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 수교 60주년’ 문화교류전 서울서 개막
‘서울시립미술관 – 아트스페이스 시드니’ 2년 공동 기획
서소문본관 오프라인 & 온라인 전시, 내년 3월6일까지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경로 탐색, 
호주 문화 이해하는 메시지 전달 희망”

신종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호주와 한국을 비롯한 세계가 다시 긴장하는 가운데 팬데믹 상황에서도 소통, 적응하는 새로운 방식의 중심에  문화 예술이 한 자리를 차지한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은 한호 수교 60주년을 맞아  12월 14일부터 내년 3월 6일까지 서울 서소문 본관에서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UN/LEARNING AUSTRALIA』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시-NSW주 자매도시 40주년이기도 하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박가희 큐레이터는 “서울시립미술관은 2014년부터 2년마다 비서구권을 조망하는 시리즈로 남미,  남아프리카, 중동을 살펴보는 전시를 진행했다. 2021년은 한호수교 60주년, 서울시-NSW주 자매도시 40주년을 맞아 호주 전시를 기획했다. 이번 전시는 아태 지역의 한 축을 이루는 호주의 예술가와 콜렉티브로 호주 원주민 예술센터 등 35명/팀과 함께 기획했다. 팬데믹 시대의 교류전이며 준비하는 과정과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들이 흥미로웠다”라고 소개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아트스페이스 시드니가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UN/LEARNING AUSTRALIA』라는 독특한 타이틀이 붙었다.  

박 큐레이터는 “전시 가제 타이틀로 호주를 여러 각도로 살펴보고, 배울 수 있는 전시를 하자고 해서 ‘UN/LEARNING AUSTRALIA’ 라고 지칭했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탈학습’이라고 직역을 하기보다는 UN/LEARNING 뜻이 ‘배운 것을 다시 비워낸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다시 한국어로 재번역을 했다. 전시 타이틀을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을 찾다가 GPS 내비게이션에서 경로를 이탈했을 때 경로를 재탐색한다는 표현이 기존의 체계나 관습으로부터 의도적으로 벗어나 다시 경로를 탐색한다라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호공동 기획 전시 준비에 약 2년이 걸렸는데 기간은 길었지만 진정한 교류전의 정신이 무엇인지 알게되었다”고 말했다. 

박가희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전시 초기 단계에 사전 조사 및 구상을 위한 연구 방문(리서치 트립) 과정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호주의 국경이 전면 봉쇄되면서 약 2년 동안 화상회의를 통해서 준비했다. 매주 화상 대화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상호 의존이나 유대감이 강해졌다. 에너지 소모는 어느 때보다 컸지만  교류전의 진정한 정신을 실질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

“호주의 예술은 일단 규모가 크다. 땅도 넓고 작업 스튜디오도 커서 대형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무엇보다 ‘물질적’이다. 실제 자연적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재료의 속성 등이 잘 드러난다. “

팬데믹으로 인해 소통과 교류의 장이 제한적인 것 같지만 문화예술은 더욱 활발해질 수 있고 언어를 초월해 끊임없이 대화할 수 있게 한다. 개인과 개인을 뛰어넘어 국가 간의 우호 관계 증진에도 기여한다. 

“이번 교류전 참여 작가들은 활동가, 교육자들이기도 하다. 때문에 실제 호주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쉽게 접해볼 수 없는 지역, 문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문화예술이 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2021년 서울시립미술관의 기관 의제인 ‘배움’을 기획의 주요한 테마이자 방법으로 삼은 이번 전시에서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새로운 마음으로 이해하고 탐구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 선입견을 갖고 있다. 호주에 대한 상투적인 선입견이나 제한적인 이미지는 캥거루, 코알라, 아웃백, 광활한 대지 등일 것 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호주가 가진 클리셰(cliché: 진부한 개념)같은 고정된 이미지로부터 벗어나 호주를 경험하는 다양한 경로를 마주하게 되고, 전시 이후에도 다른 각도로 호주를 상상하거나 그려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 전시는 오프라인에서만 이루어지지 않고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전시 자체와 작품을 현장에서 실제로 보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전시의 어떤 단면적인 소스만으로 VR(가상 현실)을 만들어서 재현하는 것들은 전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지역에서 해소할 수 없는 전시나 프로그램 또는 물리적으로 이동할 수 없는 노년층이나 신체 조건이 다른 분들이 접근할 다양한 기회가 제공되는 점은 정말 좋은 방향성이고 교육적으로도 효율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재탐색’하게 된 호주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토착민인 원주민 이슈와 백인 식민의 역사를 발화하는 굉장히 다양한 목소리라고 말했다. 

“내가 재탐색한 호주를 정말 많은 관람객이 보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전시에 중심이 되는 정신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의심하는 태도이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관람하면서 끊임없이 자기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질문하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어떤 것을 새롭게 배울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관람하면 좋겠다.”

“언어를 뛰어넘어 미술작품을 통한 유기적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하다는 것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를 더욱 이해해야하며 호주와 한국의 호의적인 관계를 정치 뿐만 아니라 전 세대가 아울러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야한다.” 

▶전시회 : 2021년 12월 14일부터 2022년 3월 6일까지 
▶장소 : 서소문본관  1층 전시실 ▶관람료 : 무료 
세부 사항은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https://sema.seoul.go.kr/) 참조. 

 

▶주목해야 할 작품 

다니엘 보이드(Daniel Boy)의 작품<무제(37°33’51.2”N 126°58’24.4”E)>
서구식민주의가 어떤 관점으로 토착민과 그들의 역사를 바라보고 재현했으며, 어떻게 임의적인 해석을 채워나갔는지 탐구하는 작품

 

브룩 가루 앤드류(Brook Garru Andrew)의 작품<1945: WINHA-NGA-NHA 기억 MEMORY>
SeMA Cafe+에 설치되어 있으며, 카페 벽면을 둘러싼 마라라 굴라니 패턴들은 본래의 땅으로부터 빼앗긴 토착 유물과 원주민을 추모하며, 문화유산을 돌보고 존중하는 법을 상징화한다.

▶박가희 큐레이터의 추천 작품

소다 저크(Soda Jerk)의 <테러 눌리우스>
소다 저크의 54분짜리 영상 작품(2018)인 라틴어로 무주지를 뜻하는 ‘테라 눌리우스(Terra nullius)가 나의 취향을 저격했다. 1770년대 영국이 호주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발생한 역사적인 정치, 문화 등을 기존에 존재하는 파운드 푸티지 (found footage,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의 일종)를 뒤섞어 풍자하는 영상 전시이다. 식민주의자들의 무주지 논리를 조롱하는 동시에 성폭력과 젠더 문제의식 등을 매드맥스풍으로 관람할 수 있다. 사회의 한 단면을 유머러스하게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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