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만에 재개된 시드니와 서울을 연결하는 아시아나 첫 직항편으로 도착한 11월 중순 서울의 하늘에는 노랑 은행잎이 눈처럼 내리고 있었다.

시드니에서의 출국 과정은 복잡하기가 이를데 없었다. 먼저 항공 티켓을 구매한 후 이를 근거로 메디케어센터를 방문해 코로나 백신2차 접종완료자의 해외여행 증명서를 발급 받는다.

다음에는 시드니의 한국 총영사관을 방문해 한국 입국 절차에 필요한 직계 존비속(조부모나 자녀, 손자손녀)임을 증명하는 가족 관계 증명서를 발급받은 후 출국 72시간 안에 PCR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제반 서류는 시드니공항 출국데스크에서 확인 받은 후 보딩 패스를 받을 수 있다. 

이날 밤 필자가 탑승한 아시아나 항공기 안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마스크를 착용해야했다. 마치 긴 항아리(?) 같은 모양의 방역복을 입은 승무원들의 서비스를 받았는데 마치 외계로 떠나는 우주선을 탄 듯한 야릇한 느낌을 받았다.

코로나 사태 이전의 휘황찬란한 각종 물품의 경연장이었던 시드니공항 면세점은 모두 폐쇄되어 황량하기가 이를데 없었다. 이는 인천공항의 면세점도 예외가 아니었다.

유령의 공항을 출국하고 입국한 셈이랄까.. 두나라 입출국 공항은 방역팀이 전방에 배치되어 삼엄하기가 이를데 없었고 오히려 출입국 관리사무소는 한산하며 간략한 심사에 그쳤다.

다음 날 새벽 인천공항에서 한국 방역팀의 철저한 검사를 거쳐 입국한 후 인천과 서울을 잇던 리무진 버스는 운행을 중단하여 임시 합승 택시를 타고 서울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외 입국자는 도착 일주일 안에 보건소를 찾아 다시 1차 검사를 받고 양심적인 자가 격리 일주일 후 2차 검사에서 음성 결과를 보이면 모두 완료된다.

필자는 호주에서 한번하고 서울에서 두번째 코 안을 후벼 파는 PCR 검사로 지금도 코 속이 얼얼한 느낌이 있다.

서울에는 세 발 자전거를 타는 3살 아이부터 세 발(지팡이 포함)로 걷는 노인까지 한사람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하고 다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백화점을 비롯한 식당, 빌딩, 도서관 입구에는 체온계와 QR 코드, 질병청 전화번호가 비치되어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서울의 주민센터(동사무소)에는 도서실, 취미교실, 어린이 놀이방, 건강 상담실 등 각종 교양 시설이 무료로 개방되어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엘리베이터에 노약자용 가죽 의자가 비치되어 놀라운 배려정신을 엿 볼 수 있다.

그러나 11월 늦가을 서울에는 한 나무에서 여러 종류의 단풍이 어울려 피면서 환영하는 모습에 그동안의 피로가 사라지고 귀향의 그리움이 번지는 것은 어인 일일까?

어린 시절 함께 많은 시간을 가졌던 지방 초등학교, 중고교 동창들의 소모임에 참석하여 이제는 잊혀진 옛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우리를 즐겁게 한다.

오늘은 서울 을지로 3가 식당에서 코흘리개 친구들인 초등학교 동창들과 점심 약속을 하여 광화문 지하철에 내려서 을지로를 걸어가면서 고개가 아파서 혼이 날 지경이었다. 광화문에서 을지로 3가, 청계천 3가, 종로 3가까지 하늘로 높이 솟아 오른 초현대식 빌딩들을 쳐다보다가 일어난 일이다.

대부분의 해외 교포들은 지리가 생소하여 서울을 사통팔달로 연결하고 있는 지하철을 애용하기 때문에 지상에 펼쳐진 고층 빌딩의 스카이라인을 볼 기회가 많지 않다.

국제 도시에 손색이 없는 건물 숲을 보면서 모국의 발전상에 흐뭇해졌다. 마침 한국에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에 공방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때 아니게 아프리카 남아연방에서 신종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발생하여 한국 등 전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제는 세계가 한 가족이 되었다. 가족 구성원 중 환자가 발생하면 가족 전원이 감염될 수 있듯이 한 나라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전 세계가 비상에 돌입하게 된다.

우리가 탑승한 아시아나 여객기에서, 교회에서 알게된 모 권사가 고국에 살고 계신 아흔 노모의 병간호를 위해 2만리를 날아가는 효심에 기도를 드렸다.

사계절 푸르름을 자랑하며 가을이 찾아 와도 단풍과 외면하는 풍경의 시드니와는 달리 서울의 공원에는 단풍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다. 나무의 종말을 아름다운 색상으로 나타낸 하나님의 계시가 무엇일까?

단풍은 ‘제 2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인생의 황혼기를 고운 단풍처럼 늙어 가는 노인들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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