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은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그 지역에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가 생겨나게 된 배경에는 제국주의의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15세기 초중반의 신항로 개척을 통해 유럽인들이 항해술을 발전시켜 아메리카로 가는 항로와,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와 동남아시아, 동아시아로 가는 항로를 발견하고 개척, 정복하는 과정에서 원래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사람들을 “원주민”으로 구분하면서 이러한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식민지를 확장하고, 그곳을 자원 공급처 및 잉여 생산물의 판매 시장으로 활용하면서 기존에 살던 원주민들은 식민자들에게 밀려 소수민족으로 전락하였으며, 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마야 문명, 잉카 제국, 아즈텍 등 많은 문명들이 멸망하고, 원주민들은 타의에 의해 자신의 생활 터전과 문화를 잃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 다양한 원주민의 모습 (사진출처_ 유엔)
전 세계 다양한 원주민의 모습 (사진출처_ 유엔)

우리가 살고 있는 호주도 오래전부터 터전을 잡고 살고 있었던 “호주 원주민(Indigenous Australian)”이 있는데요. 오늘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호주의 역사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호주 원주민을 비롯하여, 왜 우리가 “세계 원주민의 날”을 기억하고 기념해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1994년 유엔 총회는 원주민의 권리를 존중하는 취지에서 매년 8월 9일을 ‘세계 원주민의 날’로 기념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 4억 7천8백만 명의 원주민이 살고 있는데요, 그들은 세계 인구의 5% 미만에 불과하지만,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인구의 15%에 해당합니다. UN에 따르면, 그들은 약 7000개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5,000개의 다른 문화를 대표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이들은 토지 강탈로 인한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으며,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친 폭력과 소외, 배제로 자신들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 문화 등의 가장 기본적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그룹입니다. 이에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들의 독특한 문화와 삶의 방식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하여 유엔은 “세계 원주민의 날을 지정하였습니다. 

세계 원주민의 날 포스터 (사진출처_ 유엔)
세계 원주민의 날 포스터 (사진출처_ 유엔)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호주는 약 25,000~40,000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유럽인들이 정착하기 전 약 30만 명 정도가 500여 개의 부족으로 흩어져 살고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이들은 “아보리진(Aborigine)”이라고 부르는데, 이 용어는 다양한 민족들로 구성되어 있는 원주민을 식민주의적인 관점에서 단지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부르는 인종 차별주의적인 시각이 반영된 용어로, 호주 원주민들이 이러한 명칭을 선호하지 않음에 따라 호주 원주민(Indigenous Australian) 혹은 퍼스트 오스트레일리안(First Australian)라는 표현을 권장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1788년 영국이 유형지로 이곳에 759명의 죄수와 수백 명을 선원들을 보냄으로 근대적 의미의 국가인 호주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해안가에 주로 살고 있던 호주 원주민들은 생활 근거지를 빼앗기고, 내륙의 건조한 사막 지역으로 내몰리게 되었으며, 당시 ‘땅에 대한 소유”의 개념이 없던 호주 원주민들은 협상이나 조약 등 아무런 절차 없이 삶의 터전을 내어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땅을 빼앗김과 동시에 사람으로 존중받지 못하여 학살과 억압 정책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18세기 후반 유럽인들이 호주로 들어오면서 전염병이 함께 들어와 1788년부터 1900년까지 호주 원주민의 90%가 감소하였으며, 원주민 학살까지 더해져 원주민의 감소는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이에 원주민 인구는 19세기에 약 50만 명에서 5만 명으로 10분의 1이 줄어드는 비극이 있었습니다. 1960년대 이후 백인 이외의 다른 유색 인종을 배척하던 백인 우선 정책인 ‘백호주의’가 완화되기 전까지 호주 원주민들은 사람이 아닌 자연 유산으로 분류되었다고 하니 그 차별과 억압이 얼마나 심했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항상 호주 국기와 함께 게양되는 호주 원주민 국기의 모습 (사진출처_ SHEPPARTON NEWS)
항상 호주 국기와 함께 게양되는 호주 원주민 국기의 모습 (사진출처_ SHEPPARTON NEWS)

