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EU) 극단을 이끌고 있는 강해연 감독은 호주 동포사회에서 잘 알려진 연극인이다. 오래 전 영화공부를 하기위해 호주에 왔다가 정착해 2010년 EU 극단을 창립했다.

7월말 창작극 ‘서시’ 공연을 준비하며 한호일보 기자를 만났다. 

막상 어린 시절을 생각하려 하니 기분이 이상해진다. 한국에서 중학생 때 어른들만 볼 수 있는 영화를 몰래 보고, 학생 출입이 불가한 연극을 보고는 무대에 대한 꿈을 가졌었다. 무조건 감독이 되겠다는 꿈은 아니었지만, 그저 무대가 좋아서 시작했던 일이 나를 감독으로 만들었다.

연극  포스터
연극 포스터

▲ EU극단이 올해로 12주년을 맞이한다. 어떤 계기로 극단을 창단하는 사고를 쳤나? 

“그저 연극이 하고 싶었다. 기존의 알려진 훌륭한 작품을 올리는 것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뜻과 가치를 다 전달하지 못할 거라 생각되어, 창작을 하기 위해 극단을 창단하게 된 것이다. 그게 벌써 12년 지났다. 세월 참 빠르다.” 

▲  쉽지 않은 환경에서 12년동안 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다.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올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힘들고 괴로운 일들이 많았다. 주된 원인은 ‘사람’이 아닐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힘들게 하고, 또 사람이 원동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번의 공연이 끝나면 멤버들이 흩어지는데 꼭 남아있는 배우나 연출부들이 있다. 그들을 보면서 힘을 얻어 다음 작품 또 다음 작품을 만들다가 지금까지 오게됐다.”  

▲ 창작극 ‘서시’는 어떤 스토리인가? 

“서시의 줄거리는 한마디로 가족의 이야기이다. 많은 한인분들이 호주에 정착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한다. 특히 자영업이나 가게를 하면서 생업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다. 메인 스토리는 소상공인 업소인 ‘빵집’을 소재로 이 가게를 운영하는 ‘서분’(서시의 극 중 이름) 가족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담았다.”

연극  연습 장면
연극 연습 장면

▲ 시니어 배우들 위주로 공연되는 점도 특이해 보인다. 이유가 있는지?

 “시니어 배우들이 중심이 되어 이끄는 무대를 만들자’는 것이 기획 의도였다. 우연한 계기로, 시니어 배우들을 알게 되었는데, 끼들이 정말 많으셨다. 사실 이전에는 작품을 할 때 시니어 역할이 있으면, 젊은 친구들을 분장시켜서 했다. 연극을 만들고 무대에 올리는 일을 하면서 ‘시니어들이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왜 못 만들까?’라는 의문을 갖게됐다. 시니어는 인구 구성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또 시드니에도 한국에서 활동하는 시니어 배우들처럼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들이 있다는 점도 보여주고 싶었다. 연극은 젊은 배우들 뿐만 아니라, 시니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궁극적으로 작품이나 배우 선택의 폭이 훨씬 풍성해 질 것이다.”

▲ 시니어 배우 모집, 오디션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배우 모집 공지가 나갔을 때, 관심은 많은 것 같은데 선뜻 나서는 분들은 많지 않았다. 연극 무대에 서려면 용기와 시간,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나 하지 못하는 ‘연극’에 용기있게 도전한  분들이 현재 이유극단의 시니어, 청장년 배우들이다.” 

강 감독은 시니어 배우 지망생들을 상대로 기초적으로 연기를 배울 수 있는 연기론 시간을 가졌다. 시니어 배우들은 전문 배우들 못지않게 열심히 연습하면서 저녁 늦게까지 피, 땀, 눈물을 흘리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창작극 서시에는 시니어 배우 이정순, 이영신, 박은순, 정옥향 씨가 출연한다. 

 연극  연습 장면
 연극 연습 장면

▲ 강 감독의 여러 작품을 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노인, 장애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가 있는지?

“우리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보는 풍경인데 '무관심'과 '존재의 무제 현실'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소외 계층이 사는 모습을 살짝 들여다보고 들춰낸다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는다. 제작비가 많이 들겠지만 향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 청각장애인 박영주 배우가 함께 무대에 선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은 어떠했나? 

“서로 할 수 있는 것은 '배려'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대화할 때 서로가 답답해 하니깐 배려하면서 걸어야지 앞으로 같이 갈 수 있었다. 박영주 배우와는 한 번 작업을 해서 그런지 지금은 연기지도나 동선을 맞추는게 척하면 척이다. 합을 맞춰가면서 서로 '배려'가 익숙해졌다.” 

▲ 이유 극단과 도전은 뗄 수 없는 단어인 것 같다. ‘도전’하고 싶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는 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달라.

“아무나 '도전'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들뜬 기분으로 시작한다기 보다는 과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가? 진지하게 물어봐야한다. 한 번만 맛보고 안하는게 아니라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시작하고 재미있게 끝을 맺으면 된다. 살다보니 정말 인생은 도전할 만한 가치가 많다고 느낀다.” 

▲ 극단의 비전과 함께 호주 동포들께 인사 한 마디 부탁한다.

“무조건 봐주셨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이 말로는 '연극 그 힘든 일을 왜 해?' 돈도 안되는 거 왜하냐?'며 말로는 많은 걱정을 하면서, 정작 보러 와주지는 않는다. 연극을 그저 연극하는 사람들의 자기 만족으로 아는 것 같다. 관객으로 나의 참여가 커지면 한인 사회의 예술문화 역량이 커지는 힘이 된다. 조금 더 의식있고 의미있는, 문화를 즐길 줄 아는 한인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시선으로 봐주시면 고맙겠다.”

연극  연습 장면
연극 연습 장면

■ 서시 공연 일정

7월 29일(금) 오후 7시30분, 30일(토) 오후 4시 및 7시30분, 31일(일) 오후 7시30분 4회 공연

* 장소 : 라트비안 시어터 (32 Parnell Street, Strathfield)

* 티켓 : 일반 $35, 시니어 및 학생 $30, Concession(4인 기준) $120

* 문의 : 조연출 황혜인(0423 454 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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