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덕행덕'이라는 신조어를 들어본 적이 있나? “어차피 덕질할거 행복하게 덕질하자”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덕질이란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일컫는 요즘 유행어다. 우리는 모두 한때 누군가를 심각하게 ‘덕질’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BTS에게는 아미가 있고, 임영웅에게는 ‘영웅시대’가 든든하게 버팀목이 되어주듯..

“10대에 박남정을 좋아했다. 1988년 88체육관에서 박남정 콘서트를 보기 위해 갔다가 넘어져서 다리를 다쳤다. 그 후로 소위 말하는 덕질은 한 적이 없었는데 ‘임영웅’을 덕질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새로운 활력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

시드니에서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를 이끄는 방장 김수아씨는 임영웅에 대한 남다른 사랑으로 팬카페를 창설했다. 이민사회, 중년, 그리고 ‘덕질’이라는 공통의 요소들이 어떻게 그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는지 궁금하다.

한호일보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올해 나이 50살 된 김수아이다. 호주에 이민을 온 지 16년이 되었다. 현재는 그레이스 덴탈그룹(GRACE  DENTAL GROUP)에서 매니저로 일하며 리드컴에서 작은 카페 ‘May Story Café’를 운영하고 있다.” 

시드니 <영웅시대>를 소개해달라. 

“2021년 4월 17일 창단했다. 특별한 운영방식은 없고, 임영웅을 응원하는 분들은 누구나 연령, 성별에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다.  단체 카톡방에 초대되어 함께 임영웅 이야기를 나누는 규칙없는, 자유로운 팬모임이다. 가입도 아주 쉽다.. 그저 임영웅을 좋아하신다면 저희 온라인 그룹방에 오셔서 활동하시면 된다.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 저녁에 정기 모임이 있고 특별모임이 있다. 또 임영웅과 관련된 뉴스나 노래 스밍 및 각종 시상식 등에 필요한 투표를 위해서 수시로 연락하고 만나서 대화를 나눈다.” 

어떤 분들이 함께 활동하는지..

“시드니 영웅시대 팬클럽 회원은 현재 약 27명 정도이다. 연령대는 60~ 75세이고, 하시는 일도 다양하다. 사업가, 한인 아내를 따라온  외국인 남편, 비공개를 원하시는 목사님도 계신다. 할머니보다 임영웅을 더 좋아하는 어린아이들도 여러 명 있다. 작년 송년 특집으로 방영된 <KBS 임영웅단독쇼>를 다 함께 모여서 밤 10시부터 안방 1열 본방사수도 했다.”  

KBS 임영웅단독쇼를 함께 시청하는 시드니 영웅시대 회원들
KBS 임영웅단독쇼를 함께 시청하는 시드니 영웅시대 회원들

호주의 다른 주에도 영웅시대가 있나? 

“아쉽게도 아직 다른 주에는 <영웅시대>가 창설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시드니 모임에 캔버라와 멜번 멤버들이 있지만 아직 얼굴은 뵙지 못했다.  다른 여러 나라(스웨덴, 캐나다, 필리핀 등 12개국)의 해외 온라인 모임을 따로 하며 교류하고 있다.”

#중년들의 덕질, 더 이상 주접이 아니다 

시대가 달라졌다. 철부지 10대들이 몰려다니면서 ‘스타’에 열광하는 덕질의 개념을 넘어서서, 삶을 나누고 위로받고, 공감받는 중년의 덕질이 급부상하고 있다. 

임영웅의 팬이 된 계기가 무엇인지?

“2020년 큰 인기를 모은 ‘미스터 트롯’ 프로그램이 있었다. 부엌에서 집안일을 하는데 TV에서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다. 노래를 너무 잘해서 하던 일을 멈추고 들었다. 임영웅이 처음 나와서 노사연의 ‘바램’을 부르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잘하는 것을 넘어서 일종의 ‘감동’을 느꼈다. 그 후 미스터 트롯을 챙겨보면서 응원했다. 희한하게 임영웅에 대해서 더 알고 싶고, 궁금해져서 유튜브로도 찾아보고, 한국 포털사이트 ‘임영웅 공식 팬카페’에도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다.” 

‘임영웅의 ‘노래’를 통해 위로를 받았다’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데 공감하나?

