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외에 전 세계 인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고민거리는 아마도 ‘기후변화’일 것이다. 이처럼 모든 인류에게 중차대한 지구온난화 이슈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좋겠지만 호주 정부처럼 미온적인 경우는 결국 민간인들이 나설 수 밖에 없다. 

호주 정부, 특히 현재의 집권당인 자유-국민 연립이 기후변화에 미온적인 대응을 해 온 배경엔 호주의 주요 산업인 화석연료 생산업체들과 이들이 고용하는 지방 유권자들이 연립의 막강한 정치 기반이기 때문이다. 지지 세력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최대한 연기해 시간을 벌고 연기된 10-20년 기간 중 탄소배출 관련 테크놀로지 개발에 전력투구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 스콧 모리슨 총리의 본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50 넷제로는 호주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인 대세가 됐고 선진국 중 가장 늦게 이번 주 이  국제 대열 합류를 결정했다.


26일 스콧 모리슨 총리가 등 떠밀려 ‘2050 넷제로 목표’ 채택을 발표하기 전 호주에서도 재력가(억만장자 부호) 2명이 기후변화에 대응해 과감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가 미온적일 때 누가 나서야 할까? 억만장자 자선사업가들(대부분 젊은층)이 이에 앞장서고 있다. 그들의 영향력과 자금력을 이용해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 과학과 테크놀로지의 한계를 넓히는 것이 목적이다. 

호주 토종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아틀라시안(Atlassian)의 공동 창업자인 호주 부호 마이크 캐논-브룩스(Mike Cannon-Brookes)는 파트너 애니와 함께 이번 달 2030년까지 기후프로젝트에 15억 달러 투자와 지출을 약속했다. 10억 달러는 재정적 투자이고 5억 달러는 박애주의적(자선) 기부와 환경단체 활동을 지원하는데 지출된다.  

이같은 통 큰 기부 및 투자의 목적은 글로벌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기 위함이다. 캐논-브룩스는 다른 기업 대표들도 유사한 활동을 시작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캐본-브룩스에 앞서 호주 광산 부호 앤드류 포레스트 포테스크철강그룹(FMG) 창업자가 FMG의 일원인 포테스크미래산업(Fortescue Future Industries)을 통해 퀸즐랜드와 NSW에서 녹색 수소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FMG은 2040년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미국의 세계 최대 펀드 매니저인 블랙록(Blackrock)은 수십억 달러를 빌 게이츠의 브레이크스루 에너지(Breakthrough Energy)에 투자하고 있다. 자선재단 기금은 신규 테크놀로지 투자 증대에 이용된다. 브레이크스루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GM(제너럴 모터스), 아메리칸항공, 보스톤콘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 아메리카은행(Bank of America). 아첼로미탈(ArcelorMittal)로부터 10억불 투자를 확보했다.  

인도 최대 부호 무케시 암바니(Mukesh Ambani)는 소유 에너지 기업을 2030년 넷제로 달성을 발표했다. 재생에너지로 전환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유용한 생산과 화학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기업가들의 신기술 발명에 대한 포상 역사는 약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9년 프랑스계 미국인 호텔 소유주인 레이몬드 오르테이그(Raymond Orteig) 뉴욕 사업가가 뉴욕에서 파리를 논스톱 비행으로 최초 횡단하는 조종사에게 당시 미화 2만5천 달러의 포상금 제공을 발표했다. 이에 25세의 미국 육군 예비군 장교 찰스 린드버그(Charles Lindberg)가 처음으로 논스톱 횡단에 성공해 항공산업 발전에서 획기적으로 한 획을 그었다.   

현재 엑스 프라이즈재단(X Prize Foundation)과 테슬라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의 머스크재단(Musk Foundation)은 대기 또는 해양에서 기가톤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추출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하는 사람에게 미화 1억 달러(X Prize for Carbon Removal)를 준다고 발표했다.   
앞서 글로벌 이슈에 인공지능 적용,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생산으로 전환, 적은 비용의 코로나 대량 검사법 개발, 대기에서 물 생산 등이 엑스 프라이즈 상을 받았다.  

아틀라시안의 캐논-브룩스는 모리슨 총리가 발표한 날 트위터에 “129쪽의 모리슨 정부 넷제로 보고서를 읽어봤지만 사실상 계획이 없었다. 단지 허풍일 뿐(just more bullshit)”이라고 신랄하게 혹평했다. 그는 “나도 테크놀로지를 잘 안다. 이것은 테크노로지가 주도하는 방법이 아니다. 행동 없음(inaction), 그릇된 방향(misdirection) 그리고  선택 회피(avoiding choices)에 대한 말장난”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영국의 2050년 넷제로 달성 계획(21권, 1868쪽 보고서)을 호주와 비교했다. 영국 발표에는 열과 건설 전략, 열펌프 지원금, 전기차 인센티브, 개스 보일러 생산 2035년 중단. 내연기관(internal combustion engine: ICE) 자동차 판매 2030년 중단. 재무부 계획 검토, CCC(기후변화위원회) 승인. 법제화를 통한 의무 사항(Legally binding) 등 구체적인 대안과 필요 예산이 발표됐다.  

영국의 넷제로 계획은 ‘호주식 방법(The Australian Way)'이란 제목이 붙은 모리슨 총리의 애매모호하고 말뿐인 계획과는 차원이 다르다.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는 목표 달성 세부 계획을 법제화해 의무 사항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반면 모리슨 총리는 애당초 법제화 요구를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법제화를 하지 않은 이상 강제화를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 기업에게 막대한 재원이 요구되는 탄소배출 감축에서 채찍 없이 투자 지원(당근책)만으로, 강요아닌 선택으로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디 총선을 염두에 둔 허풍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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