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에서 교차성(intersectionality)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이미지 (사진출처_게티 이미지)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하게 고조되고 있는 사회 갈등은 다름 아닌 “젠더 갈등”일 것입니다. 세대 갈등, 이념 갈등 등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다양한 갈등과 대립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지만, 젠더 갈등은 함께 상생하는 대안을 찾기 위해 토론을 하는 분위기보다, 서로를 향한 혐오 정서로까지 발전되어 특별한 목적 없이 상대를 적대하는 것에 더욱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심지어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최근 정치권에서는 캐스팅 보트가 되는2030세대의 표심을 붙잡기 위해 여성가족부와 존치와 폐지 및 이십 대 남성 담론 등 각종 젠더 관련 정책들을 쏟아 내며,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더욱 염려가 됩니다.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어떻게 하면 젠더에 관계없이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지 같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온라인 상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주요 갈등 담론의 언급량 변화 (사진출처_중앙일보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동료 여성들을 기리며 시작되었습니다. 1908년 3월 8일 뉴욕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그곳에 모인 1만 5천여 명의 여성노동자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라고 외쳤습니다. 빵은 저임금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의미하였지요. 이후 전 세계적으로 남녀 차별 반대와 여성 인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유엔은 1977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각국에서는 매년 3월 8일 빵과 장미를 나누며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일어난 여성 시위의 모습 (사진출처_미디어 인디아 그룹)

2022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UN에서 지정한 슬로건은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오늘의 성 평등(Gender equality today for a sustainable tomorrow)”입니다. UN에서는 본 슬로건에 대해 인류를 위협하는 심각한 글로벌 과제가 “기후 변화와 이로 인한 재난 위험”인데, 여성은 세계 빈곤층 대다수를 구성하고 기후 변화 영향에 더 취약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동시에 여성과 소녀들은 기후 적응과 완화를 효과적으로 실행할 강력한 지도자이자, 그들이 지속 가능성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것은 보다 효과적인 기후 행동으로 이어진다.”라고 전하였습니다. 이에 여성과 소녀들이 기후 변화와 지속 가능성에 더욱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제약 조건을 완화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2022년 세계 여성의 날 포스터 (사진출처_유엔 여성기구)

개인적으로는 기후 변화 때문만이 아니라, 이 슬로건은 현재 사회에서 당면하고 있는 젠더 갈등을 풀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준다고 생각하는데요, 성 평등은 어느 한 젠더를 상위로 고려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이해와 함께, 내일을 위해서는 상호 공존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딸과 아들, 누나와 오빠로 존재하는 우리는 서로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가 사랑하는 존재일 텐데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우리의 미래에 우리가 다른 젠더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젠더 갈등이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유독 여성들의 인권에 대한 어젠다들만 자주 이목을 끄는 것처럼 보일까요?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통계들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미션 오스트레일리아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에 비해 배우자에게 가정 폭력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하고 있습니다. 여성 6명 중 1명이 배우자로부터 신체적, 성적 폭력을 경험한 반면 남성의 경우, 16.1명 중 1명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정 폭력 가해자의 75%는 남성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25%는 여성으로 보고 되고 있습니다. 

세계 보건 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3명 중 1명의 여성이 배우자나 심지어는 배우자가 아닌 사람으로부터 신체적, 성적 폭력을 경험하였으며, 이는 약 7억 34백만 명에 이르지만, 놀랍게도 이 수치는 지난 1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으로부터 존재를 보호하는 것은 젠더에 상관없이 존중되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은 인권이라고 믿습니다.

호주 내 가정 폭력에 대한 통계 (사진출처_미션 오스트레일리아)

여성 인권에 대한 어젠다를 제시할 때, 여성이기 때문에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특권을 누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면 그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불평등을 낳는 일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젠더와 상관없이 인권으로 접근한다면, 누구든 폭력으로부터는 보호받아야 하고, 이러한 보편적인 영역에 있어 그 피해가 특정 젠더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면, 자연스럽게 그 젠더를 중점적으로 보호와 개선을 요청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에 빠진 아이를 보면, 별다른 사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바로 구하게 되는 것과 같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고 위험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어떤 특정 그룹의 이해관계나, 기득권을 뺏는 전략적인 일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때문입니다. 

모두를 위한 성 평등 공부 책 표지(사진출처_예스24)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성 평등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책을 한 권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모두를 위한 성 평등 공부”(이나영 저)라는 책인데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여덟 가지 주제를 가지고 성 평등 교육의 필요성과 함께 성 평등의 실현이 어떻게 가능한지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젠더에 상관없이, 서로 다른 젠더의 다양성으로부터 오는 풍성함을 함께 기념하고, 감사하는 아주 멋진 표현으로, 다가오는 세계 여성의 날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장미 한 송이 선물하는 것은 어떤가요? 

후원문의: 굿네이버스 호주 (W. http://goodneighbors.org.au)

P. 0416 030 381 / Kakao. GN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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