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모리슨 총리의 전임자인 말콤 턴불 전 총리는 후임자에대해 “모리슨이 내게도 여러 번 거짓말을 했다”고 폭로하면서 ‘상습적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1일(화) 캔버라의 내셔날프레스클럽(NPC) 초청 연설에서 예상치 않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날 연설자는 모리슨 총리였다. 네트워크 텐(채널10) 방송의 피터 반 온셀른(Peter van Onselen) 정치부장이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전 NSW 주총리와 한 익명의 연방 정부 장관이 주고받은 텍스트 메시지에서 모리슨에 대해 ‘완전한 미치광이(a complete psycho)’라는 코멘트가 있었다”라고 폭로하며 이에 대해 아는지를 질문했다. 당연히 장내가 술렁댔다.

모리슨 총리는 “그런 텍스트에 대해 모른다”라고 답변했다. 반 온셀른 기자는 “2년 이상 된 이 메시지는 여름 산불위기(2019-20년) 때 보낸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이 산불 위기 때 모리슨 총리는 몰래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여름휴가를 떠났다가 국민들의 원성이 커지자 급거 귀국해 사과를 해야 했다. 

미치광이 코멘트와 관련, 자유당 여러 정치인들이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부인 발표가 줄을 이었다. 베레지클리안 주총리는 “그런 메시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had no recollection of such messages)"고 1일 부인했다.

이어 마리즈 페인 외교장관, 폴 플레쳐 통신장관, 자유당 중도 계파의 수장인 사이몬 버밍햄 예산장관, 린다 레이놀즈 정부서비스 장관(Government Services Minister), 수잔 리 환경장관, 앤 러스톤 사회서비스장관 등 베레지클리안 전 주총리와 친분이 두터운 연방 장관들이 “나는 그런 텍스트를 보낸 적 없다”며 모두 부인 행렬에 나섰다. 

그렉 헌트 보건장관은 반 온셀른 기자에게 텍스트를 보낸 장관이 누구인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바나비 조이스 부총리는 2일 탬워스에서 “누군지 신분이 곧 드러날 것이니 자진해서 나와 해명하라”고 압박했다.  

갑자기 불거진 ‘텍스트 메시지 누설 파문’은 총선을 앞둔 자유당내 계보간 알력(factional brawl)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NSW 자유당은 여러 연방 지역구의 공천을 놓고 계보간 다툼이 치열하다.  

한 자유당 중진 의원은 모리슨 총리에 대한 험담 텍스트 누설은 ‘조직화된 공격(an orchestrated hit)’이라고 말했다. 의도된 총리 공격은 모리슨을 총선(5월 예상) 전 총리직에서 물러나도록 하기 위함이다. 유권자들이 모리슨의 리더십에 대해 신뢰를 상실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모리슨 총리와 자유-국민 연립 여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뉴스폴 여론조사 결과 양당 구도에서 노동당이 56:44로 연립을 크게 앞섰다고 발표됐다.

NPC 연설 다음 날(2일) 모리슨 총리는 여러 미디어와 인터뷰를 해야 했다. 선라이즈(채널 7) 인터뷰에서 그는 “나에 대한 험담(nasty things about himself)을 듣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 베레지클리안 주총리 재임 시절 그녀와의 관계가 매우 좋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다른 인터뷰에서 베레지클리안 전 주총리가 모리슨 총리에대한 텍스트에서 ‘a horrible man(끔찍한 남자)’란  부정적인 코멘트를 한 것이 드러났다. 

2일 경합 지역구 중 하나인 시드니 서부의 맥쿼리(Macquarie)를 방문한 모리슨 총리는 “문제된 코멘트를 한 장관은 지금 내각에 없다는 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누구인지 조사할 필요가 없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일자리, 안보, 보건, 복지”라고 말하며 텍스트 파문에서 화제를 돌리려고 노력했다.

자유당 안에서 중도파와 보수파는 당 노선(정책)과 관련해 오랜 다툼을 해 왔다. 특히 공천 경쟁이 ‘밥그릇 싸움’이기 때문에 갈등이 더욱 커진다. 현재 NSW의 도벨, 파라마타, 베네롱, 휴즈 지역구에서 자유당 공천이 결정되지 않았다. 이 지역구들은 모리슨 정부가 재집권하려면 반드시 승리를 해야 하는 선거구들이다.

총선 전 여러 악재가 계속되고 지지율이 추락한 상황에서 집권 자유당은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흔들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NSW 자유당내 계보(보수파)의 수장 중 한 명이자 모리슨 총리의 측근 중 한 명인 알렉스 호크 이민장관은 “NSW 자유당(지구당)에서 투표로 공천을 결정하든지 아니면 연방 개입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작년 후반 오커스(AUKUS) 안보네트워크 출범으로 호주의 프랑스 잠수함 계약 파기와 관련한 언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사적으로 주고받은 텍스트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호주 미디어에 흘려 공격 수단으로 활용한 전력이 있다. 자유당 안에서 텍스트 메시지 누설의 부메랑이 이제 모리슨 총리를 공격하고 있다. 

‘모리슨은 완전 또라이’라는 한 전직 연방 장관의 2년 전 텍스트를 미디어에 누설한 것은 NSW 자유당이 얼마나 혼란상태에 있는지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호주 정치도 ‘진흙탕 싸움’을 하면서 팬들(유권자들)에게 웃음 소재를 주는 가운데 욕도 먹고 있다. 누가(어쩐 전직 장관이) 이처럼 용감무쌍한 코멘트를 현직 총리에게 날렸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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