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모리슨 총리가 새해 들어 더욱 ‘뚜렷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리슨 정부의 총선 공약 중 하나인 종교차별금지법안이 9일 하원에 상정됐다가 10일 새벽 정부의 원안이 아닌 야당의 수정안으로 통과됐다. 노동당과 무소속/군소정당 의원들 그리고 자유당 의원 5명이 동조해 이같은 ‘이변’이 연출됐다.

이 충격으로 연립 여당은 이 법안의 상원 상정을 무기한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총리의 총선 공약이 허망하게 좌절돼 이미 휘청거리는 그의 리더십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긴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일 날짜와 선거용 예산안 편성을 넘어 피터 더튼 국방장관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덧츠(Dutts)’란 애칭으로 불리는 터튼 장관이 인기 폭락으로 은근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모리슨 총리에게 당권 도전장을 내밀지 여부 때문이다. 

총선(5월 예상)을 약 석달 앞둔 상황에서 집권 자유당이 이런 모험을 할지 의문이 들지만 강경 보수 진영에서는 더튼에게 출사표를 던지라고 부추기고 있다.

대표적인 강경 보수 논객인 앤드류 볼트(Andrew Bolt)는 9일 뉴스 코프(News Corp) 칼럼에서 ‘더튼 당권 준비를 하라(Peter Dutton, get ready to lead)’란 제목으로 노골적으로 도전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모리슨 총리에 대해서는 “이제 끝난 듯하다”며 퇴진을 압박했다.

더튼을 앞세우는 자유당내 강경 보수 진영은 “여론조사에서 크게 밀리는 상황을 뒤집고 총선에서 자유당을 구제할 유일한 희망”이라는 주장을 한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인 뉴스폴(Newspoll)은 양당 구도에서 노동당이 56.5%: 43.5%로 연립을 압도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상당하다. 지나친 강경 성향이란 이미지의  더튼 장관이 총리로 나설 경우, 총선에서 참패당할 위험이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전쟁을 앞둔 시기에 지휘자를 교체하는 것은 자멸의 지름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013년 노동당 정부가 총선을 불과 두달 앞두고 줄리아 길러드 총리를 밀어내고 전임자인 케빈 러드를 총리로 재임명하면서 선거에 임했지만 결과는 노동당의 완패였고 토니 애봇 정부가 출범했다. 애봇도 재임 중 말콤 턴불의 당권 도전으로 퇴출됐고 턴불은 더튼의 도전으로 물러나면서 대타인 모리슨이 당권을 거머쥐는 결과를 얻었다. 이처럼 노동당에 이어 자유당도 현직 총리를 당권 경쟁으로 퇴출시킨 전례로 유권자들을 실망시켰다.    

외교장관을 역임한 봅 카 전 NSW 주총리(노동당)는 지난 일요일 트윗을 통해 “'모리슨은 완전 미치광이(a complete psycho)'란 텍스트 메시지를 더튼 장관이 방송 기자에게 누설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초래했다. 더튼 장관은 물론 근거 없는 허위 음해라고 강력 반박했다. 

2018년 자유당 당권 파동 당시 모리슨(당시 재무 장관)은 말콤 턴불 총리의 어깨에 다정하게 팔을 얹고 사진 찍으며 지지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과시했다. 그러나 실상은 이틀 후 당권 경쟁 대비해 은밀하게 득표 준비를 했고 더튼 장관과 대결에서 간발의 차이로 승리해 총리가 됐다.  

당시 더튼은 패배 후 “모리슨 측근에게 두 번 속았다”라고 분개했다. 과연 더튼 장관이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권 도전이란 모험을 할지 여부는 한 두 주 안에 결정될 것 같다. 

이번 주말 자유당 의원들은 계보별로 또 친분에 따라, 향후 정치적 득실 계산을 하면서 막후 표결집으로 밤을 지새울 것이다. 

호주 정치권에서 2018년 이후 뜸했던 총리 임기 중 당권 도전이 재연될지 유권자들은 실망감 속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총리가 막판에 변경되는 경우, 노동당의 총선 전략도 대폭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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