호주 원주민들의 비극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도둑맞은 세대(Stolen Generations)”로 이 용어는 190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시행된 소위 ‘문명화 교육’과 이로 인한 희생자들을 지칭합니다. 백호주의 시절 호주 정부는 백인과 호주 원주민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아이들을 문명화 교육의 대상으로 간주하여, 부모들에게서 강제로 분리하여 그들을 백인 사회에 완전히 흡수시키고, 백인들의 노동력을 대체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분리되어 약 10만여 명이 백인 가정에 입양되거나, 수용소로 끌려갔으며, 원주민 언어는 일절 금지 당하였습니다. 또한 부모들이 아이들을 찾지 못하도록 어디로 보내졌는지 알 수 없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방문과 편지조차 금지되어 생이별의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 가운데 신체적, 정신적, 성적으로 학대당한 아이들이 상당하였으며, 기초적인 교육도 부실해 중등교육을 이수할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으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참혹한 결과를 낳게 됩니다. 

호주 원주민 세 자매가 도둑맞은 세대에 속하지 않기 위해 1500마일에 걸친 탈출을 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토끼 울타리(Rabbit Proof Fence)” 중 한 장면 ( 사진 출처_ The film Rabbit Proof Fence(2002)
호주 원주민 세 자매가 도둑맞은 세대에 속하지 않기 위해 1500마일에 걸친 탈출을 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토끼 울타리(Rabbit Proof Fence)” 중 한 장면 ( 사진 출처_ The film Rabbit Proof Fence(2002)

지금은 예전에 비해 호주 원주민의 위상이 훨씬 나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원주민들이 저소득층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소득 수준이나 평균 수명, 실업률과 범죄율 등 각종 지표들이 원주민들의 열악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원주민 대다수는 도시 외곽이나 빈민촌에 살고 있어서 인프라와 공공시설이 현저히 부족하며, 교육 수준도 매우 낮아 12학년을 모두 마치는 비율은 39%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원주민들의 현실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원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의 권리 향상과 인식 개선에 함께 동참함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런 의미에서 유엔도 세계 원주민의 날을 제정한 것이고요. 세계 원주민의 날은 원주민들의 문화, 교육, 보건, 환경, 인권 문제를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하고 원주민의 고유한 지식과 문화, 전통을 함께 존중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과 생물, 문화 다양성 보존에 대한 원주민의 기여를 깊이 인정하고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유엔 원주민 권리 선언(2007)을 간략하게 같이 살펴보면서, 우리 주변에 명백히 존재하지만 우리가 잘 인지하지 못하고 지냈던 원주민들의 존재를 다시 한  상기해 보고자 합니다. 

유엔 원주민 권리 선언 (사진 출처_ Australian Human Rights Commission)
유엔 원주민 권리 선언 (사진 출처_ Australian Human Rights Commission)

1조 원주민은 유엔 헌장과 세계인권선언문 및 국제 인권 법에서 인정하는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집단적 혹은 개인적으로 완전히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2조 원주민은 다른 모든 민족 및 개인과 자유롭고 평등하며, 특히 정체성에 근거한 모든 종유의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습니다. 

3조 원주민은 자유롭게 그들의 정치적인 견해를 비롯하여 경제 및 사회, 문화를 추구할 수 있는 자결권이 있습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본인이 원래 살고 있던 삶의 터전을 빼앗긴 채 차별과 억압을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금도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지구 마을을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그들과 관련된 이슈에 한 번 더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목소리를 내어준다면 아무런 지지기반도, 목소리를 대변해 줄 사람도 없는 원주민들에게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후원문의]굿네이버스 호주 

W. https://goodneighbours.com.au/ 

P. 0416 030 381 / Kakao. GN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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