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비롯한 갖가지 질병이나 여러 사고 등은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이민자들의 경우 호주의 복지 시스템에 익숙지 않아 어려운 일을 당하면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거기에 언어 문제까지 겹쳐 더 어려움을 겪는다. 본 칼럼에서는 뜻하지 않게 만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문 복지기관의 도움으로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 그리고 사랑으로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호주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뜻에서 마련되었다. 이번 주는 위 진선 카스 직원으로부터 카스에서 운영하는 여러 그룹 중 솔잎 그룹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 주).

솔잎 그룹의 생일 파티 모습
솔잎 그룹의 생일 파티 모습

카스가 운영하는 ‘솔잎(Solip) 시니어 그룹’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018년 8월이었다. 그룹에서 어르신들을 섬기는 경험이 많지 않았던 나는 당일 첫날 멋을 부린다고 하이힐을 신고 갔으나 움직일 때 마다 나는 소리가 프로그램 진행에 방해되는 것 같아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다니며 그룹에 참여했던 것을 이제는 웃으며 기억한다. 그 날의 작은 행동이 참가자들에게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고 첫 날부터 솔잎 그룹 멤버들에게 수월하게 받아들여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솔잎 그룹과의 인연은 이제 5년 가까이 되었고 그 사이 나는 이 그룹을 담당하는 코디네이터가 되었다. 매주 목요일 솔잎 그룹과의 만남은 나의 일상이 되었으며 삶의 큰 즐거움과 보람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에게서 삶의 의미를 배우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아직 노년에 이르기에는 젊은 나이여서 여러가지 면에서 어르신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르신들과의 만남은 내게 행복한 기억만을 준다.

솔잎 그룹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점은 그룹에 참가하는 분들 각자가 이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분은 관절을 튼튼하게 하는 타이 치(tai chi)를, 또 어떤 분은 노래 레슨을, 또 한국 전통 춤을 가르치기도 한다. 그만큼 재능있는 분들이 많다. 그 중에서 이번 칼럼을 통해 손 신자 어르신을 소개하고자 한다. 

손 신자 어르신
손 신자 어르신

손 신자 어르신은 멤버들의 두뇌 활동을 위해 학창시절 추억이 담긴 노래나 가수, 이야기들을 엮어 퀴즈로 만들어 시간 여행을 떠나는 퀴즈 시간을 담당하신다. 예를 들어 “유럽정복을 위해 나폴레옹은 알프스의 생베르나르 산을 넘게 되는데 왜 산을 넘어야 했을까요?” (침묵… ) “정답은 그 당시 터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받고는 답을 찾기 위해 나폴레옹 시대까지 상상의 여행을 다녀오며 고민하던 어르신들은 정답을 듣자마자 “맞어!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하며 박장대소를 터뜨린다. 이런 난센스 내용이나 생각을 하게 하는 퀴즈로 분위기를 띄우는 손여사는 솔잎 그룹의 분위기 메이커이시다.

손 여사는 호주로 이주하기 전 한국에서 30여 년간 유치원 교사로 일하며 요양원을 방문하거나 교도소에서 상담을 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원봉사를 해왔다. 

호주로 이민와서는 슈퍼마켓과 작은 편의점(kiosk) 등 사업을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사업에서 물러나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 해외에 살고 있기에 고국에 계신 부모님을 자주 찾아뵐 수도, 아프다는 소식이 들려와도 보살필 수 없는 상황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런 마음이 통해서일까. 해외 이민자로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이들은 자신의 돈을 털어 호주에 사는 한국 어르신들을 부모님처럼 섬기자는 뜻에서 한 그룹을 조직하게 되었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것이기에 처음 시작한 분들 모두 열정은 높았지만 개인들이 모여 그룹을 운영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중 다행스럽게도 2014년 8월 카스 그룹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룹을 위해서는 정말 다행이었다. 카스에 합류한 이래로 그룹 운영은 더 체계화되어 어르신들은 여러가지 면에서 다양한 혜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손 여사는 다른 동료와 선배들이 나이 들어서도 배움의 기쁨을 알도록 격려하기 위해 두뇌 개발을 위한 재밌고 유익한 내용의 퀴즈를 만드는 등 꾸준히 그룹에 기여하고 있다. 그녀는 시니어들이 대접받는 노인으로서가 아니라 ‘베푸는 어른으로’ 우아하게 늙어가기를 소망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으로 자녀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부모가 되는 것, 손 여사의 또 다른 소망이기도 하다.

그동안 솔잎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처음부터 이 그룹에 참여한 사람들, 또 계속 들어오는 새로운 맴버들 모두 우리는 여전히 한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어르신들에게 이 솔잎이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멤버 한 명 한 명이 홀에 모인 날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을 통해 알 수 있다. 

크리스마스 파티 후 솔잎 그룹 스텝들이 함께 찰칵!
크리스마스 파티 후 솔잎 그룹 스텝들이 함께 찰칵!

COVID-19으로 인해 작년 크리스 마스 파티를 마지막으로 중단되었던 대면 모임이 지난 3월 중순 다시 시작되었다. 그 동안 줌(ZOOM)을 통해서만 모임을 유지하다가, 오랜만에 만나니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이 날 생신을 맞이한 분들을 위한 생일 파티에서는 모두가 함께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축하했다.  

COVID-19 록다운이 진행될 때 그룹 활동이 다시 지속되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솔잎 그룹이 더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어르신들과 함께 하기를 늘 고대한다. 

손 신자 어르신을 비롯, 자원봉사자들과 스텝들 모두 일주일 한 번의 그룹을 진행하기 위해서 각자 맡은 일을 준비하는 작업은 그리 만만치 않다. 하지만 솔잎이 내뿜는 향긋한 내음처럼 우리 모두는 솔잎 그룹이 그렇게 한인 어르신들의 마음에 ‘아름다운 향기’로 남기를 소망한다. 

• 솔잎 그룹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직원들이 어르신들에게 퍼즐 게임, 미술, 체조, 소풍, 세미나, 노래 교실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통해  \사회 활동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행복한 노후를 지향하며 간병인들(가족)에게도 휴식 시간을 제공해 드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솔잎 그룹 모임에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일시 및 장소: 매주 목요일 오전10-2시까지, 웨스트라이드 커뮤니티 홀

- 참석 인원: 45명 정도 

- 자원봉사자: 매주 4~5명이 어르신들 음식 제공과 액티비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

- 문의: 위진선 코디네이터 (0427 725 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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