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 RBA 총재 “정부 정책 대응 더 중요” 
프라이든버그 재무 “RBA 제 역할 못해” 

연방 선거철이 되면 여야를 막론하고 각종 보조금과 지원금으로 생애 첫 주택 구매자를 돕겠다는 공약을 내세운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의 실효성이다. 이러한 혜택은 집값 상승을 부추겨 집 소유주들이 실질적인 수혜자가 된 사례가 빈번했다. 급등한  부동산 가격은 주택 구매 여력(housing affordability)을 악화시킨다.

올해 내내 치솟고 있는 집값을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통화와 금리 정책을 결정하는 호주중앙은행(RBA)과 세금 제도를 책임지는 연방 정부(재무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소극적인 자세로 관망할 뿐이다.
 
통계국(ABS)에 따르면, 지난 6월 분기(4-월)동안 전국 주도(capital cities) 주택 가격 상승률은 평균 6.7%를 기록했다. ABS가 20년 동안 자료를 집계한 이후로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수치다.

RBA의 기준금리(현재 0.1%)는 향후 3년동안 거의 '제로'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호주의 부동산 수요를 부채질하고 시장을 과열시킬 수 있다. 현재의 시장 호황도 요지부동의 초저금리가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이러한 흐름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투자자들이 주택시장에 재진입하면서 신규 진입자를 밀어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필립 로우(Philip Lowe) RBA 총재는 지난주, 단지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 금리를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금리를 올리면 집값을 잡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될 테지만 ‘일자리 감소와 임금상승률 저하’라는 반대 급부를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필립 로우 RBA총재 vs 조쉬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

급등하고 있는 신규 주택자금 대출은 근래에 집값이 왜 이렇게 많이 올랐는지를 보여준다. ABS의 대출 지표를 살펴보면,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신규 대출 약정 규모가 급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은행들은 투자자에게도 많은 대출을 승인했는데, 이는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시장에 진입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RBA는 초저금리가 일자리 창출과 임금 성장을 촉진하리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RBA의 대응 방식이 효과가 있는지는 투기 자본의 유입이나 용이해진 주택담보 대출을 억제하지 않고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조쉬 프라이든버그 연방 재무장관은 “RBA가 5년 동안 인플레이션과 임금 목표를 달성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로우 총재는 주택 문제가 통화 정책보다는 주로 다른 요인에 의해 야기된다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은 요인들을 나열했다. "조세제도와 사회보장제도의 설계, 기획 및 용도변경(zoning) 규정, 건축되는 주택 유형, 교통망 인프라스트럭쳐."  

부동산 시장을 정돈하려면 정부가 보다 적극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취지다.

마티아스 코만(Mathias Cormann) 전 예산장관이 관장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과 50%의 양도소득세 할인이 투자 결정을 왜곡시켜 호주의 가정이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도록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호주의 세제 개혁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브리즈번 한 중개업소가 30일동안 6채 집을 매매했다는 내용을 광고판에 게재했다

그러나 스콧 모리슨 정부의 감세 정책은 철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0만 명 이상의 호주인이 투자용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연방 노동당은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이후 부동산 세제 개혁(네거티브 기어링 폐지 등)을 포기했다. 즉, 투자자들은 부동산 시장에 계속해서 현금을 풀고, 가격은 또다시 상승할 것이다.

금융규제기관위원회(Council of Financial Regulators)의 핵심 구성원인 RBA와 호주금융감독원(APRA)은 시장을 통제할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APRA는 은행에 부동산에 관한 대출을 억제하도록 명령할 권한이 있다. 더 많은 예치금을 요구하도록 하거나, 약정 기간 동안 이자만 상환하는 거치식 상환 대출(interest-only loans)을 제한할 수 있다.

RBA는 경제 전체의 금융 안정을 목표로 하는 '거시건전성 정책'(macroprudential policy)이 효과가 없다면서 시행을 거부하고 있지만 2014년과 2018년 사이 두 번의 조치는 성공적이었다.

2015년, 투자자의 대출이 자가거주자의 대출에 육박하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 은행의 투자자 대출 제한과 거치식 상환 대출 제한이 상황을 뒤집는 역할을 했다.

프라이든버그 장관은 지난주, RBA의 실적 문제를 놓고  중앙은행을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RBA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책임은 정부의 세금 정책에 달려있다는 종래 입장을 고수할 여지가 크다. 그렇다고 해서 연방정부가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감세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 5월 총선은 실제로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이다. 호주도 '영끌'과 '빚투'가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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