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모리슨 총리가 16일 의회에서 야당 부대표인 리차드 마스(Richard Marles) 의원을 “만주국 후보(a Manchurian candidate)“라고 모욕했다가 황급히 이를 취소하는 촌극을 빚었다. 만주국 후보는 적국을 대신해 활동하는 ‘꼭두각시’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모욕적인 용어다. 

이날 여야 질의시간에 노동당 공세에 열을 올리던 모리슨 총리는 마스 야당 부대표를 지칭하면서 “또 한 명의 만주국 후보가 있다(We’ve got another Manchurian Candidate)"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당 대표가 중국 정부의 허수아비(a puppet of the Chinese government)라는 의미로 이 용어를 사용했다가 선을 넘었다는 비난을 받자 자신의 의회 발언을 철회했다.  

이 발언은 마스 의원이 지난 2019년 베이징 외국어대(Beijing Foreign Studies University) 초청 강연에서 “호주는 중국과 긴밀한 군사 협력을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격한 것이다. 

이 발언이 뒤늦게 정치화되자 마스 의원은 “국방 협력 아이디어는 노동당이 아닌 연립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모리슨 정부가 의회의 권위를 손상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앤드류 월리스 하원의장이 모리슨 총리의 말을 잘 듣지 못했다고 둘러댔지만 노동당의 강력한 규탄이 이어지자 모리슨 총리는 스스로 발언을 취소했다. 노동당은 “허황된 억지 주장과 야당 모욕은 완전 낭패에 빠진 모리슨 정부의 절망적인 행동(a desperate act)”이라고 성토했다. 

모리슨 총리와 자유당내 강경 보수파의 실질적 수장인 피터 더튼 국방장관을 비롯한 여러 각료들이 이번 주 “노동당은  국가안보에 취약하다”며 안보 공세를 펴왔다. 그러나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채 “중국 공산당이 앤소니 알바니즈와 노동당이 호주 총선에서 승리하기를 원한다”라고 공격했다. 

이같은 공세와 관련, 마이크 버지스(Mike Burgess)  ASIO 원장(director-general)은 ABC 방송 세븐서티(7.30)와 대담에서 “해외 간섭은 여야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슈”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리슨 총리의 코멘트에 대한 질문에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맡긴다. 다만 그런 발언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라고 답변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양당의 정책에 거의 차이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안보 논쟁이 총선에 결부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호주국립대 국가안보대학원(National Security College)의 로리 메드칼프(Rory Medcalf) 원장은 “이런 발언은 매우 불행하고 비계발적(unedifying)이며 솔직하게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 5년 이상 양당이 추구해온 안보에서 초당적 협력(bipartisanship)이 크게 저해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앤소니 알바니즈를 지지한다고 발표한 전 호주 외교관이자 연립 비난가인 브루스 헤이(Bruce Haigh)의 주장을 무시하라고 당부했다. 헤이의 주장은 중국 관영 영자신문 환구시보(The Global Times)에 최근 게재됐다. 

메드칼프 원장은 “중국의 선전 도구(propaganda newspaper)에서 홍보의 비중을 감안한다면 우리는 헤이의 기고를 절대적으로 무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중국의 선전 도구에 실린 낮은 수준의 오피니언을 호주 의회와 미디어가 증폭하고 그런 행위가 주요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메드칼프 원장의 우려처럼 자유당의 테드 오브라이언(Ted O'Brien) 의원은 15일 의회에서 이 기고를 거론하며 “중국 공산당의 선전도구인 환구시보가 이제 앤소니 알바니즈를 차기 호주 총리로 인정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노동당 의원들은 저급한 안보 공세에 대해 개탄과 비난 일색이다. 노동당의 줄리안 힐(Julian Hill) 의원은 트위터에 “모리슨의 모욕이 바로 전제주의적 리더들의 손에 놀아났다는 의미”라고 개탄했다. 그는 “스콧 모리슨은 이제 중국의 명령대로 하고 있다. 절망 상태에서 국가안보를 정치화하고 있고 거짓말을 퍼뜨리며 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동당의 에드 후지치(Ed Husic) 의원은 ABC 방송과 대담에서 “2주동안 의회에서 큰 곤경에 빠진 연립 여당이 관심을 분산하기위해 ‘겁주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오늘 의회 행위는 ‘전형적인 패닉(classic panic)’이었다. 모리슨은 크게 압박을 받고 있다. 노인요양원의 국가적 위기, 백신 공급 차질 문제와 신속항원검사 키트 품절 사태, 텅 빈 슈퍼마켓 선반(공급대란) 등 많은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모든 추문이 내각에서 누설되고 있고 동료 의원들조차 그를 헤치고 있다”고 공격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등장한 모리슨 정부의 느닷없는 안보공세를 보며 과거 한국 독재정부 시절의 ‘북풍 공작’이 연상된다.

모리슨 총리가 패닉에 빠진 듯 다급해 보이면서 헛발질이 계속되고 있다. 근거 없는 안보 공세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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