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이 9년 만에 야당 신세를 면하려면 5.21 총선에서 151석의 연방 하원 의석 중 현재보다 최소 7석을 더 늘려야 76석으로 과반 집권을 할 수 있다. 7석 이상을 추가하려면 약 20개의 백중 지역구에서 노동당 의원이 현역인 선거구는 반드시 수성을 해야 하고 자유당이나 국민당 의원이 당선된 곳 중 일부는 탈환을 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시드니 서부의 파라마타(Parramatta)와 파울러(Fowler) 연방 선거구는 노동당이 반드시 승리해야하는 지역구로 분류된다. 최근 미디어에서 주목을 받는 이 두 지역구는 2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현역 노동당 의원들이 정계를 은퇴하는 곳이며 노동당 중앙당(연방 상임위)이 일방적으로 ‘낙하산 공천’을 결정한 곳이다. 

#1. 파라마타

지난 1991년부터 2001년 총선 때까지는 자유당 후보가 당선된 적이 있다. 그 후 20년동안 노동당의 줄리 오웬스 의원(MP Julie Owens)이 내리 당선됐다. 오웬스 의원은 정계에서 은퇴한다. 지난 2019년 총선의 1, 2위 당락 표차(margin)는 3.5%였다. 

자유당이 선거구를 빼앗기 위해 스콧 모리슨 총리의 지원 유세 등 전력투구 중이다. 12일 파라마타 지역구를 방문한 모리슨 총리는 노동당 후보가 시드니 서부 주민이 아니라는 점을 집중 공격했다. 모리슨 총리는 “마리아 코바지치(Maria Kovacic) 자유당 후보는 시드니 서부에 집은 물론 사업체도 있는 시드니 서부 토박이다. 반면 노동당의 앤드류 찰튼 후보(Andrew Charlton)는 케빈 러드 전 총리 보좌관으로 일을 했는데 시드니 서부 출신이 아니다”라고 지역구 연고 부재를 부각시켰다. 컨설팅기업 액센추어(Accenture) 사장인 찰튼 후보는 시드니 동부 부촌인 벨레류힐(Bellevue Hill)에 거주한다. 

코바지치 자유당 후보도 “나는 주민들을 매일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가 캔버라에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가세했다. 

이 지역에서 유력 인물 중 하나인 스티브 크리스토(Steve Christou) 전 컴벌랜드 카운슬(Cumberland Council) 시장이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나는 노동당이 지역내 후보 선정에 실패한 뒤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다. 시드니 동부 부촌 벨레뷰힐에 사는 부호가 모기지 상환 또는 임대비 지불과 자녀 양육비, 생계비 마련을 위해 어려움을 겪는 지역사회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라고 찰튼 노동당 후보를 겨냥했다. 

ABC 방송의 앤소니 그린(Antony Green) 선거전문 분석가는 “파라마타에서 크리스토우 무소속 후보의 선호도 배분이 당선자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당과 자유당의 접전 상황에서 크리스토우 무소속 후보가 자유당과 선호도 배분에 합의할 경우, 당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다. 

#2. 파울러

시드니 서부 페어필드와 카브라마타를 포함하는 파울러 연방 지역구는 대체로 ‘노동당 텃밭’이었다. 그러나 2022 총선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큰 변수가 생겼다. 막강 무소속 후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정계를 은퇴하는 노동당의 크리스 헤이(Chris Hayes) 현 의원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베트남계 변호사 투 리(Tu Le)의 공천을 지지했다. 그러나 노동당은 앤소니 알바니즈 당대표의 의지대로 지역 연고가 전혀 없는 크리스티나 키닐리(Kristina Keneally) 상원의원을 일방적으로 낙점했다.

이에 지역구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프랭크 카르보네(Frank Carbone) 페어필드 시장과 베트남계인 다이 리(Dai Le) 부시장이 연대해 리 부시장이 무소속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카르보네 시장과 리 부시장의 지난해 12월 지자체 선거 지지율을 합치면 무려 90%에 달한다. 13명 시의원 중 10명이 두 사람 그룹이다. 파울러는 이제 크리스티나 키닐리 후보(노동당)와 다이 리 후보(무소속)의 한 판 승부 구도가 됐다.  

카르보네 시장은 “시드니 서부와 연고가 전혀 없는 정치인을 일방 공천한 것은 지역구 유권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무소속의 리 후보는 “내가 만약 부자 동네인 시드니의 노던비치 지역에 가서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겠다고 한다면 이는 잘못된 일이다. 크리스티나 키닐리도 마찬가지다”라고 직격했다.   

카르보네 시장은 리 후보가 1차 지지율에서 30%를 득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될 경우, 다른 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의 선호도 교환을 통해 노동당 후보의 당선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시드니 서부 텃밭 중 하나인 파울러에서 노동당이 수성에 실패한다면 9년 만의 정부 교체가 꿈이 될 수 있다. 

5.21 연방 총선에서 노동당의 시드니 2개 지역구 낙하산 공천 도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여부도 관심거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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