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방 정부가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의 노동당 정부로 교체된지 약 70일 지났다. 정부 교체로 인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일까? 코로나 팬데믹 여파와 경제적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지목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인 로스 기틴스(Ross Gittins) 시드니모닝헤럴드지 경제 부장(Economics Editor)은 ‘기후변화(climate change)’를 가장 중요한 아젠다로 꼽았다. 

 

이유는 환경 없는 경제가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경제와 환경은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한 예로 호주에서 생산, 공급되는 야채 중 하나인 양상추(iceberg lettuce) 가격이 무려 $10로 치솟았다. 가격 폭등의 원인은 가뭄의 연장된 영향에 최근 홍수 여파가 겹쳐진 결과 때문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지난 2018년 극단적인 혹서(extreme heatwave) 현상이 있었을 때 약 2만3천마리의 박쥐(flying foxes)가 폐사 당했다. 흔했던 박쥐가 이제 멸종위험종이 됐다.

2019-20년 대산불(the Black Summer)로 인해 호주 인구의  80%가 스모크 영향을 받았으며 약 420명이 숨졌다.   

생산물 가격 폭등, 동물의 집단 폐사, 인명 피해는 환경과 경제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관계임을 뚜렷하게 입증하고 있다. 

기틴스 경제학자는 ‘손상된 환경은 살 수 없는 경제를 초래한다(A wounded environment leads to an unliveable economy)’는 제목의 3일자 칼럼(시드니모닝헤럴드지)에서  “인간이 환경에게 너무 심한 피해를 주었기 때문에 이제 환경이 반격을 시작했다(we’ve hit the environment so hard, it’s started punching back)”라고 일갈했다.  

인간의 환경 파괴는 매우 다양하다. 동물 보호지역과 개체 파괴, 환경에 유해한 동물과 식물 소개, 공해와 오염, 쓰레기, 토양과 수질의 염분화(salinity), 과도한 수산물 채취(overfishing)로 어류 멸종 등등.. 그러나 가장 중요한 피해는 기후변화다. 

지난 5년동안 호주에서 극단적인 홍수, 가뭄, 혹서, 폭풍우, 산불이 발생했다. 이런 자연재난의 1차적 피해는 수백만 마리의 동물 폐사와 주거 공간 파괴, 대보초의 백화 피해 확산, 가옥 파괴, 가축 손실 등이다   

 

기틴스는 “최근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이벤트는 연속  이자율 인상이 아니며 지난달 타냐 플리버섹 환경장관이 공개한 호주환경 실태 보고서(State of the Environment report)였다. 전임 스콧 모리슨 정부는 5년 주기로 발표된 이 2021년 보고서를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알바니지 정부는 국민들에게 나쁜 뉴스이지만 공개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용기를 가졌다”라고 말했다.

이 보고서의 중요성은 그동안 피해 상황의 실태 파악만이 아니라 환경을 파괴한 인간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을 분명히한 것이다. 그런 배경에서 기틴스 대기자는 ‘환경의 반격이 시작됐다’고 표현했다. ‘대기자’다운 기틴스의 날카로운 분석이다.  

5년 주기의 환경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모든 다른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라고 경고했다. 과거 보고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갈수록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경고했고 미래의 피해도 이미 경고했다. 그러나 호주 정부, 특히 지난 9년반 집권했던 자유-국민 연립 정부는 기후변화에서 매우 미온적인 입장을 취했고 사실상 관련 경고를 무시한채 립서비스로 일관했다. 모리슨 전 총리는 국제 회의장에서 “향후 기술발전에 의존해 기후변화를 해결할 것”이라는 발표로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정부 교체 후 처음으로 시작된 의회에서 집권 노동당은 기후변화 법안을 상정했다. 골자는 2030년까지 호주의 탄소 배출을 2005년 수준의 43%까지 감축하고 2050년 넷제로(net-zero)를 달성하는 로드맵과 실행 방안을 법제화하는 것이다. 이같은 호주의 기후변화 법제화 추진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늦었지만 정부 교체로 이제라도 시작을 준비할 수 있게 될 것 같 다. 

2030년 43% 감축 목표가 너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녹색당은 정부 법안에 대해 찬반 격론 끝에 일단 법안을 통과키는 것으로 당론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만다행이다. 9월로 예상되는 상원 통과에서 녹색당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녹색당은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석탄 및 개스 화력발전소 신설 금지를 다른 법안을 통해 추진할 계획이다.   

반면 야당이 된 자유-국민 연립은 기후변화 법안에 반대 당론을 모았다. 총선을 통해 분명해진 국민 다수의 기후변화 행동 촉구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립이 의존하는 후원 세력이 탄소배출 산업(자원, 제조업, 농축산업 등)과 직간접적인 연관성이 크기 때문일 수 있다. 어차피 총선에서 졌는데 지지 세력에게 반감을 주지 말자는 속셈인가? 역으로 총선에서 패배했으니 이번 기회를 통해 부족한 정책을 보완하는 기회로 만들 수 없을까? 

특정 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위해 이런 ‘시대착오적인 연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바로 자유-국민 연립의 한계이고 총선 패배의 주요 요인이었다.  

5년 주기의 환경 실태 보고서를 총선 전 은폐한 수잔 리 전임 환경 장관은 현재 연립 야당인 자유당 부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는 은폐한 이유에 대해 “장관이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유당이 지난 총선에서 혼쭐나며 16석 이상 의석을 빼앗기는 대패를 당한 배경에 바로 이같은 ‘억지와 생떼’, ‘후안무치’가 한 몫 했다. 그럼에도 환경 실태 보고서 은폐에 이어 기후변화 법안에 반대한다니.. 아직 정신을 못 차린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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