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적으로 새로운 불안정의 원천(major new source of uncertainty)이 되고 있다”

1일 호주의 기준금리를 현 수준(0.1%)으로 동결한 호주중앙은행(RBA)의 필립 로우 RBA 총재는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세계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호주 경제가 작년 10-12월 분기에 3.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통계국(ABS)이 이번 주 발표했다. NSW의 성장률은 6.7%, 빅토리아주는 3.7%를 기록했다. 종전 분기별 최고 성장률은 2020년 7-9월 분기의 3.4%였다.  

앞선 7-9월 분기는 1.9% 위축됐었다. 델타 변이 확산 억제를 하기위한 NSW와 빅토리아주의 장기 록다운 여파 때문이다. 이어 10-12월 분기별 성장률 3.4%로 연간 성장률이 4.2%로 상승했다. 따라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후반보다 호주 경제가 거의 3.4% 성장한 셈이다.  

2일 조쉬 프라이든버그 연방 재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NSW와 퀸즐랜드의 홍수로 인한 자연재난이 강력한 호주 경제 회복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글로벌 전망에서 불안정과 팬데믹의 지속적인 여파에도 불구하고 호주 경제는 매우 강력한 위치에 있다”면서 호주의 경기 회복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호주 교역의 0.2%를 차지한다. 사실상 호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셈이다. 러시아 정부는 약 80억 달러 상당의 호주 정부 채권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가계와 기업에게 한가지 중요한 점은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으로 인한 연료 가격 앙등 여파다. 1월 휘발류값이 기록적으로 상승했다. 러시아의 침공과 글로벌 원유 공급 문제(global oil supply crunch)가 주원인이다. 국제 원유가격은 6년만에 처음으로 지난 2주동안 배럴당 미화 $110를 넘었다. 호주 소비자들은 리터당 $2 이상의 휘발류 가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호주 동부의 큰 홍수로 향후 몇 달 동안 공급망 차질이 우려된다. 홍수 피해 지역의 슈퍼마켓 진열대 중 텅 빈 곳이 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작년 후반의 장기 록다운을 벗어났고 국경봉쇄도 해제되면서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있는데 국내외 요인으로 생활비가 폭등하면서 물가인상률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영향력이 큰 호주의 경제분석가 알란 콜러(Alan Kohler, ABC방송 경제해설가)는 ‘푸틴과 서방의 대결 - 광기가 약점을 파고들다(Putin v the West - madness meets weakness)’란 제목의 칼럼(뉴 데일리)에서 이번 사태를 다음과 같이 분석, 전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유럽은 첫 석유 파동 43년 후 또 한 번의 오일 쇼크가 올지를 걱정하고 있다. 이란 혁명 후 1979년 첫 오일 쇼크로 유가가 2배 폭등했고 글로벌 생산은 4% 하락했다. 또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자율이  폭등하면서 1982년 불황(recession)을 초래했다.  

당시 글로벌 부채는 GDP의 약 35%에 불과했다. 현재는 350%로 미화 300조 달러($US300 trillion)에 육박한다. 1979년 첫 오일 쇼크 당시와 현재의 큰 차이 중 하나는 부채의 폭등이다. 러시아는 세계 원유의 13%와 유럽의 가스 중 40%룰 공급하는 자원 부국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수출을 금지(Russian export embargo)한다는 것은 사실상 생각할 수 없는(virtually unthinkable) 상황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신성 주권에 기초한 세계 질서를 파괴한 것은 장기적으로 서방에게 큰 도전일 될 것이다. 푸틴의 역사적 망상이 서방 경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서방 경제의 취약점은 오랜 기간동안 이자율 하락으로 자산 버블(asset bubbles)과 부채가 폭등했다는 점이다. 금융기업과 억만장자들(투기 자본)이 세계 금융을 주도한다.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과거와는 다르게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여기에는 정부로부터 중앙은행의 독립과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를 통한 재정 정책의 이데올로기적인 퇴조(ideological debasement of fiscal policy)도 한 몫 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에서 보듯 미국의 영향력은 최근 현저히 감소했고 미국이 국내의 산적한 문제 대처에 급급한 점도 NATO의 참전 없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에서 과감하게 나서지 못하는 배경일 것이다.  

하이에나는 정글의 맹주였던 사자의 이런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욕먹을 것 각오하고 용감하게 먹이 사냥에 나섰다. 음흉한 곰이 뒤에서 망을 봐줄 것임을 알고 있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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