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비롯한 갖가지 질병이나 여러 사고 등은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이민자들의 경우 호주의 복지 시스템에 익숙지 않아 어려운 일을 당하면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거기에 언어 문제까지 겹쳐 더 어려움을 겪는다. 본 칼럼에서는 뜻하지 않게 만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문 복지기관의 도움으로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 그리고 사랑으로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호주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뜻에서 마련되었다. 이번 주는 ‘이민자로서 조금 더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일들(3)’이라는 주제로 10대 자녀 양육에 있어 이민자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공유한다 (편집자 주)

호주로 이주해 온 가정에서의 자녀와 부모, 또는 재혼한 부모와 자녀 간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자녀가 어릴 때는 잘 드러나지 않던 문제들이 십대가 되면서 심각해지는 경우 역시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안 이민자들은 숙련 기술 이민, 파트너 비자 또는 가족 비자를 통해 자녀와 함께 호주에 온다. 

호주 이민이 자녀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이 훗날 자신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부모가 내린  결정에 감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즉 이민 결정에 자녀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또 자녀가 호주라는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하는 경향이 높다. 

두 가정의 예를 소개한다.

C씨 부부는 몇 년 전 숙련 기술 이민으로 호주에 왔다. 취업 등 호주에서의 안정적인 기반을 먼저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부는 어린 아들을 우선 한국에 있는 부모에게 맡겼다. 이후 아들이 14세가 되었을 때 가족은 합류할 수 있게 되었고 이 때 부부는 드디어 가족 모두가 함께 살게 되어 앞으로 평탄한 호주에서의 삶을 누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랜 세월 부모와 떨어져 살았던 아들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대화도 쉽지 않았고 부부가 둘 다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보니 부부는 아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어떤 도움과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지,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했던 아들은 학교 공부를 따라가는 데 있어 부모의 지원과 보살핌을 간절히 원했지만 늘 바쁜 부모에게 도움을 청한다는것은 더욱 어렵게만 느껴졌다.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한 친구 한 명 없이 외롭게 지내던 아들은 결국 공부에 대한 관심을 잃어갔다. 언어 문제까지 겹치다보니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었고 성적은 자꾸만 뒤쳐졌다. 외롭고 우울했던 그는 결국 컴퓨터 게임 중독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또 다른 경우인 J씨 가족의 이야기도 C씨 가정 문제와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다. J씨 부부는 호주 이민 3년 만에 이혼했다. 이후 딸을 부양하며 생계를 위해 풀타임으로 일해야 했던 J씨 부인은 십대인 딸이 학교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또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미처 신경 쓸 틈이 없었고 딸과 거의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다. 오히려 모녀 간에 싸우는 일이 더 빈번해졌다. 그러다가 딸은 자주 학교를 결석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여러 차례 가출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두 가족의 상담을 맡았던 카스 정착 서비스 직원은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을 보여준 이 두 사례는 사실 빙산의 일각이다. 부모들은 자식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에서야 자녀와의 대화를 시도하거나 전문가를 찾지만, 문제는 이미 상당히 심각한 상황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주 초기 단계에서 문화 충격으로 고통을 겪는 어린 자녀들에게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은 자녀의 건강한 성장에 필수적이다. 이민을 계획할 때 부모는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호주 학교는 교육 철학이 한국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자주 자녀와 대화하면서 상호 신뢰를 쌓고 그들의 생각을 묻고 함께 고민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 자식 간 더 나은 의사소통 방법을 찾기 위해 전문가와 상담하는 등 실용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자녀가 새로운 학습 환경에 적응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부모는 학교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우리는 인생에서 리허설도 없이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모가 된다는 것도, 이민도 그러한 것들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우리 모두가 행복한 이민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카스 칼럼은 유튜브 영상으로도 제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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