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긴스가 던진 견제구'  5월 선거 직전 여야 압박 예상 

2021년 호주미투운동에 일익을 담당한 브리타니 히긴스, 그레이스 테임, 샤넬 콘토스(왼쪽부터)

올초부터 호주 연방 정치계를 뒤흔든 사건은 코로나, 기후변화가 아닌  ‘미투운동(#metoo)’ 파문이었다. 

2020년 말, 정부 각료들의 부적절한 행실과 의회내 성적 불평등에 대한 침묵 관행과 풍토를 고발한 ABC 시사프로그램 ‘포 코너스’(Four Corners)의 보도는 2021년 미투의 예고편이었다. 

1년이 지난 현재, 호주국립대학(ANU) 세계여성리더십연구소의 블레어 윌리엄스(Blair Williams) 연구원은 “2021년의 미투 파장이 2022년 연방 총선(5월 예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1년의 한 축은 ‘올해의 호주인’으로 선정된 미투 운동가 그레이스 테임(Grace Tame)이 세웠다. 고교시절의 아동 성폭행 생존자인 그녀는 성폭력의 영향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몇 주 후, 테임에게 영감을 받은 브리트니 히긴스(Brittany Higgins) 전 자유당 장관 보좌관이 공론장에 나와 미투를 선언했다.
 
히긴스는 2019년 3월 연방 장관실 소파에서 잠을 자던 중 한 남자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히긴스가 폭로한 스캔들은 도화선 역할을 했다.  정치권 안에서 겪었던 성범죄. 성희록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들이 연이어 둥장한 것. 

보고서를 발표하는 케이트 젠킨스 성차별위원장

3월 15일은 미투운동의 점화식이었다. 수만 명의 호주인이 ‘정의를 위한 행진’(March 4 Justice)에 참여해 여성 차별금지와 성평등을 강력 촉구했다. 캔버라 연방 의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 히긴스는 성토했다. 

“시스템이 망가졌다. 유리천장(불평등의 장벽)은 여전히 그대로다. 권력 구조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다.” 
 
한편으로 명문 사립학교들이 ‘여성 혐오 공급라인(pipelines)’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고소득층의 남자 학생들이 학비가 비싼 명문 사립학교를 거쳐서 대학을 나온 뒤 자기 가치를 높일 직업에서 경력을 쌓는 ‘남성 중심의 엘리트 코스’를 거치며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이 고착화된다는 비난이다.
 
사립학교 출신인 샤넬 콘토스(Chanel Contos)는 지난 2월 호주 학교에서 ‘성적 동의 교육(sexual consent education)’을 실시해야 한다는 청원에 앞장섰다. 5,000명이 넘는 피해 생존자들이 익명으로 십대 성폭행 경험을 공유했다.

보고서와 관련해 의회에서 답변을 하는 스콧 모리슨 총리

ANU의 윌리엄스 박사는 “이러한 사건들의 공통점은 엘리트 백인 남성들의 권력 및 특권의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호주인권위원회 산하 케이트 젠킨스(Kate Jenkins) 성차별위원장이 8개월 동안 의회 직장 문화를 조사한 결과, “연방의회 안에 권력적 폭력(언어 폭력 포함)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11월 발표된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의회 직원 2명 중 1명(51%)은 직장 내 괴롭힘(bullying), 성적 괴롭힘(sexual harassment), 성폭행(sexual assault) 중 하나를 적어도 한 차례 이상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젠킨스 위원장은 보고서에 의회 직원 문화 개혁을 위한 28개의 권고사항을 담았다. 보고서 발표로 할 수 없이 ‘의회의 실패’를 인정한 스콧 모리슨 총리는 권고안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역속이 실천될 지는 미지수다. 결과적으로  히긴스가 쏘아 올린 공은 2022년 총선 전후로  넘어가게 됐다. 

정의를 위한 행진 시위 주최 측은 연방 총선을 앞둔 2월 27일 1주년 시위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유권자들이 모리슨 정부를 감시하고 또 압박하겠다는 뜻이다. 윌리엄스 박사는 “모리슨 정부가 젠킨스 보고서의 권고안을 이행하는지 여부가 선거의 화약고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2년 호주 총선에서 성적 불균형 개선 움직임이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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