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동부, 특히 NSW와 퀸즐랜드 동남부에서 홍수가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3년동안 마치 ‘연례 행사’처럼 매년 발생했다.  ‘재난의 연속(like a disaster after disaster)’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6일 홍수 피해지역을 방문하기 전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는 한 오전 방송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드니 북서부의 혹스베리-리치몬드 지역 주민들은 산불 재난에 이어 지난 1년반 사이 무려 4번의 홍수 피해를 당하고 있다. 기후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이런 기후 이상과 재난이 빈번해지고 강도가 커질 것(more frequent and intense)임을 경고해 왔다. NSW의 빈번한 홍수는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분명한 신호다.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은 결과가 홍수 재앙으로 빈번해지고 있다. 새 연방 의회가 개원하면 이 이슈를 집중 논의할 것이다.” 

기후변화 무대응은 전임 자유-국민 연립이 집권했던 지난 9년반동안을 의미한다. 2003년 토니 애봇 총리는 집권하자마자 탄소세부터 폐지했고 그후 연립은 기후변화를 거의 무시했고 호주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불량국가 중 하나였다. 호주의 ‘잃어버린 10년’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새 노동당 정부는 2030년 탄소배출 43% 감축(2005년 대비)과 2050년 넷제로(net zero)의 입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총선에서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호주는 국제적으로 상당히 늦은 편이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다. 유권자들이 노동당에게 힘을 실어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이 된 자유-국민 연립은 43% 감축 목표 채택과 입법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지탄을 받는 수준인 26-28% 감축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테크놀로지 개발을 통해 추가 감축을 하겠다는 ‘립서비스’는 유권자들로부터 버림을 받았지만 폐기하지 않고 있다.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혹독한 심판에도 불구하고 탄소배출 산업의 막강한 영향력과 정치적 후원 중단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눈치 보기에도 급급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내 보수 세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연립 야당이 시대에 맞지 않고 과학적으로 뒤처진 정책을 언제까지 고수하면서 국론을 분열시킬지 모를 일이다.  

이같은 연립 야당의 기후변화 목표 법제화 반대와 관련, 알바니지 총리는 “국민들은 분쟁 피로감을 갖고 있다(People have conflict fatigue). 국민들은 정부가 의미없는 입씨름을 계속하는 것을 더 이상 원치 않으며 행동을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새 회기에서 기후변화 목표 법제화는 노동당 정부에게 가장 중요한 첫 관문일 것이다. 상원에서 녹색당과 진보 성향인 데이비드 포콕 무소속 의원의 지지를 규합하면 통과가 가능하다. 알바니지 총리는 이 법제화를 통해 정치 협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노동당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더 악화된 에너지 위기를 풀어야 한다. 지난 6월 호주 동부 지역의 정전사태까지 거론됐지만 규제 당국의 긴급 조치(강제 시장 개입)로 단기적인 위기는 일단  넘겼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 자원 대국인 호주에서 개스 공급난이 발생하고 전력 생산이 부족하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에너지 위기도 기후변화와 크게 연관된 사안이며 정책 실행에서 연방-주정부들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빅토리아, 퀸즐랜드, 서호주, 남호주 모두 노동당 주정부인 반면 NSW는 자유-국민 연립이 집권 여당이다. NSW 연립은 기후변화 대응에서는 연방 연립과는 다르다. 2050 넷제로에 찬성하면서 탄소배출 억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알바니지 총리와 도미니크 페로테트 NSW 주총리는 6일 홍수재난복구지원금을 공동 발표했다. 알바니지 총리는 “연방 노동당 정부와 NSW 연립 주정부가 협력해 재난복구지원과 공동 부담을 신속하게 결정했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기후변화 이슈에서 연방과 NSW주가 정당은 다르지만 맞서지 않고 초당적인 협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기후변화, 홍수 대응 등 거대한 이슈는 특히 연방과 주정부가 초당적인 협력을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스콧 모리슨의 전임 연립 정부는 같은 정당인 NSW 연립 주정부와 협조가 그다지 매끄럽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런 ‘협치 능력’도 당연히 정치 리더십의 한 요건이다. 그런 점에서 알바니지 총리의 연방 노동당 정부와 페로테트 주총리의 NSW 연립 주정부의 협력 관계는 온통 난국인 현 상황에서 다행이지 아닐 수 없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