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목표는 ‘영주권 취득’

“건설분야 어렵지만 여성도 할 일 많아”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영화 ‘미나리’에 나왔던 대사 중 하나이다. 척박하고 메마른 땅에 뿌리내리기로 결심한 재미 동포의  미국 정착 이민 스토리는 세계를 사로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가족’이라는 보편성과 ‘이민’이라는 다양성을 잘 녹여냈기 때문이 아닐까? 

2022년 호주에도 평범하지만 꿋꿋하게 도전하며 살아가는 청춘들이 여전히 있다. 

지난 2018년  워홀러로 호주에 도착한 한인 여성 케이 강 씨(98년생)는 호주가 좋아서 조금 더 있기 위해 세컨드 비자를 준비했다. 공장이나 농장에 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타일’ 일로 두번째에 이어 세번째 비자까지 받았다. 

“ 사실 타일로 유학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호주에서 사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호주 영주권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 꾸준하게  타일 일을 했으니 영주권 취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타일 유학을 시작하게 되었다.”

여성이 타일러로 일하는 것은 쉽지 않다. 

“주로 하는 일은 타일을 붙이고 난 후 타일을 닦고 타일과 타일 사이 줄눈을 넣고 물과 스펀지를 이용해서 닦아주면서 라인을 예쁘게 만들어주는 그라우팅 작업을 한다. 사실 그라우팅은 꼼꼼하고 빠른 속도를 요하기 때문에 여성일수록 더 유리하다.”  

그라우팅 작업에는 물 한 통과 글루 한 포대(20kg) 정도가 들어간다.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세컨, 써드 비자 신청을 할 수 있으니 도전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추세하고 한다. 

그라우팅 작업 전 현장 사진
그라우팅 작업 전 현장 사진

코로나로 인해서 호주는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대체로 타일러 3명에  그라우터 1명으로  조를 이루어 작업을 할 수 있는데 인력이 부족해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 씨는 현재 브리즈번에서 일 한다. 현장에  처음 나갔을 때는 그라우팅일만 했지만 지금은 일을 더 배워서 타일도 붙이고, 방수작업에 실리콘 쏘는 일도 맡아서 하게 됐다. 

“대부분 남자들이 타일러 일을 하지만 여자라고 못 할 것은 없다.  앞선 회사에서는 사장님이 편견이 있어서 그런지 나보다 늦게 들어온 남자분한테 먼저 타일 붙이는 일을 가르쳐주었다. 현재 직장에서는 사장님이 그런 편견이 없어서 의지만 있으면 다 배울 수 있다.” 

강 씨는 기회가 될 때마다 시멘트와 모래를 섞는 배딩이나 다른 견습생( 데모도)들이 하는 일을 다 배우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어서 건설 현장에서 할 일이 더 많아졌다. 

학업과 타일러 일을 병행하는 것은 정말 피로도가 상상 이상이었다.  

“처음에 외곽지역 추가 점수 때문에 선샤인 코스트에 있는 리버티(Liberty)  학교에서 학업을 시작했었다. 일 때문에 브리즈번 캠퍼스로 이동을 했는데 학업과 이동과정에서 글로벌메이트 유학원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진행할 수 있었다.  현재 벽과 바닥 타일링 3급 자격증(Certificate 3 in Wall and Floor Tiling) 과정이 거의 끝나간다.” 3급 자격증이 가장 높은 등급이다. 

최근에는 직접 발코니 타일을 붙이는 일을 했는데, 현장의 슈퍼바이저가 딴죽을 거는 일도 있었다. 

“스탠다드 높이가 맞지 않다고 우기는 일이 있었다. 현장에서 직접 물을 부어서 물이 잘 빠지고 높이가 맞는다는 걸 보여주고 겨우 마무리했다. 현장에서는 붙였던 타일을 다시 수정하는 등의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어쩔 수 없다”며 강 씨는 웃었다.

강 씨의 목표는 우선 영주권을 빨리 따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목표는 아무래도 영주권을 따는 것이다. 영주권을 취득한 후에도 타일 일을 계속할 마음이 있다. 또 기회가 된다면 원래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과 관련된 일들도 해보고 싶다.” 

“다치지 않고 몸 관리, 체력관리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강씨는 오늘도 쉬지 않고 일터로 나간다. 

어느 토양에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는 강인한 생명력을 연상시킨다. N포 세대, ‘이생망(이번생은망했다)’ 등 요즘 세대를 일반화시키는 많은 부정적인 단어들이 등장했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미나리처럼 끈질긴 삶을 살고 있다.  ‘청춘들’에게 격려와 위로가 필요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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