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번의 플린더스 스트릿역에 8일(현지시간) 7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올리비아 뉴튼-존을 추모하는 핑크빛 조명이 비춰졌다. 출처: AAP
멜번의 플린더스 스트릿역에 8일(현지시간) 7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올리비아 뉴튼-존을 추모하는 핑크빛 조명이 비춰졌다. 출처: AAP

호주 멜번에서 성장하고 공전의 히트영화 '그리스(Grease)'의 여주인공이자 1970∼1980년대를 풍미한 세계적 팝스타 올리비아 뉴튼-존(ONJ)이 9일(호주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7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남편인 존 이스털링은 이날 뉴튼-존의 페이스북에 “올리비아가 오늘 아침 남부 캘리포니아 목장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원히 잠들었다”고 밝혔다. 

플린더스 스트릿역과 멜번크리켓그라운드(MCG) 그리고 아츠센터 등 멜번의 대표적 랜드마크에서는 이날 밤 암 질환에 대한 인식과 연구 및 치료 분야에서 뉴튼-존의 공헌에 경의를 표하는 핑크빛 조명이 비춰졌다. 

앤소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는 "올리비아 뉴튼-존은 우리들 삶 속에서 밝고 환하게 빛나는 별"이라며 "그녀의 유산은 음악과 영화 그리고 언젠가 우리 모두가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찾게 될 것이라는 신념을 통해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알바니지 총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호주인 사운드트랙의 큰 부분이 됐다"고 덧붙였다. 다니엘 앤드류스 빅토리아 주총리도 "그녀는 자신의 암 여정을 통해 다른 이들의 생명을 구하고 삶을 변화시켰다"며 "이는 너무도 경이로운 일"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1954년 양자역학 분야 이론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독일계 물리학자 막스 본 박사의 외손녀이자 영국정보국(MI5) 요원인 브린 뉴튼-존의 3남매 중 막내로 1948년 영국 캠브릿지에서 태어난 올리비아 뉴튼-존은 6살 때 멜번대 교수로 재직하게 된 아버지를 따라 호주로 왔다. 사우스 야라에 있는 크라이스트 처지 그래머와 파크빌의 유니버시티 하이스쿨을 다닌 그녀는 음악 활동을 하기 위해 16세 때 영국으로 떠났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정착한 이후로도, 어머니인 아이린 뉴튼-존과 오빠인 브렛 그리고 언니 로나와 배우겸 가수인 토티 골드스미스를 비롯한 조카들이 사는 멜번을 수시로 찾았다. 

로스앤젤레스 할리웃 명예의 거리에 올리비아 뉴튼-존을 추모하는 팬들이 놓고간 꽃과 사진들이 놓여있다. 출처: Shutterstock
로스앤젤레스 할리웃 명예의 거리에 올리비아 뉴튼-존을 추모하는 팬들이 놓고간 꽃과 사진들이 놓여있다. 출처: Shutterstock

올리비아 뉴튼-존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여전히 '마음 속에서 멜번에 살고 있는 소녀'라면서 MCG 바로 옆 졸리몬트에 살았을 때 AFL경기가 있을 때마다 들려오던 관중들의 함성과 멜번 동물원 근처 파크빌에 살았을 때 아침마다 듣던 사자들의 포효가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4차례의 그래미상 수상과 14장의 골드 앨범, 1억장의 레코드 판매 기록과 함께 영국훈장장교(OBE) 및 호주국민훈장(AO) 서훈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만인의 연인'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녀의 화려한 인생은 두차례의 결혼과 사업 실패, 암투병으로 이어진 말년의 모습들과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녀는 지난 2018년 호주 세븐 네트워크의 시사프로그램인 선데이나잇에 출연해 1992년 첫 유방암 발병 이후, 2013년 교통사고로 병원을 찾았다가 유방암이 오른쪽 어깨로 전이됐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2017년에는 다시 암이 척추 아래쪽으로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면서 통증을 이겨내기 위해 마리화나를 사용하고 있으며, 마리화나가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모든 환자들에게 보다 광범위하게 제공될 수 있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적극적인 의료용 마리화나 처방과 관련된 사회적 논의를 가속화시킨 바 있다.  

그녀는 총 1천700만달러에 이르는 기금을 조성해 2012년 6월 암 치료와 간 이식, 척추 및 신경계 질환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멜번 동북부 하이델버그 소재 오스틴헬스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올리비아 뉴튼-존 암 센터(Olivia Newton-John Cancer Centre)'를 설립하고 암 연구와 암 환자들을 지원해왔다. 남편인 존 이스털링도 그녀를 추모하고 싶은 이들은 "꽃 대신 올리비아 뉴튼-존 암센터에 기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영화 '재너두(Zanadu)' 촬영 현장에서 만나 1984년 결혼에까지 이른 첫 남편 맷 래턴지와의 사이에 태어난 올해 36세인 딸 클로이 래턴지가 있으며, 2008년 대체 의약품 사업가인 이스털링과 결혼하기 전 9년간 파트너였던 한국계 미국인 입양아인 카메라맨 패트릭 김 맥더멋(Patrick Kim McDermott, 48)은 2005년 로스앤젤리스 인근 해안에서 바다 낚시 중 실종된 후 시신을 찾지 못했다. 그는 약 9년동안 올리비아 뉴튼-존의 온앤오프 보이프렌드였다.

올리비아는 시드니 올림픽이 열리기 직전이었던 2000년 8월과, 2016년 5월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해 공연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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