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에 서다
#꿈의 무대에 서다

호주 초연 '라 주이브(La Juive)' 주역 공연으로 갈채를 받았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안녕하세요, 오페라 오스트렐리아 소속 오페라 가수 소프라노 에스더 송 (송예은)입니다. 너무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리허설도 즐거웠고 또 꿈의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든 순간들이 정말 감사하고 소중했다. 공연준비 시간은 길었지만 총 7번의 공연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빨리 지나간거 같아 많이 아쉽고 벌써부터 무대가 그립다.” 

프랑스 오페라 <La Juive>(유대인 여자)에서 첫 주역으로 공연한 ‘Princess Eudoxie’는 어떤 캐릭터였가?

“La Juive는 유대교의 종교적인 바탕을 가지고 만들어진 오페라이다. 무거운 소재이지만, Princess Eudoxie만은 발랄하고, 톡톡 튀는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밝은 에너지의 매력을 무대에서 마음껏 선보일 수 있는 역할이었다.” 

처음 Princess Eudoxie 주역 발탁 소식을 들었을 때를 회상한다면? 

“믿기지 않았다. 너무도 빨리 꿈이 현실이 되어서 기쁘고 감사하면서도, 주역으로 첫 오페라 하우스 데뷔를 하게되어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했었다. 역할을 준비하면서, 무대를 통해 다양한 배움과 경험을 쌓을수 있었다는게 제일 감사하다. 음악 말고는 다른 꿈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번 오페라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La Juive>라는 작품은 많은 오페라 가수들도 본적이 없는 오페라였다. 하지만 음악이 너무 좋아서 준비하는 기간동안 아주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다. 모든 오페라가 그렇지만, 제일 어려웠던것은 불어로 연기와 노래를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시에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  제한적인 시간들을 보내기도 했다.

호주에서 처음으로 하는 오페라였고,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가 코로나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난 후 회복해야 하는 중요한 시즌이었다. 그런 부담 속에서 출연진들과 스탭 등 모든 분들이 최선을 다했고, 공연 예매율 90% 넘는 가슴 벅찬 성공을 경험했다.”

# IMPOSSIBLE IS POSSIBLE
# IMPOSSIBLE IS POSSIBLE

오페라 가수 에스더 송(Esther Song)은 4살까지는 너무 조용해서 부모님이 걱정을 할 정도였다.. 5살부터 갑자기 동요 부르기에 푹 빠졌다. 택시를 타서 내릴 때까지 동요를 메들리로 불렀다. 그는 어릴적부터 음악 말고는 다른 꿈을 가져본적이 없다. 

첼로 전공이었는데 어떻게 뒤늦게 성악으로 바꾸면서 성공을 했는지 궁금하다.

“시드니음대에서 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때까지만 해도 성악을 배워본 적도 없었고 사실 오페라에 관심도 없었다. 어머니가 교회 성가대 지휘를 하실 때 인원 보충을 위해 도와드리곤 했었다. 어느날 찬양 연습을 하던 중 갑자기 성악 발성이 가능하게 됐다. 아직도 무어라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 때 함께 듣던 부모님들도 너무 놀랐고.. 우리 가족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믿는다.” 

“한 번도 성악을 해본적 없는 사람이 갑자기 성악 발성이 됐고, 

5주만에 시드니 음대대학원을 장학생으로 들어갔습니다..”

교수님께서 저를 받아주시고, 짧은 5주간에 준비로 대학원 오디션에 합격했다. 교수님께서 처음에는 제가 대학원에 합격하는 것은 ‘Impossible(불가능)’이라고 말했죠. 그래도 목소리를 들어주시고 학생으로 받아주셨고, 열정으로 가르쳐주셨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전공을 바꾼 후 ‘밤의 여왕’ 주연으로 캐스팅이 돼 공연을 했는데..   

“시드니 음대 오페라과는 1년에 2번 오페라 공연을 하고, 학생 수가 많아서 학기 초반에 오디션을 보고, 역할을 배정받는다. 처음 오페라 <마술피리>를 한다고 들었을 때, 그냥 ‘밤의 여왕’ 아리아가 좋아서 그 역할로 오디션을 하고 싶다고 교수님께 말씀을 드렸다. 