“물론이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는 많지만 영웅씨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어떤 장르의 노래를 불러도 사람의 가슴을 위로하고 먹먹하게 만들어서 숨죽이며 듣게 된다. 시드니 영웅시대 한 회원은 남편을 갑자기 여의고 우울증에 걸렸는데, 그때 영웅씨의 노래를 듣고 정말 신기할 정도로 회복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분의 말을 빌리자면 ‘정신과 상담보다 돈 안드는 영웅님 노래로 치유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늘 CCM 찬양만 듣다가 영웅님의 노래에 빠져서 하나님께 늘 회개기도 한다는 회원도 계신다. 그 정도로 영웅님의 노래에는 알파가 있다고 생각한다.”

임영웅 31살 생일 파티
임영웅 31살 생일 파티

1988년 박남정을 따라 다니던 그때와 지금, 덕질문화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물론이다. 그때는 학용품으로 나오는 책받침, 사진을 사거나 콘서트를 가는 정도였다. 지금은 전문화된 ‘덕질문화’가 있다. 소셜미디어가 발달되면서 팬들의 덕질모임도 풍성하고, 다양해졌고 탄탄한 팬덤으로 스타를 만들수도 있는 것 같다. 특히 임영웅 팬덤은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임영웅의 팬이 된 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나에게 ‘취미’가 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일상이 힘들고 지쳐도 취미생활을 하면 힘이 난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시드니 영웅시대 회원들을 보면 육아, 남편 뒷바라지, 외로운 이민생활 사이에서 60대가 되어 ‘잃어버린 중년’을 맞은 분들도 계신다. 공허해지는 시간이고, 외롭고 허전한 시기에 한 사람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좋아하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위로 받고 또한 아이들처럼 연예인에 대한 ‘우상’이 아니고 그냥 ‘그 사람을 더 알고 싶고, 교감하고 소통하고 싶다. ‘그런 순수한 마음과 동시에 새로운 취미가 생긴 거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임영웅 31살 생일 파티
임영웅 31살 생일 파티

덕질의 순기능은 무엇인가?

“덕질, 사실 많이 힘들다. 24시간 스밍(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일)도 해야 하고, 음악 방송 나오면 동영상도 봐줘야 한다. 여기 저기 인기차트 투표도 해야 하고 손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 내가 좋아서 하는거라 즐겁게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또 요즘은 덕질을 하려면 돈도 필요하다. 다른 곳에 소비를 줄이고 아껴쓰고 일도 열심히 하고 있다. 지치고 힘든 일상 후에도 임영웅으로 인해 힐링이 되고, 뭔가 괜히 내 손으로 임영웅님을 키우고 있는다 생각도 든다. 또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을 할 때 그 동안 열심히 한 덕질에 희열과 행복을 느낀다. 지친 일상에 힘을 주고 있으니 이게 바로 덕질의 순기능이 아닐까 한다.”

# <영웅시대>의 선한 영향력 ‘기부활동’

<영웅시대>가 한국에서 취약계층을 위해 기부하는 소식도 들린다. 시드니에서도 우크라이나에 기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쟁으로 인하여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해 많은 돈은 아니지만, 시드니 영웅시대 이름으로, 임영웅님 생일(6월16일)을 생각하며 $1,616을 기부했다. 모일 때 식사에 들어가는 돈을 아껴서 회비로 모아두었다. 한국 팬모임에서 함께 힘을 합쳐서 기부했고 호주에서도 조금씩 모아서 기부를 할 예정이다.” 

”백마디 말보다 한가지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임영웅씨가 말한 적이 있다. 기부는 돈 많은 사람들이 하는게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받은 행복을 나누는 것이 아름다운 기부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선도하는 팬덤이 영웅시대이다.”

시드니 영웅시대를 대표해서 가수 임영웅씨에게 한마디 한다면

김수아 방장은 “5월2일에 첫 정규앨범이 대박났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5월 6일부터 임영웅 콘서트 전국투어를 하는데 성황리에 잘 마치고, 내년에는 월드투어 콘서트를 하고 시드니에서도 콘서트를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하면서 “스타지만 스타답지 않은 영웅님을 아들처럼, 손자처럼, 애인처럼 생각하는 영웅시대 in SYDNDY !”를 외쳤다.

임영웅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공연을 염원하는 영웅시대 회원들
임영웅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공연을 염원하는 영웅시대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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