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것처럼 택배 운전자 등 이른바 ‘긱 이코노미 종사자들(gig economy workers)’은 호주에서 피고용인(employees) 신분이 아니다. 플랫폼 운영회사들(우버 등)과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 관계로 일을 하고 있어 연금, 휴가 등 혜택을 받지 못한다. 종종 소송이 진행되지만 이 해석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이유는 계약서 내용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자의 권익과 관련, 앤소니 알바니즈 야당대표는 “노동당이 집권하면 노사감독기관인 공정근로청(Fair Work Commission)에게 긱 이코노미 근로자들에게 최저 임금과 근로 조건을 결정하는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긱 이코노미 종사자들은 피고용인 신분을 원할까?  2017-18년 1만1천명의 우버 운전자들을 상대로 실시돼 2022년 2월 발표된 호주 연구 결과에 따르면 56%가 보장된 최저 임금(guaranteed minimum wage)을 받는 것보다 독립 계약자로서 편리함과 근무의 융통성(flexibility)을 갖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는 앤드류 찰튼(Andrew Charlton)과 노동경제학자 제프 볼랜드(Jeff Borland), 연구원 올리버 알렉산더(Oliver Alexander)와 아마트 싱(Amit Singh)이 공동 참여했다. 

케빈 러드 전 총리(노동당)의 경제 보좌관 출신인 찰튼은 컨설턴시 회사를 운영했는데 액센투어(Accenture)가 이를 인수했다. 찰튼은 시드니 서부 파라마타 연방 지역구에서 이른바 ‘낙하산 공천’으로 노동당 후보가 됐다.  

우버 운전자 대상 연구는 긱 이코노미 종사자들이 열악한 고용 환경에서 일을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우버 운전자들은 그들이 ‘온라인 상태로 플랫폼에 접속돼 있는동안’ 일을 하면 시간 당 $29.46을 받는다. 그러나 휘발류, 차 보험 및 수리유지비, 차량 감가상각(vehicle depreciation), GST 등을 감안하면 시간 당 $8.46의 비용이 든다. 결과적으로 시간당 $21로 어워드(award)에 커버되지 않는 근로자의 최저 임금인 $20.33과 비슷한 대우를 받는 셈이다. 도로 및 철도산업 임시직(casual workers)의 시간당 평균 급여는 $26.82이다.

따라서 우버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운전자들에게 재정적으로 충분하지 못한 대우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버가 이런 수준의 급여로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어워드를 지불하는 않은 다른 일자리가 많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총선에 많은 아젠다가 등장하지만 긱 이코노미 종사자들에 대한 정책 발표는 거의 없는 편이다. 이유는 이 업계 종사자들의 다수가 투표권이 없는 임시직이기 때문이다. 주요 정당들은 이런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우버운전자의 절반이 다른 일자리를 갖고 있고 11%는 학생들. 18%는 다른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 이들의 절반이 학사 출신으로 학력이 높다. 

물론 우버는 플랫폼 종사자들을 착취하지 않는다. 운전자들이 얻는 장점은 ‘융통성(flexibility)’이다. 우버 운전자들은 원할 때 일을 시작할 수 있고 원할 때 종료할 수 있다. 우버 운전자들은 이런 융통성을 냉혹하게 이용해 먹는 것이다. 그 대신 비용을 빼면 겨우 최저 임금 수준의 대우를 받는 셈이다. 

‘융통성’이란 장점 때문에 일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이상이지만 급여 만족도는 평균 미만이다. 여기서도 철저하게 ‘자본주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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