교수님이 고난도의 밤의 여왕보다는 공주 역할의 ‘파미나’를 연습하라고 제안하셨다. 성악을 시작한 지 1년밖에 안된 저에게는 당연한 말이었을 것이다. 사실 공주역이 스토리면에서는 더 주연이다. 

오디션 일주일 전 교수님께 조심스럽게 ‘밤의 여왕’으로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다시 말씀을 드렸고 감사하게도 교수님이 허락해주셔서 오디션을 봤다. 15분 정도의 교수님, 감독님, 음악 감독님들이 쭉 앉아계셨다. 들어가서 인사를 하고. “밤의 여왕을 부르겠습니다” 했을때 그 자리에 계셨던 모든 분들의 놀란 얼굴이 저의 담당 교수님을 향했다. 마치 “에스더가 밤의 여왕을?” 하는 표정이었다. 오디션은 성공적이었고 밤의 여왕으로 역할을 받고 또 오프닝 주역으로 공연을 하게됐다.” 

정말 놀랍다. 전공을 바꾸면서 남들보다 더 많이 연습하며 나아갈 때 두렵지는 않았는지?

“사실 처음에 성악을 시작했을 때 오페라 가수로서 성공이나 어떤 꿈이 있지 않았다. 나의 소망은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쓰임 받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무대 서는 것이 즐겁고, 노래를 할 때 정말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2년 석사과정에서 2학년 때부터는 오페라 가수라는 구체적인 꿈을 꾸게 되었다. 석사과정에서는 밤의 여왕으로 시작해서, 주연으로 캐스팅을 놓친적이 없었다. 때문에 자신감도 넘쳤고, 쉼 없이 노래하고 달려갔다.  

그러나 졸업 후 마주한 오페라 가수라는 현실은 너무도 좁고 외롭고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하는 국립 오페라단은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딱 하나다. 노래를 잘하는 소프라노는 너무 많고 자리는 한정돼 막연한 미래 앞에 많은 걱정을 하기도 했었다.”

음악이 가진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음악은 모든 사람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이며, 치료 목적으로도 쓰일만큼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보는 이유는 스토리의 상황과 캐릭터들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감정을 느끼고, 음악은 감정 그 자체이다. 덧붙여, 내가 생각하는 뛰어난 음악은, 목소리를 포함한 어떤 악기든 작곡가, 연주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 청자들에게 잘 전달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프라노 에스더 송
소프라노 에스더 송

첼로와 성악으로 몰입하는 방법이 다를 것 같은데..

“가사가 없는 악기 연주는 작곡가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를 상상하며 감정 몰입을 한다. 동시에 작곡가의 시대, 개인적인 배경을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오페라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어떤 감정을 표현해야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듯이, 같은 역할도 누가 맡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성향과 감정이 다르게 표현된다.”

‘성악’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서 갖춰야하는 역량이 있다면? 

“오페라 가수의 길은 끊임없는 연습과 공부이다. 언어와 연기력, 때론 춤 실력까지 골고루 갖춰야한다. 무엇보다 무대 경험을 많이 쌓는게 중요하다.” 

조수미 성악가는 인터뷰에서 ‘컨디션 조절’이 가장 어렵다고 했는데 에스더 송은 어떻게 컨디션 조절하나?

“노래하는 당일에는 거의 음식을 먹지 않고 물을 많이 마신다. 잠도 물론 잘 자야한다. 울면 얼굴 뿐 아니라 목도 부어서 슬픈 영화나 드라마는 절대 보지 않는다. 또 시기가 시기인 만큼 집, 회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잘 나가지 않는다.”

진로를 고민하고 걱정하는 청년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말을 전해준다면.

“If you have purpose, you can do anything. 포기하지 마시고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실패가 반복되더라도 이를 통해 성장하고, 결국은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이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In Jesus I can do anything.“

7월부터 오페라 ‘세실리아의 이발사’에서 주역인 로씨나(Rosina) 역할을 맡아 총 27번의 공연을 앞두고 있는 에스더 송은 “앞으로 많은 무대 경험을 통해 많이 배우고 더 나아가 선한 영향력을 갖춘 오페라 가수가 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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