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비롯한 갖가지 질병이나 여러 사고 등은 예고없이 찾아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이민자들의 경우 호주의 복지 시스템에 익숙지 않아 어려운 일을 당하면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거기에 언어 문제까지 겹쳐 더 어려움을 겪는다. 본 칼럼에서는 뜻하지 않게 만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문 복지기관의 도움으로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 그리고 사랑으로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호주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뜻에서 마련되었다. 이번에는 ‘Certificate III in Individual Support(Disability)’ 코스를 마치고 카스 장애인 복지 서비스 팀에 취업한 카스 직원으로부터 서포트 워커로서 일한다는 것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본다 (편집자 주). 

카스 장애인 복지 팀과 고객들이 함께 한 어느 야유회에서의 모습
카스 장애인 복지 팀과 고객들이 함께 한 어느 야유회에서의 모습

2019년 4월부터 약 6개월 과정의 ‘Certificate III in Individual Support(Disability) 코스’를 마친 후 2020년 초 카스에 입사했다. 남편과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시작한 이민 생활, 시댁 식구와 어우러져 세 아이를 키우며 열심히 전업 주부로 30, 40대를 보냈다. 훌쩍 지나가버린 시간들을 미처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 어느 덧 나는 나이 50대에 접어들게 되었다. 한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왔는지 기억 조차 희미해져 가고 약간의 허망함 같은 것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살림만 하니 귀한 재능을 썩힌다고 안타까워 하시며 같이 살면서 며느리인 나를 참으로 귀하게 대해주시던 시아버님.. 내게 별다른 유언은 없으셨지만 시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에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시아버님의 타계는 무엇보다 인생을 돌아보는 진지한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한 계기가 되었다.

먼저는 내가 좋아하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었고 가능하면 제일 잘 하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찾아 호주에서 한 시민으로서 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해외에서 20년 동안 가족을 위해 헌신한 일이 가치없이 지나간 일이 아니라 그 일을 통해서도 나만의 노하우가 쌓이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노인 복지와 장애인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관련 코스 이수 후 카스에 지원하게 되었다. 카스의 장애인 복지 서비스 일을 하면서 만난 고객들은 몸이 불편할지라도 각자 삶의 희망을 만들어 가면서 스스로 행복의 길을 찾으려 고군분투하셨다. 더구나 나의 작은 서포트가 고객들의 인생에 작은 힘이 되는 것에 내 자신 큰 보람을 느꼈다. 고객과 커다란 그림을 그리며 함께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것 같은 때도 많아 일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말 그대로 신바람이 났다. 

카스에서 내가 섬기는 고객은 대부분 한국인들이다. 서포트 워커로서 내가 담당하는 일은 어느 한 가지로 업무를 규정하기 힘들다. 어떤 날은 거기가 어디든 고객을 모시고 이동하는 만능 개인 운전기사로, 식사 준비가 어렵고 집안 일을 하기 힘든 분들을 위해 가사 도우미로, 고객의 하루를 같이 하는 날은 그 날의 일정을 상기시키고 액티비티를 같이 하는 수행비서가 되기도 한다. 일로 만났지만 가끔은 친구가 되기도 하고, 동생이 되기도 하고, 이모가 되기도 한다. 카스에서 진행하는 커뮤니티 그룹 활동에 참여하는 고객과 함께 액티비티 활동을 하면서는 그 분들의 옛 추억을 공유하기도 하고 현재 순간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장애인 복지 서비스 분야에서 서포트 워커로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있지만 이제는 전혀 보지도 듣지도 못한 일로 장애가 된 분들을 만나면서 안타까운 사연에 동정심이 생기었고 편협한 고정관념을 갖게 된 나를 반성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고객을 만나면서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일이 어느 순간 갑자기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정상인이었다가 하루 아침에 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그만큼 많은 것이다. 그 후로 고객을 만나면 내가 그 고객의 입장이 되어 일을 하게 되었다. 내가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누군가가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 서비스를 하게 되고 매 순간 노력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고객들과 시간을 지내고 보니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고객들의 모든 하루의 일과가 부드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생의 윤활유같은 역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찌 절로 신이 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어찌 뿌뜻하지 않을 수 있을까. 

주변 사람들은 가끔 나에게 묻는다. 나이 들어 그렇게 몸을 쓰며 하는 일이 힘들지 않냐고? 몸 쓰는 일하면서 웃을 수 있냐고?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의 직업, 서포트 워커는 마음을 쓰는 일이라고... 고객을 항상 정갈한 마음으로 섬기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기에 몸이 아닌 마음을 쓰는 일이라고…

그리고 고객과의 만남은 미소와 함께 “안녕하세요?”라는 밝은 인사로 시작해서, 안녕을 바라는 “안녕히 계세요”라는 인사로 하루 서비스가 끝난다. 

그리고 저녁에는 명상을 통해 하루를 마무리 한다. 나에게 최고의 힐링이 되는 일, 현장에서 오랜 시간 고객들과 함께 하기를 오늘도 기원한다.

(카스 칼럼은 유튜브 영상으로도 제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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