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커스(AUKUS) 동맹국인 미국, 영국, 호주는 영어권에서 가장 중요한 세 나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캐나다가 유감이겠지만.. 

몇 년 전 이  세 나라 정상들이 국제 서밋에서 함께 한 사진이 미디어에 보도됐다. 셋 중 두 명은 정상에서 물러났고 한명도 곧 물러난다. 이 사진을 보면서 세 리더들의 공통점으로 ‘거짓말’, ‘포풀리즘’, ‘막가파 보수 강경 세력’ 등의 비판적인 단어들이 연상됐다. 왜 그럴까..?  

스콧 모리슨, 도널드 트럼프, 보리스 존슨
스콧 모리슨, 도널드 트럼프, 보리스 존슨

# 1. 스콧 모리슨

호주 정계에서 리더들의 거짓말을 거론하면 가장 먼저 전임 총리였던 스코모(스콧 모리슨)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2월초 바나비 조이스 연방 의원이 국민당 대표로 복귀했다. 그는 평의원 시절 사적으로 보낸 한 메시지에서 모리슨 당시 총리를 ‘위선자이며 거짓말쟁이(a hypocrite and a liar)’로 표현한 것이 나중에 드러나자 모리슨에게 사과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조이스는 2021년 3월 보낸 텍스트에서 “나는 모리슨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not get along with Morrison). 내 관점으로 그는 위선자이고 거짓말쟁이다. 이는 오래동안 지켜본 것이다. 나는 절대 그를 신뢰하지 않았다(never trusted him). 그가 열성적으로 진실을 거짓으로 바꾸어 놓는 점을 나는 싫어한다”고 말했다.  

전임 호주 총리와 부총리였던 모리슨과 조이스는 호주인이 가장 신뢰하지 않는 정치인 1, 2위에 나란히 오른 점도 아이러니다. 

바나비 조이스 전 부총리(위)와 스콧 모리슨 전 총리

비슷한 시기 호주 방송 텐 네트워크의 피터 반 온셀른(Peter van Onselen) 정치부장이 생방송 도중 ‘말 폭탄’을 던졌다. 그는 내셔날프레스클럽(National Press Club)에서 연설하는 모리슨 총리에게 질문을 하며 텍스트 메시지 사본을 거론했다.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당시 주총리와 한 연방 장관 사이에 오고간 대화에서  베레지클리안은 모리슨 총리를 ‘믿을 수 없는 끔찍한 사람(a horrible person who was untrustworthy)’으로 지칭했다. 자유당 장관은 모리슨 총리를 사기꾼(a fraud), 완전 미치광이(a complete psycho)로 묘사했다. 온셀른 기자는 모리슨 총리에게 “이런 대화에 놀랐나?”라고 질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호주의 잠수함 일방 파기 계약 과정에서 모리슨 총리가 그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폭로는 호주와 프랑스 관계를 급속 악화시켰고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해프닝이었다. 모리슨의 전임자인 말콤 턴불 전 총리는 “모리슨은 내게도 상습적인 거짓말쟁이였다”라고 비난에 가세했다.

#2. 보리스 존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코로나 확산으로 봉쇄조치가 내려졌을 당시 여러 차례 방역 조치를 어기고 총리 관저에서 파티를 벌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이어갔다. 그는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자 파티가 아닌 업무상 모임으로 생각했고, 규정 위반이라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식으로 반박하려 했으나 오히려 많은 사람의 공분만 샀다. 결국 수십명의 여당 장관들이 줄사표를 내며 반기를 들자  마침내 총리직과 보수당 대표직 사임을 발표하며 백기를 들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CNN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불명예 퇴진한 것은 그를 권력의 정점에 서게 했던 '거짓말 정치'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존슨 총리의 거짓말과 규칙을 뻔뻔하게 무시하는 태도는 그가 권력을 거머쥔 원인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추락 이유가 되기도 했다"며 "그의 거짓말이 처음에는 개인에게만 피해를 줬으나, 나중에는 정당•정부에까지 해를 가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총리로서 규칙과 법을 어겼고, 태평스럽게 법을 위반하는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질타했다.

더 가디언지(The Guardian)는 7월8일자(호주시간) 사설에 ‘보리스 존슨의 사임을 ‘좋은 제거(good riddance)’라고 인식한다‘는 제목을 붙였다. 서브 타이틀에는 “총리가 불가피함에 굴복했지만 그는 계속 무례하고 마음이 졸렬한 행보를 지속한다. 그는 여전히 영국에 위협(still a threat to Britain)”이라고 질타했다.

존슨을 총리로 만든 보수당이 그가 정직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진실을 말할 것 같은 사람 대신 '거짓말쟁이'를 택했다고 분석했다.

# 3. 도널드 트럼프는?

미 의회에서 현재 진행 중인 의사당 폭동 사태 청문회를 통해 아연실색할만 법 위반과 난동, 추태, 모략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태평양 건너 이 동네에서는 ‘거짓말’은 귀여운 장난일 뿐이며 아예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 지지율 1위라고 하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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