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과 해외 거주 한국인의 관심이 다가오는 한국  대선에 쏠리고 있는 건 이해가 간다. 한국에서 대통령의 권력이 막강하고, 언론이 그 자리를 향한 경쟁을 얼마고 부추기고 있어 그렇다. 그러나 해외에서 사는 필자가 볼 때 누가 승자가 될 까보다 더 중요한 게 누가 되든 기존의 정치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야당이 이기면 대북정책이나 좀 달라질까..
 
대선 후 더 나빠졌으면 나빠지지 좋아지지 않을 적폐 하나는 코드 인사이고, 이번에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청와대의 새 주인은 선거 때 공약과는 달리 갈팡질팡하기는 마찬가지거나 더 그럴 것이라는 것이다. 

과문한 탓이겠지만, 나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 중 야당 정치인들로부터 심한 공격의 대상이 되었던 이른바 코드 인사(人事)의 코드란 말의 어원을 아직도 정확히 모른다. 영어의 Chord 아니면 Code일 텐데 아마도 후자가 더 맞는 것으로 짐작된다. 암호로 통하는 내부자들 간의 소속감 또는 일체감말이다.  

음악의 기본인 화음을 말하는 Chord도 전혀 엉뚱하지는 않아 보인다. 통치자가 자기 철학과 정책을 실천하자면  소리가 맞는 사람을 앉혀야 한다. 아니면  불협화음만 낼 뿐 앞으로 나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인사권자가 자기 사람을 쓰는 코드 인사는 민간인이야 물론, 정치에서도 어느 선까지는 필수다.
 
전리품

우리와 같이 대통령책임제를 하는 미국은 이런 코드 인사를 선거에 승리한 대통령이 요직을 자기 사람으로 채운다는 뜻으로 엽관제도(獵官, Spoils system)라고 부르며 한가지 오래 된 정치관례가 되어 왔다. Spoils는 어떤 노력에 대한 대가, 특히 승자에 돌아가는 전리품(戰利品)이란 뜻이다.
 
과거 한국의 정권 가운데 이 전리품을 챙기지  않은 정권은 물론 없었다. 그런데 왜 노무현씨는 유달리 코드 인사 비난에 시달려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한탄까지 했을까? 하지만 이건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한국의 엽관제도는 미국이나 내가 사는 호주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광범위하게 이뤄져 행정관료제도는 말뿐이어서 선거 때가 되면 늘 공무원들은 들떴었다. 이번 대선 후 전망도 더 나쁘면 나빴지 좋아질 기미가 없다는 게 내 예상이다. 
 
새 정권을 인수하는 미국 대통령은 국무부장관을 위시한 국무위원과 비슷한 고위직 참모와 해외 주재 대사와 같은 별정직에 한하여 자기 당과 자기 사람으로 바꾸는 게 보통이다. 그 숫자가 우리와 비교하여 어떤지 나는 통계를 댈  수 없다.
 
그러나 매 대선 후 마다 새로운 정권의 입김이 임기와 관계없이 대부분 행정부 간부와 정부 산하 기관과 국영 기업체의 사장 자리에 미쳐온 과거 사례를 보면 내부적으로 수치가 엄청났고 그 폐단은 또한 그랬다고 생각된다. 새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공무원 자리가  5만이니 10만이니 하는 풍문이 그것이다.
 
신복 부하들

한국에서 ‘내 사람’ 인사는 군사문화가 지배한 박정회 정권 때 최고조에 달했었다. 군출신 지휘관들이 정부와 국영기업체에 옮겨가면서 여러 명의 신복 부하들을 데리고 가는 게 대표적이었다. 친인척과 정실 인사는 그 때도 있었고 그후 이른바 문민정권에서도 계속 되었다. 
 
이런 전근대적 인사는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국민의 감시를 받아 많이 줄었다. 그러나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를 빌미로 역설적으로 비리 인사가 독버섯처럼 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선거를 도운 사람에 대한 논공행상(論功行賞) 또는 보은(報恩) 인사가 그것이다.
 
이번 대선 과정을 보면 이게 도를 넘을 것 같다. 한 표라도 더 긁어 모으기 위하여 말 잘하는 전직 정치인, 학자, 전문인, 재주꾼, 인기가 있다는 여성들을 선거캠프에 얼마고 끌어들이는 걸 보면 말이다. 각 캠프마다 선거대책위원장, 부위원장, 대변인, 부대변인, 총괄상황실장, 정책실장 등 별의별 자리 이름들을 보면 엄청나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고 하지 않던가. 매번 작은 정부를 부르짖으면서도 거꾸로 비대해지는 이유, 권력과의 줄대기가 줄지 않는 이유가 그거  아닌가. 국민은 누가 대통령이 될까 보다 누가 되든 이런 정치 풍토에서는 별로 달라질 게 없다는 사실을 걱정해야겠다. 

김삼오(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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