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수) 오전 귀국하며 트윗으로 전한 ‘호주를 떠나며..’라는 제목의 글(인사말)에서 호주 국빈 방문 목적을 분명히 짚었다.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방산 협력, 탄소중립 기술, 수소협력, 우주개발이 첫 번째 국빈 방문 목적이었다. 

방산협력은 한국산 K9자주포(한화 디펜스) 30문 호주 수출계약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냈다. 10억 달러(약 1조원) 규모의 이번 계약은 향후 한국산 방산의 대호주 수출에서 물꼬를 트는 획기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앞서 현대 로템의 NSW 철도차량 공급 계약도 한국산 인프라의 대호주 수출에서 큰 성과를 낸 사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어 ‘포괄적 전략 동반자(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로 한국과 호주의 관계를 격상한 것이 문 대통령 방문의 두 번째 목적이었다. 국력(경제력)이 엇비슷한 ’미들 파워‘인 한국과 호주는 작년과 올해 G7 서밋에 계속 초청받아 국제사회의 주요 국가로 성장했다. 문 대통령은 “관계가 격상한 한국과 호주는 코로나와 기후위기, 공급망 불안을 극복하고 새로운 변화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국제사회에서 양국의 역할 증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다음으로 강조한 것은 ‘보훈에는 국경이 없다’는 점이다. 방호 첫날(13일) 캔버라의 한국전 참전비와 호주 전쟁기념관을 참배하고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만찬을 하며 보은의 마음을 전했다. 
“정말 낯선 나라, 낯선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것이 실감났다. 가장 힘들었던 것이 한국의 추위였다고 한다. 보훈에는 국경이 없다. 다시 한번 참전용사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시드니에서 먼발치일망정 동포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이날 오전 샹그릴라 호텔 앞에 100명 이상의 동포들이 마중을 나갔다. 호텔 앞에서 문 대통령 내외는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또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총리 관저 만찬 참석 전 세인트메리 대성당의 조명 행사에 스콧 모리슨 총리 가족과 함께 참석해 시민들을 만났다. 3백명 이상의 한인 동포들이 참석해 문 대통령을 환영했고 문 대통령은 고마움을 전했다. 

코로나 상황으로 동포 간담회 등 대면 기회가 모두 생략돼 아쉬움을 남겼지만 문 대통령은 동포들의 마음을 충분히 읽었다. 모리슨 총리와 도미니크 페로테트 NSW 주총리에게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당부했다. 또 수행한 외교관들을 통해 동포들에게 감사 인사를 여러번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필자는 30여년동안 호주에서 6번(노태우, YS, DJ, 노무현, MB, 문재인)의 한국 대통령 방호 취재를 했다. YS, DJ, MB, 문재인 대통령은 국빈 방문으로 호주를 다녀갔다.  
박근혜 대통령도 호주를 방문했지만 브리즈번 G20 정상회담 참석 후 바로 귀국했다. 시드니 동포간담회도 취소했다. 한국 대통령의 국제회의 참석이지 실질적인 대통령 방문으로 보기 어렵다. 

필자의 생각으로 6번의 한국 대통령 호주 방문 중 호주 동포사회 입장에서 가장 뚜렷한 성과를 남긴 방호는 YS, DJ, 문재인 대통령이다. 

YS 방문을 계기로 호주-한국 워킹홀리데이비자협정이 체결됐고 YS는 시드니에서 세계화 선언(일명 시드니 구상)을 했다. ‘아시아의 만델라’란 별명의 DJ는 환란 위기를 극복한 한국이 아시아에서 모범적인 민주국가임을 과시했고 호주에서도 굳게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MB 방문 당시 요란한 세리모니는 많았지만 알맹이는 별로 없었다. 필자는 수교 50주년을 대비해 주호주 대사에게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격상을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가 호주보다 먼저 한국과의 관계를 격상했다. 

이번 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실적을 보면 알 듯이 뚜렷한 여러 성과를 가져왔다. 문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한국 대표 세일즈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호 관계 격상도 매듭을 지었다. 이제 국제사회에서 호주와 한국은 작은 나라들이 아니다.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미들 파워로서 세계무대에 나서고 있다. 문 대통령의 호주 국빈 방문은 국제관계에서 정상 방문 외교가 왜 필요한지, 왜 중요한지를 그대로 입증했다. 그럼에도 한국내 주요 언론들은 거의 보도하지 않은채 외면했다.  
코로나로 여러 세리모니가 취소됐지만 역대 어느 방문보다 내실이 큰 한국 대통령의 방호였다. 한호 수교 60주년 끝자락에 시드니에서 임기 말 대통령의 고군분투에 박수를 보낸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