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총선 때 여론조사 결과에 근거한 주요 미디어들의 선거 결과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선거 당일 밤 패배 예측을 뒤엎고 승리한 스콧 모리슨 총리는 가족을 대동하고 자유당 선거본부(시드니 시티 웬트워스호텔)의 단상에 올라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난 기적을 믿는다”라고 큰 소리쳤다. 기적의 원동력은 '조용한 호주인들(quiet Australians)'의 강력한 지지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호주 미디어는 모리슨의 지지층인 ‘조용한 호주인들’을 주로 지방 주민들, 소도시의 보수 성향 및 크리스천들로 분류했다. 

3년이 지난 2022년 총선을 약 한 주 앞둔 시점에서 모리슨 총리가 두 번째 기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2019년 때 보다 노동당이 더 우세하며 이변이 없는 한 정부가 교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번에도 여론조사 결과가 틀릴 수 있다. 누구도 장담 불가능이다. 

유권자 1만9천명을 대상으로 전국의 백중 지역구에서 실시된 유고브 엠피알 설문조사(YouGov MPR)는 “노동당이 하원 151석 중 과반(76석)이 넘는 약 80석을 얻어 9년 만에 집권할 것이다. 자유-국민 연립은 63석으로 지금보다 12석 줄어들면서 정권을 내놓을 것이다. 녹색당은 현재대로 1석(멜번 시티)을 유지하고 무소속은 7석으로 지금보다 3석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까지 모리슨 총리와 연립 여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자유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수십년동안 선거 때마다  써먹었던 ‘강력한 경제관리’ 구호가 식상해졌다는 점이다. 이 구호로는 더 이상 약발이 통하지 않는다.

물가 인상률이 20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생계비 앙등이 총선의 으뜸 아젠다가 됐다. 고소득층을 제외한 상당수 소비자들의 살림이 매우 빡빡해졌다. 이자율 인상이 시작돼 향후 1-2년동안 1.5-2% 가량 오를 경우, 집값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하면 금융기관이 담보권을 행사(강제 경매)할 수 있다.   

“그동안 내 급여만 빼 놓고 (물가가) 다 올랐네!”란 푸념에 이어 “이젠 집값도 하락하네!”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바로 이런 경제 전반에 대한 불안감과 불만이 커진 것이 모리슨 정부의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인데 ‘우리만이 강력한 경제관리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두번째는 모리슨 총리의 개인적 인기 폭락이다. 정치 지도자로서 신뢰도 문제가 크다는 점이다. ‘상습적 거짓말쟁이’라는 반복된 비난이 여당 안에서 계속 터져 나왔다. 또 여성 정치인 차별 이슈와 기후변화에 대한 개선 노력 미흡(립서비스) 등도 인기 하락에 한 몫 했을 것이다.

그외 다른 변수 중 연립의 과도한 대중국 강경 태도(Coalition’s anti-China stance)는 중국계 유권자들이 많은 시드니와 멜번의 여러 지역구에서 연립에 대한 거부감(backlash)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모리슨 총리와 피터 더튼 국방장관이 앞장서 노동당을 중국 공산당 정부와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공격한 ‘안보프레임’도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이런 안보 공세에 강경 보수파는 박수를 칠지 모르지만 중도 성향 유권자들은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그렇게 대중국 경계를 외치던 모리슨 정부는 호주의 뒷마당에서 중국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았다. 솔로몬제도가 중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하면서 호주 외교의 무능과 정책 실패가 비난을 받고 있다. 경제관리에 이어 외교안보에서조차 실책이 거듭되면 연립은 존재 근거조차 흔들린다.

정치권에서도 밑바닥 보이는 구호나 트릭(잔재주), 스턴트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진검승부는 참신한 정책과 변혁, 제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이다. 

노동당도 이 점에서 부족하고 분명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러나 일부 유권자들은 9년 집권이면 충분하며 야당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결과처럼 정부 교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큰지, 아니면 정부 유지를 원하는 의견이 더 클지 여부는 이제 한 주 후 총선으로 결판이 날 것이다. 예상과 다른 변수(소수내각 구성 등)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정치라는 진흙 구덩이에서 ‘값싼 기적’을 운운하는 스턴트를 더 이상 안 봤으면 한다. 이제 호주 총선이 한 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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