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3일에 NSW 주 의회가 발의한 ‘성적 동의 법안(Sexual Consent Laws)’이 통과됨에 따라 2022년 6월 1일부터 이 개정안이 효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개정된 핵심 내용은 말이나 행동으로 명확하게 표현된 경우에만 성적 행위에 동의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점입니다. 성폭행의 유무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쟁점이 바로 피해자의 ‘동의’ 여부이기 때문에 ‘동의’에 대한 규정이 변경됨에 따라 향후 성폭행 관련 판결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NSW주 형법(Crimes Act 1900) Section 61I는 “상대방의 동의없이, 혹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과 성관계(sexual intercourse)를 맺은 사람은 최대 징역 14년에 처한다”리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법 Section 61HJ에는 동의로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 동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어떠한 말이나 행동도 하지 않았을 때

- 피해자의 인지능력이 부족할 때

- 술이나 약물 등의 영향으로 동의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을 때

- 의식이 없거나 수면중이었을 때

- 위협을 받았거나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혹은 공포에 휩싸인 상태였을 때

- 피해자가 불법감금된 상태였을 때

- 피해자가 가해자의 권력이나 지나친 의존관계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때

- 피해자가 성행위의 성격이나 목적, 또는 상대방의 신원에 대하여 잘못 알고 있었을 때 

예를 들어, 피해자가 잠이 든 상태에서 성관계가 있었다면, 피의자는 피해자가 이 성관계에 동의를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성폭행 혐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잠을 자던 피해자가 성관계 도중 잠에서 깨어나 움직였고 이 때 피해자의 어떠한 특정한 행동이 성관계에 동의한다고 유추될 수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성폭행 혐의에서 벗어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술에 많이 취했을 경우 피해자는 “나는 너무 취해서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전혀 동의하지 않았고 동의를 했을리도 없다”라고 주장하게 됩니다. 반면 피의자는 “피해자가 술을 마셨으나 성관계 중 피해자가 보인 행동은 충분히 동의하였다고 판단될 수 있다”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재판에서, 직접적인 동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 이렇게 피해자의 행동이나 사건 앞뒤의 정황 등을 통해 동의 유무를 추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배심원을 설득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필자가 그동안 담당했던 성폭행 관련 재판 상당수가 이러한 내용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남녀가 서로 포옹을 하고 키스를 하는 등 스킨쉽을 하며 남성의 아파트에 들어갔다가, 약 4시간 후 여성이 아파트에서 나오자마자 본인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를 하였습니다. 이 여성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기억을 잃었고 정신을 차려 보니 본인이 남의 아파트 침실에서 성관계를 하고 있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사건을 접수받은 경찰은 당연히 남성을 성폭행 혐의로 기소하였고 긴 재판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발효된 ‘성적 동의법’으로 인해 성폭행으로 기소되었을 경우 유죄판결을 받을 확률이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정황을 통해 간접적으로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를 하였다고 추정하여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으나, 이번에 직접적인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되는 ‘명확한 동의’만이 동의로 인정되도록 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성적 동의법은 다음과 같은 목적으로 개정되었습니다.

- 형법에 명시된 동의에 대한 조항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함. 동의는 개인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의사이며 동의 여부는 추정될 수 없음.

- 동의가 지속적이고 상호적인 의사소통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함.

- 동의는 도중 어느 때라도 철회될 수 있다는 점과 어떤 성적 행위에 동의했다고 해서 다른 종류의 행위에도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함.

- 성범죄에 대해 보다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기소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함.  

- 재판 과정에서 동의에 대해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을 바로잡기 위함. 

-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경험을 개선하고 재판 참석 배심원들이 복잡한 성범죄 재판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 

호주 성폭행법은 피해자인 여성에게 상당히 유리하도록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여성의 진술 외 다른 증거가 아무것도 없더라도 기소가 가능합니다. 실제로 많은 피의자들이 재판을 통해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1~2년간 이어지는 재판으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수만불의 법률비용에 대해 전혀 보상받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법개정으로 인해 성폭행 혐의에 대한 무죄를 입증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에 성관계를 할 때마다 동의서에 서명을 받거나 녹취 증거를 남겨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 

그러나 이번 법개정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특히 10대후반에서 20대초반의 젊은 세대들에게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법개정에 맞춰 NSW 정부는 성관계에 있어 상대방의 동의 획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Make no doubt’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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