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번 시내를 배경으로 바라본 이너 노스 핏츠로이 전경. (출처: Shutterstock) 
멜번 시내를 배경으로 바라본 이너 노스 핏츠로이 전경. (출처: Shutterstock) 

금리 인상 및 소비자 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 예산 압박 속에서 멜번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락세가 점점 더 가시화되고 있다. 일부 이너 시티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 회계연도 기간 중간 가격이 18% 넘게 떨어진 곳도 나왔다. 

최근 발표된 도메인(Domain)의 2022년 4-6월 부동산 가격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광역 멜번의 주택 중간가격은 직전 분기대비 0.9% 하락한 1백7만4천달러를 기록했다. 1-3월 분기에도 역시 0.9% 떨어졌는데, 멜번 주택 가격이 이처럼 2분기 연속 하락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8-2019년 호주 부동산 시장 침체기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시드니는 2.7% 하락한 1백55만2천달러, 브리스번은 0.2% 상승한 84만달러, 애들레이드는 3.6% 오른 79만3천달러를 기록했다. 

도메인의 연구책임자인 경제학자 니콜라 파월 박사는 “주택가격 하락 사이클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통상 부유한 지역에서 가격이 먼저 떨어지고, 가격 하락은 어느 정도의 시차를 두고 유닛이나 타운하우스 같은 주거 형태로 그리고 외곽 지역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지역에서 여전히 부동산 가격은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이 최고조였을 때 구매했다가 지금 팔려고 내놓는 경우라면 곤란한 상황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6월에서 2021년12월 사이 멜번의 주택 중간가격은 24% 상승했다.    

2021년 6월에서 2022년 6월 1년간 멜번에서 단독주택 중간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곳은 투랙으로 전년비 16.9% 하락한 4백57만달러를 기록했다. 2위는 팬데믹 기간 중 시내로 출퇴근할 필요가 없어진 근로자들이 보다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찾아 대거 몰렸던 동북부의 로워 플렌티로 11.5% 하락했고 중간가격은 120만달러를 기록했다. 아마데일(8.9%, 240만달러), 복스힐(6.7%, 140만달러), 코필드(6.3%, 180만달러), 브라이튼(4.5%, 310만달러), 세인트킬다 이스트(3.8%, 170만달러), 호손(3.7%, 240만달러)이 그 뒤를 이었다.  상당수가 호손에서 복스힐 사이의 통계국(ABS)이 통상 멜번의 이너 이스트로 분류하는 고가 지역에 집중됐다.  

아파트를 포함한 유닛 시장에서는 이너 웨스트의 메이드스톤과 야라빌이 최대 하락폭인 18.5%(47만6천500달러)와 12.2%(55만7천500달러)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발라클라바(11.5%, 59만7천500달러), 아마데일(11.4%, 64만8천달러), 플레밍턴(9.9%, 40만9천350달러), 뉴포트(9.8%, 67만3천달러), 햄튼(9.1%, 86만5천달러), 서리힐스(9.1%, 83만8천250달러), 맥키넌(8.8%, 69만5천달러) 순이었다. 

AMP캐피털의 셰인 올리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시장을 움츠려들게 만들고 있는 주된 원인은 금리 인상인데 앞으로도 추가 상승전망이 나온다"며 "주택 가격은 전국적으로 최고점 대비 15-20%가량 떨어진 것이며, 특히 멜번은 그 하락폭이 20%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확실한 시장 상황은 유닛 구매자들을 보다 신중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어, 하락폭을 제한시킬 것이라며 호황을 누리고 있는 임대시장 상황 역시 보다 많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유닛 구매를 고려하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라진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를 망설이게 만들고 있다. 로워 플렌티 젤리스 클레이그의 스콧 뉴전트 사장은 "인스펙션 때마다 10팀이 넘던 방문자수가 평균 3.5팀으로 줄어들었다. 많은 잠재적 구매자들이 당분간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RT에드가 투랙의 마크 릿지웨이 사장은 “북향에 레노베이션이 완료됐고 헤리지티 보호 지구로 지정된 곳에 위치한 이른바 'A급 매물’들은 여전히 인기이지만 그렇지 않은 매물의 경우 매매에 다소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첫 주택 구매자 비율이 높은 멜번의 동남부, 북동부, 북서부 그리고 서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파월 박사에 따르면 이는 첫 주택 구매자들에게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 영향으로, 실제 멜번 동남부 같은 경우엔 같은 기간 주택 중간가격이 3.5% 오른 80만4천달러를 기록했다.  홋지스 크랜본의 벤 도우튼 사장은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생애 첫 집을 구매하려는 이들의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들 첫 주택구매자들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부동산 시장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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