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총선에서 주요 아젠다는 기후변화 행동 촉구, 연방부패방지기구 신설, 고질적인 성적 불평등 시정, 아동보육비 앙등과 실질 임금 하락으로 인한 생계비 위기(cost of living crisis) 대응 등이었다. 종전 총선보다 민생과 연관된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이슈가 많이 분출됐다.  

총선 결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집권당(자유-국민 연립)의 참패로 인한 9년 반만의 정부 교체다. 앤소니 알바니지 노동당 정부가 하원(151석)에서 과반이 넘는 77석을 확보하면서 단독으로 다수 내각을 출범했다. 

정부 교체 다음으로 중요한 현상은 이른바 ‘청록색 무소속(teal independents) 그룹의 대약진이다. 시드니 노던비치 선거구인 와링가의 잘리 스테갈(Zali Steggall) 무소속 현역 의원을 포함한 6명의 여성들이 당선됐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1, 2명 당선을 예상했지만 모두 자유당 텃밭으로 불린 지역구에서 큰 승리를 거두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기후 200’의 재정 지원을 받은 청록색 무소속 당선자들은 시드니 와링가의 잘리 스테갈, 노스시드니의 칼리아 팅크(Kylea Tink), 시드니 동부 웬트워스의 알레그라 스펜더(Allegra Spender), 시드니 노던비치 멕켈라의 소피 스캠프(Sophie Scamps), 멜번 쿠용의 모니크 라이언(Monique Ryan), 골드스테인의 조에 다니엘(Zoe Daniel)이다.  

6명 당선자 중 스테갈 의원은 법정변호사이고 라이언은 전문의이며 다니엘은 ABC 방송 기자 출신이다. 스캠프는 지역구 안에서 개업한 일반의(GP)이고 틴크는 유방암 예방단체인 맥그라스재단(McGrath Foundation) 대표, 홍보회사 에델만 오스트레일리아(Edelman Australia) 대표를 역임했다. 스펜더는 호주의 유명 디자이너인 칼라 잠파티(Carla Zampatti)와 80년대 자유당 의원을 역임한 존 스펜더(John Spender)의 딸이다.   

이들의 면면처럼 기후 200의 후원을 받은 무소속 후보들은 모두 여성이며 전문직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기후 200은 지역구에서 연고가 있으며 유권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전문직 후보들을 선정하기위해 최소 몇 개월동안 노력했다. 많지 않은 인원이지만 신념에 찬 자원봉사자들이 이들의 선거 운동을 돕도록 지원했다.  

노스시드니의 칼리아 팅크 당선자는 정치권 도전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는 결코 정치인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거주하는 노스시드니에 있는 한 커뮤니티 그룹이 연방 의회에 가서 기후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지를 나에게 질문했을 때, 나를 필요로 하는 일임을 알았다. 우리는 모리슨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해 여러해 시간을 낭비했고 작년말 열린 COP26 기후총회에서 실망시킨 점과 연방 부패방지기구 신설 요구를 계속 무시했으며 성폭행 등 심각한 혐의에 대한 미온적 대응을 목격해 왔다. 지역구의 많은 유권자들은 주요 정당들이 더 이상 우리의 가치관을 대변하지 않으며 그들의 이해는 더 이상 우리와 연관되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다.”

노스시드니는 호주 연방 건국 이후 121년동안 6년의 예외(테드 맥(Ted Mack) 무소속 의원 2회 당선)를 빼놓고 항상 자유당 후보가 당선된 텃밭이었다. 그런 곳에서 2022년 이변(트렌트 짐머만 자유당 의원의 낙선)이 발생했다. 

“우리는 오랜 기간동안 합리적인 법안들이 상정됐다가 논쟁 없이 폐기되는 것을 자주 보아 왔다. 호주 정치 시스템은 진퇴유곡(進退維谷)에 빠졌다. 정당들은 권력으로 장기적인 국가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권력 유지에 관심을 보였을 뿐이다.

그런 상태에서 많은 호주인들이 기후 목표, 성별 급여 격차, 노동시장 참여(아동보육 문제), 기본적 인권과 같은 중요한 이슈에서 호주가 국제수준에 더욱 뒤처지는 것을 절망하며 목격했다. 청록색 무소속 후보들의 승리(대거 당선)는 호주 정계에서 구조적 변화(tectonic shift)의 시작이란 의미가 있다.” (칼리아 팅크) 

멜번의 자유당 텃밭이던 쿠용 지역구에서 차기 자유당 대표 또는 총리감으로 꼽힌 대어인 조쉬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을 낙마시킨 모니크 라이언 무소속 당선자는 “정부가 오래동안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정부를 교체했다”고 말했다. 호주 정치 지형을 흔들어 놓은 간담이 서늘한  ‘촌철살인(寸鐵殺人)’이 아닐 수 없다. 

‘표심이 정부를 교체했고 아이디어가 나라를 바꾸었다(Votes changed the government. Ideas change the country)’는 의미다. 유권자들이 깨어있으면 가능한 선거 혁명이 2022년 호주 총선에서 일어난 것이다. 

앞서 거론한 여러 주요 이슈와 관련해 이번 총선은 호주 정치 지형에서 목격하지 못했던 ‘패러다임을 바꾼’, ‘변화시킬 힘이 있는 선거(transformative election)’였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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