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새 호주 의회가 열리면 새 당선자들은 회기 첫날 취임 선서를 한다. 26일 개회한 47대 연방 의회는 호주 역사상 가장 다양성이 커진 의회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여기서 ‘다양성’이란 인종, 종교, 출신 배경을 의미하는데 특히 비유럽계로 압축할 수 있다. 

여성 의원 숫자도 최다가 됐다. 원주민계 의원은 새 의원 4명(상원 2명, 하원 2명)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가장 많아졌다. 

아시아계 의원들도 종전보다 늘었다. 샐리 시토우(리드, 노동당), 다이 리(파울러(Fowler), 무소속), 팀 림(탱그니(Tangney), 노동당), 카산드라 페르난도(Cassandra Fernando, 홀트(Holt), 노동당) 자네타 마스카렌하스(Zaneta Mascarenhas, 스완(Swan), 노동당) 다섯명이다.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 중 호주 최초로 연방 의회에 진출한 파티마 페이만 상원의원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 중 호주 최초로 연방 의회에 진출한 파티마 페이만 상원의원  

호주 의회에서 최초로 히잡(hijab)을 쓴 무슬림 여성 의원도 탄생했다. 서호주 담당인 파티마 페이만(Fatima Payman) 상원의원(노동당)이 주인공이다. 27세로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이다. 

그녀와 연합호주당(United Australia Party) 소속인 랄프 바벳 상원의원(Senator Ralph Babet)은 인종적으로 모리셔스계 후손(Mauritian descent)들이다.  

초선은 아니지만 노동당의 무슬림계 의원 2명이 장관으로 임명됐다. 에드 후지치(Ed Husic) 의원이 자원 및 산업 장관(Minister for Resources and Industry)으로, 여성인 앤 알리(Anne Aly) 의원이 아동조기교육 및 청소년 장관(Minister for 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Youth)으로 발탁됐다. 

27일 일부 신임 의원들이 첫 등원 연설(inaugural/maiden  speeches)을 했다. 이중 샐리 시토우 의원은 특히 주목을 받을만 했다. 중국계인 그녀는 라오스에서 출생했고 자랐다. 그녀의 부모는 베트남 전쟁 기간 중 라오스를 탈출해 난민으로 호주에 정착했다. 시드니 남서부 카브라마타에서 성장한 그녀와 남동생은 가족 중 첫 대학 진학자였다.  

그는 의회에서 ‘인적 구성 변화’가 왜 중요한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의회에서 다양한 배경의 의원들이 늘어난 것은 지역사회를 더 잘 반영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보다. 나는 오늘 하원(House of Representatives)을 둘러보면서 ‘지역사회를 진정으로 반영하고 대표하는(truly represents) 사람들로 구성된 집’이란 의미가 하원 명칭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27일 의회에서 등원 연설을 하는 샐리 시토우 하원의원
27일 의회에서 등원 연설을 하는 샐리 시토우 하원의원

아시아계 이민자 출신인 나같은 사람이 호주 의회에 선출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단지 다양성 때문만이 아니다. 호주 의회를 더 좋게, 호주 민주주의를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는(make our parliament better and our democracy stronger) 호주 스토리를 포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는 공포심 때문에 호주 도착 후에도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이 오늘 의사당 객석에 앉아 딸의 연설을 듣고 있다. 이 순간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백호주의 이민정책에서는 나같은 사람을 위한 공간이 없었고 원주민들도 부정됐다. 그런 결정은 공포와 이민의 실패에 근거한 것이다. 고프 휘틀램 전 총리가 1973년 백호주의를 종식했다. 의회 지도자들은 공포가 아닌 희망과 동정심(hope and compassion)으로 잠재력 실현과 약속 실천이 가능해졌다. 다양성으로 약화가 아닌 강화된 나라를 상상한다.“ 

“인종을 이민정책의 한 요소로서 초당적으로 제외한 것은 편견에 대한 동정심의 승리이고 공포에 대한 이성의 승리”라는 봅 호크 전 총리의 말을 인용한 시토우 의원은 “선출된 정치인들의 다양성이 다문화 호주를 진정으로 대변한다(truly represent)는 점에서 47대 의회를 새 시대를 열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비 유럽계의 새 얼굴들이 늘어나면서 새 시대를 표방한 47대 새 의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특히 이민자들에게 더욱 그럴 것이다. 힘든 관문을 통과해 의회에 진출한 이민자 출신의 새 의원들이 ‘상징(symbol)'만이 아닌 ’정책 실행‘으로 진가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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