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7일 제 94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윤여정은 ‘수어(手語, sign language)’로 남우조연상 수상자인 ‘트로이 코처’를 호명했고 코처는 수어로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혼자선 이룰 수 없죠 세상 무엇도 마주 잡은 두 손으로 사랑을 키워요” (노래 ‘아름다운 세상’ 가사 중)

수어합창단 조성용 단장

수어합창단이 최근 창단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합창단 단장으로 활동하며 장애인 서비스단체인 ‘돌봄센터(DOLBOM GROUP)’에 소속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어합창단은 ‘돌봄(대표 이경혜)’에서 처음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창단된지 딱 3주 된 따끈따끈 합창단이다. 26명의 단원들이 매주 화, 토요일에 모여서 연습을 한다. 수어합창단을 운영하는 돌봄의 공식 명칭은 ‘DOLBOM NDIS’이고 예술활동에 특화되어 있다. 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과 권리를 서비스하고, 도와주는 호주 정부가 인정한 장애인서비스센터이다. 그 안에 WELCOME U라는 기관을 설립해서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 돕는 워커들을 위한 비영리단체(non-profit organization)이다.

잘 알려진 청각장애인 ‘박영주 선생’께서 우리에게 수어를 교육한다. 그는 수어를 통해 농인(聾人, 농아인)과 청인(聽人, 청각장애인), 그리고 가족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헌신하고 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이경혜 돌봄 대표께서 ‘수어’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그리고 농인과 청인의 소통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강한 영감을 받고 서둘러서 수어 합창단을 창단하게 되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수어를 알게 된다면 청각 장애인들이 더욱 쉽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세상을 꿈꾸며 우리는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돌봄(DOLBOM NDIS) 이경혜 대표
돌봄(DOLBOM NDIS) 이경혜 대표

어떻게 운영되나?

“매주 화요일(오전 10시) 수어를 배우고 토요일(7시) 공연 연습을 한다. 청각장애인과 가족들에게 모두 ‘필요(needs)하기’ 때문에 9월 음악회를 기획하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하다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합류하는 큰 강물을 만날 거라는 기대가 있다. 현재는 큰 어려움 없이 운영된다. 수어를 배우고자 하는 분들을 언제나 환영한다.” 

연습에 참여한 수어합창단 단원들
연습에 참여한 수어합창단 단원들

“듣지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한 연장 선상에 있다. 우리가 소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어찌보면 현재는 ‘수어’ 이외에는 가능한 것들이 없다고 볼 수 있다. 특별히 수어와 예술활동을 접목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저변확대가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농인들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고, 청인들은 원활하게 농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접점이 ‘예술 영역’이기도 하다. 수어공연과 수어교실이 농문화와 청문화의 아름다운 가교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세계적으로 국제수어, 농문화와 관련된 예술가도 많고, 세계농인문화축제처럼 예술 콘텐츠도 많은걸로 알고 있는데, 한국은 어떤가?

“‘코다’라는 영화도 얼마전에 상영되어서 이슈가 되었고, 청각장애 수어 랩,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진동을 통해 춤을 격렬하게 추는 댄서처럼 ‘수어’를 사용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들이 생겨나고 있고, 그렇게 활동하는 농인 아티스트, 농인MZ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에 비해서 호주는 ‘오슬란’(Auslan: Australian Sign Language,  호주 수어)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체계적으로 교육, 운영 된다. 한국보다는 조금 더 전문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운영하는 ‘수어 합창단’ 또한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의 경계를 떠나서 다양한 경로로, 특히 예술을 통해 청각장애인들이 자신을 표현해나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은 혁신적이고 고무적인 일이다.”

가장 뿌듯함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아, 이런거구나. 수어로 소통한다는 것이 이런거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거구나를 연습을 통해서 동시에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 정말 감동적이다. 그리고 고민한다. 우리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그런 순간순간들이 정말 벅찬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수어를 연습 중인 ‘수어 합창단’
수어를 연습 중인 ‘수어 합창단’

‘수어합창단’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함께 걷는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동행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모두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지 않은가.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조금 도움을 줄 뿐이고 동등한 위치에서,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성을 가지고, 서로 보완하고 도우며 걸어가는 인생의 길이다. 이런 메시지와 울림을 수어합창단 공연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다.”

“9월17일(토) 오후 5시 30분에 톰만 시오터(TOMMANN THERTER)에서 공연이 있다. 재미와 의미가 함께 있는 아름다운 공연이 될 것이다. 함께 동참하고 도움을 주기를 부탁드린다. 함께 해주는 일이 저희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고, 에너지를 정말 많이 느낀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농인과 청인이 차별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동참하여 격려해주시기를 바란다.” 

STA(short term accommodation) 시설, 돌봄 서비스를 이용 후 가족들과 떨어져 휴식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STA(short term accommodation) 시설, 돌봄 서비스를 이용 후 가족들과 떨어져 휴식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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