대인들과 지내다 보면 그들이 그다지 자랑하거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초막절, 수장절 기념 카드(한 해의 추수를 저장하는 절기)

모임에 가면 허름한 옷차림에 드러나지 않는 인물들이 나중에 그가 유명한 대학의 저명한 학자이거나, 사회 속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적잖이 놀라는 경우가 있다. 물론 성경 여러 곳에서 겸손을 강조하고 있지만, 탈무드는 유대인들이 돈 버는 것을 격려하면서도, 그들의 경제 개념 안에 이웃의 상대적인 형편을 고려해야 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록다운으로 모두가 어려운 때, 내가 혹, 장에 나가 장사를 해서 돈을 두둑히 벌게 됐다면,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더라도, 내가 돈을 많이 벌었다고 말하기 보다는 오히려, 모든 것을 잃고 빈털터리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낫다고 탈무드는 의외의 조언을 한다. 

그래야 듣는 사람도, 돈 벌지 못한 자신도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행복해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만약 내가 시장에서 싹쓸이를 해서 많은 돈을 벌었다고 말한다면, 틀림 없이 말하는 자기 자신도, 듣는 이웃도 편치 않은 마음을 갖게 될 것이고 이는 나쁜 일이 시작되는 씨앗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숄름 알라이켐, 지혜의 소리, P35). 인간이 가진 질투와 시기심은 때도 없이 발동되는 것을 잊지 않고 불필요한 자랑으로 이웃과의 관계를 해치지 말라는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야외에 지은 초막 (Sukkah-수카)

2. 인간의 본성
사람의 심리에 대해, 사울 바이스라는 랍비는 당신이 순수한 의도로 다른 사람의 선행이나 장점을 말했다 하더라도 듣는 사람은 그 사람의 악행과 단점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고 말한다. 그래서 탈무드는 사람이 없을 때 험담을 하는 것과 또 칭찬을 하는 것, 두가지 모두를 조심 시키고 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나쁜 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더 좋아해서 시작과 달리 끝에는 부정적인 대화로 개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한다(바바 바스라,164b). 그래서, 진실을 말해서 질투나 반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 보다, 말을 하지 않거나, 시기심을 불러 일으키지 않도록 조심스레 말하는 것이 더욱 지혜로운 것이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이디쉬 격언은 “원수가 내 안의 좋은 면을 보는 것이, 내가 그 사람 속의 악함을 보는 것보다 훨씬 낫다” 라고 말한다. 

초막절에 추수하는 여인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튼 프리드만은 이스라엘 베긴 수상의 경제 자문이었는데, 그가 국회에서 연설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가 연설을 끝내자 숄모 로린츠라는 의원이 그에게 이렇게 질문을 했다. “탈무드에는 힐렐 학파에서 ‘당신에게 싫은 것이 있으면 이웃에게도 그렇게 하지 말라’는 정리된 한 마디 교훈이 있는데, 경제에 관해서는 그렇게 한 마디로 정리된 말이 없습니까?”라고 의도된 심술궂은 질문을 했다. 그러자 그가 “네, 경제에도 한마디로 정리된 구절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결코 공짜 점심은 존재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라고 그가 대답했다고 한다. 이 말은 미래의 발전을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하고, 국민을 위해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감수 해야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못된 심보에 대해 보기 좋게 반박한 사례로 회자되는 말이다. 
유대인들의 경제 관념에는 사람의 시기심에 대해 늘 조심해야한다는 것과 또 한편, 상대를 배려해야한다는 관념을 탈무드가 상기시키고 있는 것을 주목하게 된다.  

3. 탈무드의 지혜
프랑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만약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 대하여 어떤 말을 하는지 안다면 세상엔 단 몇명의 친구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이 말은 사람이, 앞에서는 속 마음을 다 말하지 않는다는 것과, 상대방으로부터 직접 진심이 담긴 악평을 듣는 것은 분명 관계를 해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단정하고 있다.
그래서 탈무드는, 험담을 들은 사람이 그것을 확인하고자 할 때 “험담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오히려 정직하게 말해서 상처를 주거나 반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보다 더욱 지혜로운 것이라고 가르친다. 

관계를 해치는 것보다는 하얀 거짓말을 허락하는 거짓의 융통성이 오히려 지혜로운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평화를 유지하는 비법인 셈이다. 랍비 이스라엘 살란터가 “어떤 성실한 사람이 한 밤중에, 곧 다가올 초막절을 준비하느라고 밤에 먼저 불쑥 일어나는 것은 칭찬할만한 입니다. 그렇지만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편히 자고 있는 다른 가족들을 깨우게 된다면, 그가 단순히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실제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무지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유대인 가정과 절기

그가 지적한 것 처럼 밤에 일어나 다른 좋은 일을 하려고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필요없이 깨워서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더욱 선한 일이라는 것을 가르친 것과 동일한 맥락의 이치이다. (도브 카츠 인용, 투낫 하-무사,Vol.1, 355p). 

현대의 유대인들은 초막절에 회당에 모여 예배하고 수영장이나 옥상에 작은 초막을 만드는데 종려나무와 가지들과 여러 과일들을 얼기설기 엮어 매달아 둔다. 가지들로 엮은 허술해 보이는 초막에 어린 자녀들은 가정이나 회당에서 그림을 그려서 초막내에 장식을 한다. 이들은 광야에서 빈곤한 초막의 고통의 세월을 지내면서도 장막위에 비치는 별빛과 달빛처럼, 하나님의 손길이 함께 하셨다는 것을 기념한다. 풍요를 경험할 지라도 그것이 내 능력과 자랑이 아니라는 근원에 대한 기억을 새로이 하는 절기이다. 돈을 벌더라도 자랑하기 보다, 이웃을 배려하고,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하는 것을 실천하려는 그들의 경제 개념을 생각하게 한다. 샬롬!  

정원일 호주이스라엘 연구소장
문화교류학박사(Grace Theological Seminary) 
이스라엘 & 크리스챤 투데이 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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