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자초한 이유로서 거론된 몇 가지 가운데 하나가 국민 간 갈등과 통합부재다. 우리 사회와 비교하여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다. 한 가지 다른 점은 그 나라 국민의 상당 부분이 러시아어를 쓰는 러시아계여서 친러와 친서방 구성원 간의 이해관계와 정서적 차이가 커 그렇다는 설이다. 

한 나라의 국민통합 부재 또는 취약은 쉬운 말로 뭉치지 못한다는 뜻인데 그런 나라는 콩가루 집안이니 아무리 경제가 잘 되고 좋은 무기를 가져도 힘을 발휘할 수 없다.   

한국은 근래 타민족의 이주가 늘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은 세계적으로 드문 단일민족이다. 그러므로 정치인들이 지적하는 바  국민통합의 취약은 혈통보다 빈부, 교육, 직위와 같은 사회경제적 차이(Socioeconomic differences)에 있다고  봐진다. 다른 요소로서 한 가지 이해하기 어려운 건 좌우(左右)성향에 따른 분열이다. 이때 좌가 친북을 의미한다면 그건 21세기 대명천지에 어디에서나 찾아 볼 수 없는 백두혈통의 1인 독재 세습체제를 돕는 건데 그래도 될까?

당위는 실천이 아니다 

이 큰 과제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이번 대선 정국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 국민 간 분열과 갈등에 대하여 다른 차원에서 몇 마디 써보고자 한다. 대선이 불과 몇 일 앞으로 임박하니 사람들의 관심은 권투시합 보듯 온통 승부에 쏠려 다른 정치와 사회 이야기는 매우 싱겁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문제는 단기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파악되어야 한다고 볼 때 요란한 대결에도 불구하고 선거 결과는 일부 이해 당사자 말고는 크게 낙담하거나 쾌거를 부를 일은 아니다. 

더욱 양대정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 격차가 초박빙이라고 하고 또 선거 조작설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자유선거이니 지금은 누구도 선거 결과를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용히 기다려봐야 한다.  더 크게 관심을 가져야 할 건 대선 후다. 그간의 대선 정국을 보면 새 정권이 어느 세력이든 조용할 것 같지 않다.

우리의 헌정사상 대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때 마다  지금처럼 뜨거웠었다. 그러나  국민의 뜨거운 정치적 열망과 사회 분위기가 나라를 크게 바꾸지 못했다. 그랬다면 지금 쯤은 선거가 조용히 치러져야 할 것 아닌가.

기존의 글에서 늘 강조해온 대로 행태주의 입장인 필자는 앞으로 한국이 비자유민주주의, 전체주의 국가로 돌아가지 않는 한 국민의 자질과 수준이 장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믿는다. 정권을 잡는 자와 세력은 먼저 그 정권을 공고히 하고 연장하는 데 머리를 쓰게 되어 있다. 그건 권력의 속성이다. 믿을 건 국민 밖에 없다.

양후보와 정당 간 논쟁은 뜨겁지만 따져보면 대북정책을 빼고는  크게는 똑 같은 말과 정책을 말하고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정의롭고 공평한 사회, 높은 경제성장, 튼튼한 국방 아닌가.

과거에 그게 잘 실천에 옮겨지지 못했다면 그 무성했던 지적과 폭로와 공개 토론과 논쟁은 모두 당위(當爲)였지 구체적 실천 방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 과정도 예외가 아니다. 인문학 지식이 강한 한국의 지식인과 정치인들은 멋진 말과 글로 문제를 지적하고 묘사하는 건 잘하지만 구체적 처방과 대안을 내놓은 과학적 분석은 잘 안한다. 그건 인문학이 아니라 사회과학 연구 영역이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멋진 말과 폭로와 인신공격, 사이다 발언은 듣고 읽기 좋아하나 구차한 대안 설명은 지루하다고 한다. 그러니 문제 해결은 안 되는 거다. 

자기 이익과 전체 이익

무엇보다도 사회에 대한 인식과 행동이 자기 이익보다도  전체 이익을 먼저로 하는 국민이어야 한다. 자기 이익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민족과 집단은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풍토에서 그게 더 하지 않나 생각하다. 누가 봐도 분명한 불의이고 비리이지만 자기에게 이익이라면 “힘내십시오”하고 지지하고 동조하는 하수인 노릇을 마다하지 않는 구성원이 많다면 분열은 불가피하다. 그런 사회에서는 법과 제도와 정책이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소용이 없다.

서두에서 우리와 우크라이나 구성원 간의 결속과 통합을 언급했지만, 조국을 위하여 자원해서 싸우러 포화 속으로 돌아가는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을 볼 때 애국심은 병역기피가 일상화 되었던 우리보다 몇 갑절 뜨거운 것 같다.

김삼오(커뮤니케이션학 박사,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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