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친구 랍비가 기독교인들은 언제부터 율법을 지키지 않게 되었느냐?”라는 질문을 했다. 토라의 뿌리를 같이하는 기독교가  유대인들을 중심으로 포교된 것을 잘 아는 지식에 기반한 질문이었다. 예수님과 그의 제자 모두는 할례도 받고, 안식일도 지키고 다른 율법에 정한 절기를 성실히 잘 지키는 유대인들이었다. 하지만 포교가 시작되자 이방의 비유대인들이 율법을 지키는 것이 너무나도 힘든 일이 되자 초대 예루살렘 교회에서 회의를 하게 되었다. 베드로와 야고보와 같은 예수의 제자들이 여러 관련 사건들과 경위를 듣고 교회사에 획기적인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그것이 율법을 제하게 된 사건이었다(사도행전15장). 

피의 제물
피의 제물

그래서, 그 때 이후로 기독교에서는 안식일과 할례, 절기를 지키는 일 등 모든 율법을 지키지 않게 되었지만 그 중에 정말 심각한 몇 가지는 지키도록 남겨 두었다. 바로 우상 제물과 음행, 목매 죽인 짐승, 그리고 피를 멀리하라는 것이었다. 사도행전 15장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그러므로 내 의견에는 이방인 중에서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자들을 괴롭게 하지 말고  다만 우상의 더러운 것과 음행과 목매어 죽인 것과 피를 멀리하라고 편지하는 것이 옳으니..(사도행전15:19-20)”

유대인들이 생명처럼 여기는 율법을 제하게 된 파격이 일어나게 되었지만 그 중 절대 폐할 수 없는 것 중에 특히 피를 멀리 하라는 것은 무슨 심각한 의미가 있는 지 궁금하다. 우리 음식 중에는 선지국같은  피와 관련된 음식도 있고, 한 때 노루의 피가 몸에 좋다고 농장을 찾곤하던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탈무드는 이에 대해 심각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기독교의 성찬 -피를 대신한 포도주의 성찬
기독교의 성찬 -피를 대신한 포도주의 성찬

1. 특별 금지 항목

토라는 매우 단호하게 반복적으로 피를 먹지말라는 경고를 여러 군데 하고 있다.  

레위기는 “너희가 사는 모든 곳에서 새나 짐승의 피나 무슨 피든지 먹지 말라. 무슨 피든지 먹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다 자기 백성 중에서 끊어지리라(레위기7:26-27)”

신명기에서는 “ .. 그 피는 먹지 말라 피는 그 생명인 즉 네가 그 생명을 고기와 함께 먹지 못하리니, 너는 그것을 먹지 말고 물 같이 땅에 쏟으라. 너는 피를 먹지 말라. 네가 이같이 여호와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일을 행하면 너와 네 후손이 복을 누리리라(12:23-25)”

토라는 피를 먹지 말라는 법을 어기면 살던 공동체에서 축출되는 일이 있을 것이며, 또한 후손이 복을 받지 못할 것이란 것을 못박아 경고하고 있다. 율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실제로 법대로 집행하던 시대에 이것을 범하는 것은, 감히 생각지 못할 일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심각한 범죄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왜 이토록 심각한 범죄로 다스렸을까? 

바울의 피의 예배를 대신한 기독교 복음선포
바울의 피의 예배를 대신한 기독교 복음선포

2. 탈무드의 해석

랍비 마이모니데스는 피를 먹는 것을 금하는 것을 우상숭배에 대한 전쟁으로 보았다. 그는 토라가 우상 숭배와 피를 먹는 것을 같은 수준의 강력 범죄로 규정하고 최고 수위의 형량을 부과하고 있다. 탈무드는 앞의 토라 규정들을 

“집 사람이나 그들 중에 거류하는 거류민 중에 무슨 피든지 먹는 자가 있으면 내가 그 피를 먹는 그 사람에게는 내 얼굴을 대하여 그를 백성 중에서 끊으리니(레위기17:10)”

“내가 그 사람과 그의 권속에게 진노하여 그와 그를 본받아 몰렉을 음란하게 섬기는 모든 사람을 그들의 백성 중에서 끊으리라(레위기20:5)”

위 두 구절에는, 거의 법정 최고형에 해당되는 백성 중에서 쫓아 내는 중형을 선고하고 신이 직접 눈을 가까이 대고 눈여겨 볼 것이라는 심각성을 표현 하고 있다. 

디오니소스 신전의 여 사제
디오니소스 신전의 여 사제

이에 대해 마이모니데스는, 피는 영적인 음식이므로 피를 먹는 것은 어떤 영을 함께 지니게 되고 이는 마치 이교도의 영이 몸에 들어오는 우상숭배와 같은 것으로 간주했다. 

당시의 버금가는 지성이었던 랍비 ‘나흐마니데스’도 피를 먹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심각하게 어긋나는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조하였다. 그는 사람은 먹는 것에 당연히 영향을 받게 되고 어느 사람이라도, 살과 피를 통채로 먹는다면 그것은 사람의 심장에 연합하게 되고 사람의 영혼에 새겨지고 그 영혼의 살이 찌우는 결과를 가져 오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동물의 영이 사람 안에서 내주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흐마니데스는 인간이 잔인하고 무자비한 짐승과 같은 류가 될 수 있는 위험을 암시하고 있었다. 

디오니소스 신전
디오니소스 신전

3. 고대의 인간과 피의 제물

고대에 인간의 희생제물을 신전에 드리는 것은 이방 세계에 넓게 퍼져 있었다. 그리스인들 사이에서는 신이 인간을 희생 제물로 원했던 것이 실행되고 있었다. 디오니서스 신전의 여성 사제는 심지어 살아있는 인간의 손을 몸뚱아리에서 찢어내 피와 함께 그것을 먹었다고 전해진다. 남미의 아즈텍들은 살아있는 인간을 제물로 드렸고 사람의 피를 음식으로 함께 먹지 않으면 그들의 태양이 죽고 말 것이라고 믿는 것이 공공연한 인식이었다. 사람들은 극단적인 재앙을 피하기 위해 이 제례를 행하는 것은 태양의 노를 삭히는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끔찍하게도, 사람 몸에서 나오는 신성한 피가 인간을 살려내는 필수적인 에너지원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여사제와 짐승
여사제와 짐승

전문가들은, 아마도 초기의 인간문명은 분명 동물 포식자로부터 테러나 공격을 받았을 것이고 그 때 살아 남기 위해 난폭한 동물에게서 자신을 지키려면, 외부자나 어린 아이나,  다른 동물들을 먹잇감으로 던져줘야 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맹수가 먹이를 먹는 사이 다른 사람들과 그룹은 무사히 도망칠 기회를 얻게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행동들은 분명 야수의 공격을 약화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고 이것은 자연스레 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것으로 발전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리고 잘 준비된 제사에는 희생양에서 포획자의 위치로 전환하게 하는 매개체로서 피의 제사로 발전하고 비로소 사람은 공격받고 잡아 먹힐 것이라는 공포로부터 안심을 얻게되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신은 유대인들에게 두려워하는 이방인들처럼 피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엄중하게 명령했다. “너는 피를 먹지 말라 네가 이같이 여호와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일을 행하면 너와 네 후손이 복을 누리리라”   

탈무드는 비록 험한 세상 속에, 수 많은 이교도의 방식이 있지만, 신성한 영혼을 지키고 후대의 축복을 놓치지 않도록 혼을 내가며 그 길을 알려 주고 있다.  샬롬!

정원일 호주이스라엘 연구소장

문화교류학박사(Grace Theological Seminary) 

이스라엘 & 크리스챤 투데이 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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