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작가 지소연(32)씨가 시드니 스트라스필드에 첫 셀프 사진 스튜디오인 ‘그레이 포토스튜디오(GREY photo studio)’를 오픈했다. 호주에 K-포토의 저력을 보여주기위해 문을 연 이 스튜디오는 지 작가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찼다. 다음은 지소연 작가와 일문일답.

지소연 작가

▲ 어떻게 호주에서 셀프 포토 스튜디오를 오픈할 생각을 했나?

“한국에서는 꼭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오늘의 나와 우리를 기록하는 사진 문화가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심지어 할머니랑 길을 가다가도 포토부스가 있으면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 게 낯설지 않을 만큼 굉장히 다양한 브랜드의 셀프 사진관, 포토부스들도 있다. 더군다나 요즘은 K-팝, K-드라마 등 한국 문화의 위상이 해외에서도 피부에 와닿게 느끼고 있는데 K-포토 문화를 호주에 전파하고 싶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호주에 셀프사진을 메인으로하는 ‘셀프 사진관’이 없었다. 그래서 냅다 만들어버렸다.”  

▲ ‘그레이 포토스튜디오(GREY photo studio)’란 이름을 붙였는데..  

“처음에는 흑백 사진 작업만 했다. 흑과 백이 섞인 GREY photo studio라는 이름이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은 컬러 촬영도 하고 있지만 회색은 조화롭게 어떤 색과도 잘 어우러진다. 나도 사진을 찍으러 오는 고객분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싶은 마음에 이름을 변경하지 않고 계속 사용하고 있다.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지만,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한 고객분들이 SNS에 사진을 올릴 때 ‘’여러분 모두 그레이 하세요’ 라는 멘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외국 고객들은 “Great Grey photo studio” 라고 말장난도 많이 남겨준다. 고객분들께서 직접 만들어 준 이런 멘트에 대한 애착도 크다.” 

▲ 그레이 포토스튜디오만의 특별함은 무엇인가?

“발랄함이다. 남녀노소, 반려동물 가리지 않고 모두 사진을 즐길 수 있고, 다양한 색상의 배경지와 다양하고 알록달록한 소품으로 모두 발랄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GREY photo studio 오픈과정

▲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스튜디오를 셀프 인테리어했다고 들었다. 

“맞다! 셀프 사진은 주로 내가 도맡아하며, 반려동물이나 인물 프로필 사진은 남편이 담당한다. 하루 종일 붙어서 일하지만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남편이 많이 참아주는 편이다. 그리고 스튜디오를 오픈하겠다는 아이디어가 생각난 이후로 장소 계약, 오픈까지 한 달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스튜디오를 오픈하게 돼서 인테리어를 업체에 맡길 자본도, 시간도 부족해서 A부터 Z까지 손수 만들고, 뜯고, 붙였다. 전문가들이 보기에 많이 부족할 수 있겠지만, 공간 구석구석 우리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보니 우리 부부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곳이다.” 

 

“스튜디오를 다녀간 고객들, 다녀갔던 동물 친구들 사진, 

동영상 보는 게 삶의 낙이 됐다”

 

▲ 처음에는 셀프 스튜디오로 시작해서 지금은 증명사진, 프로필 사진 그리고 반려동물 증명사진까지 작업한다. 이런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나?

“무한한 욕심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템들을 계속 생각해 내고 실현시켜서 고객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게 제공하고 있다. 처음 스튜디오를 시작할 때에는 공간상의 이유로 인물 셀프 사진만 작업했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틈틈이 준비해서 반려동물 동반 촬영도 가능하도록 공간을 업그레이드 했다. 반려동물 친구들이 예쁘게 단장하고 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에 가는 일은 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큰마음 먹고 방문해 주는 털 뭉치 친구들을 더 예쁘게 담아내고자 ‘반려동물 증명사진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GREY photo studio 오픈과정

▲ 지소연 작가의 호주 정착기가 궁금하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지쳐서 그만 뒀다. 이후 어학연수 등 한국에 붙어있지 못하고 계속 해외로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여행은 지출뿐인데 돈을 벌면서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오면서 ‘당연히 1년으로는 성에 차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초기에 농장에서 세컨드 비자를 땄다. 그 후 퀸즐랜드 북부  타운즈빌에서 일을 했는데 새로 오픈하는 케언즈 레스토랑 지점에서 매니저로 일했다. 비자가 끝나가던 무렵에 남편을 만났다. 둘 다 해외에서 더 경험하고자 했고 호주의 날씨, 분위기가 너무 좋아 이렇게 호주에 남게 되었다.” 

GREY photo studio 오픈과정
워킹홀리데이 시절 근무 명찰

▲ 스튜디오와 고객 사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지소연 작가의 정체성과 많이 닮아있다. 어린 시절은 어땠나?

“그렇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우리 부부가 바빠서 티는 잘 못 내지만 둘 다 개그욕심이 강하다.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 관심받는 것도 좋아한다. 이런 우리의 성격이 스튜디오에 녹아든 게 아닐까? 어린 시절에는 매해 장래희망이 바뀌었다. 아나운서, 초등학교 교사, 대통령 등.. 꿈을 크게 가져야 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은 연극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또 다른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레이 포토스튜디오는 편하게 놀러 올 수 있는 곳으로..

나 역시 친근한 사진관 언니, 누나로 기억되고 싶다. 

 

지소연 작가 부부

▲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이 있다면?

“오픈 초기에 할머니, 엄마, 딸 이렇게 세모녀가 오셨다. 사진을 너무 재밌게 잘 찍으셨고, 제일 큰 액자도 맞춰 가셨다. 처음에는 또래 친구들만 와서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은 연령에 관계없이 정말 다양한 분들이 방문을 하신다. 그분들이 물꼬를 터주신 느낌이라 특히 기억에 남는다.” 

▲ 지소연 작가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인가?

“‘기록’ 그 자체이다. 어느 순간부터 글이든 사진이든 기록하지 않는 기억은 쉽게 흩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사진들을 뒤적이면서 ‘아! 그때 이런 일도 있었지, 그때 이런 친구들이랑 함께 했었지.’ 하고 희미하게 남아있는 기억들을 다시 뚜렷하게 해줄수있는 기록이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지소연 작가

▲ 향후 스튜디오 운영의 구체적인 비전이 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스튜디오가 생각보다 더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오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시드니에 계신 플로리스트 분과 함께 셀프 웨딩촬영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가까운 시일 안에 스튜디오 내부와 촬영에 관련된 무언가가 크게 바뀔 예정이다. 빨리 고객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어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제 막 구체화시키고 있는 단계라서 아직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GREY 스튜디오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면 업데이트되는 소식들을 보실 수 있다.” 

[주소] basement suite101/30-34 Churchill Ave, Strathfield

[이메일] photostudio.grey@gmail.com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grey.photo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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