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에 실렸던 ‘억울한 사건’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저는 의뢰인 입장에서 억울하게 느낄만한 사건에 대해 소개해드린 바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도 지난번과 비슷하게 경찰의 일방적인 기소와 인종차별이 얽혀 의뢰인이 불합리하게 곤란한 일을 겪었던 일화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센트럴 코스트에 거주하는 6~70대 한인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평생 열심히 일하다 은퇴한 후 골프를 즐기며  노후를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골프장에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평소처럼 이 부부는 골프를 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내분이 친 공이 앞 팀 사람들이 있는 곳 가까이로 날아갔습니다. 앞팀은 3~40대 남성 네 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골프공이 자신들에게 가까이 왔다고 한인 부부에게 상당히 공격적으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포함한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심지어 공을 부부쪽으로 던지기까지 하면서 인신공격을 하자 이 부부도 감정이 상해서 언쟁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아내분이 그들에게 가서 “왜 공을 던지느냐”, “욕을 하지 말라”며 항의를 했습니다. 그러자 네 명 중 한명이 아내분을 밀쳐 넘어뜨렸습니다. 아내분은 넘어지면서 자신을 민 사람의 다리를 붙잡고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이를 목격한 남편분은 화가 나서 골프채를 들고 그들에게 달려갔습니다. 상대방 중 한명이 남편분을 막아섰지만 남편분은 그를 밀친 후 자신의 아내를 밀어 넘어뜨린 남자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렸고 맞은 남자는 기절을 하였습니다. 

이때 소란을 인지한 골프장 직원들이 오게 되었고 이 때 직원들이 목격한 것은 오직 남편분이 한 남성을 가격한 모습 뿐이었습니다. 

사실, 사건이 벌어지자 먼저 경찰에 전화를 한 사람들은 바로 이 부부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출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상대측 네 명이 경찰서에 가서 사건을 신고하였고 그들의 진술서와 사건을 목격한 직원 두명의 진술서를 바탕으로 남편분은  Affray와 상해 폭행, 아내분은 폭행으로 기소되었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시비를 걸었고 부부가 먼저 경찰에 연락을 하였지만 부부의 주장은 아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본인들만 기소가 되어 부부는 많이 답답해하고 억울해하였습니다. 

경찰이 주장하는 사건 내용은 부부의 주장과 많이 달랐습니다. 상대방측은 공이 자신들쪽에 너무 가까이 와서 던졌더니, 갑자기 아내분이 달려와서 화를 내며 밀고 자신들을 폭행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자신들은 피하려고 했으나 아내분이 계속해서 따라오며 욕을 하였고 그러다 자신이 넘어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때, 남편분이 골프채를 들고 달려 오더니 자신을 주먹으로 가격하였다고 진술하였습니다. 사건 현장을 목격한 골프장 직원 두명도 동일하게 진술하였습니다. 

경찰의 입장에서는 객관적인 증인의 진술이 있었기에 이렇게 기소를 한 것으로 보였고 저는 부부에게 자세한 기소 내용과 예상 형량, 그리고 앞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갈 여러가지 방법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변호사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변호사는 상황에 따라 의뢰인 앞에 놓인 여러가지 선택지와 각각의 장단점을 설명할 뿐이며 결국 선택은 의뢰인의 몫입니다. 

이 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첫번째 옵션은 유죄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짧은 시간안에 사건이 종료되어 법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과가 남을 가능성이 높으나 실형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안내해드렸습니다. 

두번째 옵션은 무죄를 주장하여 법원에서 다투는 것입니다. 정당방위를 주장해 볼 여지도 있고 잘하면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나 재판이 6개월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만큼 수임료도 비쌀 것이라고 설명해드렸습니다. 

부부는 고심끝에 유죄를 인정하겠다고 결정하였습니다. 저는 이에 따라 유죄 인정을 하고 선고 재판을 진행하였습니다. 유죄 인정을 한다는 것은 경찰의 기소 내용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경찰의 주장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변론을 해야 합니다. 

저는 재판에서 판사에게 이 사건이 60~70대 노부부와 30~40대 남성 네명 사이에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하였고 부부가 많이 후회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요지로 변론하였습니다. 모든 상황 설명을 들은 판사가 이 사건의 내막에 대해 눈치를 챈 것 같아 보였기 때문에 저는 조금 더 강한 어조로 호소하였습니다. 

선고집행이 시작되자 판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센트럴 코스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처해 피해를 본 것에 대해 제가 대신 사과합니다. 이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행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

저는 판사의 이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심각한 죄목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사람에게 판사가 이런 식으로 말한 것을 본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인종차별을 당한 것도 억울한데 도리어 가해자가 되어 재판을 받고 유죄를 인정하는 것에 억울한 마음이 가득했던 부부는 판사의 이 말로 인해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살고 있던 동네를 떠나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판사가 상황을 이해해주고 부부의 마음을 읽어주니 속상한 마음이 많이 해소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게다가 판사는 아내분에게는 전과가 남지 않는 약한 처벌을, 남편분에게는 집행유예를 판결하였고 심각한 기소 내용에 비해 상당히 관대한 처벌이었습니다. 

이렇듯 때로는 억울하더라도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 또한 어느정도는 정상이 참작되어 가벼운 형량을 받으리라 짐작은 했지만 판사가 이렇게 위로의 말까지 건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무죄를 주장하여 6개월 이상 재판이 지속되고 부부 및 상대방측이 법원에 출석하여 진술을 하는 공판이 진행되었다면 분위기도, 결과도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변호사들은 수임료를 많이 받기 위해 무조건 재판을 길게 끄는 방향으로 추천을 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의뢰인에게 옵션을 주지 않고 본인이 선택을 해버리기도 합니다. 또한 어떤 의뢰인은 변호사에게 결정까지 맡기는 등 무조건적으로 의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변호사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전문지식과 경험을 통해 법률 조언을 제공함으로써 의뢰인이 본인의 상황과 사정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입니다. 특히 형사사건의 경우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비슷한 유형의 사건에 대한 경험 유무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형사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H & H Lawyers

강현우 파트너 변호사

공인 형사 전문 변호사

- 작성일: 2022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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