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모리슨 정부는 여론조사에서 올해 중반 이후 야당(노동당)에게 시종 뒤지고 있다. 총리의 개인적 인기도 상당 부분 하락했다. 총리 업무수행 만족도(약 42%)보다 불만족(약 54%)이 10% 이상 높다. 

그런 상황에서 연말 회기 종료를 앞두고 여당에게 불리한 스캔들이 이어지고 있다.  
자유-국민 연립 여당 의원들의 일부가 백신 접종 의무화와 관련해 노골적으로 법안 지지를 거부했다. 또 일부는 종교적 차별법안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앨런 터지 교육부장관이 전 여성보좌관과의 불륜 스캔들이 다시 점화되면서 장관직에서 일시적으로 물러났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거친 입’으로 소문난 조지 크리스튼센 여당 의원이 또 극단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미국내 극우 음모론자의 웹 방송에서 호주 연방 및 주/준주 정부의 강력한 코로나 규제를 나치의 아우슈비치와 천안문 사태에 비유했다. 그는 미국 워싱톤소재 주미 호주 대사관 앞에서 호주 정부의 백신 의무 정책을 비난하는 시위를 하라고 선동질까지 했다. 여당 의원이 자국 정부를 대표하는 공관 앞에서 주재국 시민들에게 자국을 비난하는 시위를 하라고 선동한 것은 반드시 비난을 받아야할 망발이고 정치적 추태다. 야당이 강력 비난하고 나서자 모리슨 총리는 “조용히 정계에서 은퇴하라”는 말로 나무랐다.  
  
집권당 대표이자 총리의 권위와 리더십이 없어진지 오래된 듯하다. 총리 스스로 권위를 깍아내리는 행위를 반복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NSW의 고위공직자 사정 기관인 ICAC(독립부패방지위원회)의 조사를 받는 중인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전 NSW 주총리에게 내년 연방 총선에 출마를 공개적으로 적극 권유하면서 시드니 노스쇼의 와링가(Warringah) 지역구에 도전하라고 부추겼다. 와링가는 토니 애봇 전 총리의 지역구로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것을 탈환할 정치적 목적에서 이같은 권유를 공개적으로 했을 것이다. 

모리슨 총리의 실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ICAC를 캥거루코트에 비교하며 NSW 준사법제도를 공격했다. 캥거루코트는 위선적이고 불공정한 법정을 의미한다. 모리슨 총리는 베레지클리안이 이 캥거루코트에서 부당하게 공격을 받아 주총리직에서 물러났다는 뉘앙스로 이런 발언을 했다. 이에 NSW 법조계가 발끈하며 총리를 성토하고 나섰다. 

현직 연방 총리가 ICAC를 공격하자 도미니크 페로테트 NSW 주총리는 내셔날 프레스클럽 연설에서 “공직자 사정기관을 말할 때 대중에게 신뢰를 심어준다는 점에서 ICAC는 NSW에서 중요하며 강력한 청렴 기관”이라고 옹호했다. 
ICAC의 조사가 아직 종료되지 않았고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조사인에게 선거 출마를 권유한 것도 모자라 ICAC의 위상을 공격했다. 

와링가에서 애봇 전 총리를 물리치는 이변을 만든 잘리 스테갈 의원(무소속)은 “모리슨 총리가 다급한 상황에서 졸속 임기응변책을 공개했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증거”라고 응수했다.  

베레지클리안 전 주총리의 측근들은 그녀가 연방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며 정계에서 은퇴하고 재계에서 일하기를 원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ABC 방송이 보도했다. 그는 정계 입문 전 코먼웰스은행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호주와 중국과의 관계도 모리슨 정부 들어 악화일로에 있다. 중국을 겨냥한 ‘오커스 출범’에 호주가 동참한데 이어 호주는 양안(중국-대만) 갈등에도 개입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이런 강경 일변도 자세와 관련,  중국계 유권자들이 많은 연방 지역구에서 자유당이 고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드니 뱅크스(Banks), 베네롱(Bennelong), 리드(Reid)와 멜번 동부의 치솜(Chisholm)의 4개 연방 지역구가 대상지로 거론된다. 

일부 자유당 의원들은 "만약 베레지클리안 전 주총리가 와링가에 출마한다면 연방 단위의 공직자 사정기관 신설 실패가 여당의 책임이란 점을 공격 받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모리슨 정부의 대중국 관계 악화 여파로 중국계 호주인 유권자들이 총선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을 우려한 자유당 의원은 ABC 방송과 대담에서  “중국 관계에서도 강경 일변도를 고집하기보다 하워드 정부 때 ‘미묘한 차이를 덧붙이는 표현(nuanced language)’을 구사한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외교력을 복원해야 한다”라고 (익명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슬로건 정치’의 달인인 스콧 모리슨..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기위해 또 어떤 희안한 슬로건을 들고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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