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사람들이 한정된 소득을 효용(utility)이 최대화되도록 사용한다는 것을 가정하고 그들의 소비 또는 경제활동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효용은 만족도를 나타내고 만족도는 행복 수준과 직결되어 효용과 행복을 동일시한다. 따라서 소득(실질)이 올라가면 행복 수준도 비례해서 올라갈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효용이나 행복 수준은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득과 행복의 관계는 오랫동안 통계적으로 검증되지 않고 있었다. 

1970년대부터 몇몇 기관에서 행복 수준을 측정하기 시작하였는데, 미국 경제학자인 리차드 이스털린(Easterlin) 교수가 처음으로 소득과 행복의 관계를 검증하였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어떤 특정한 시점이나 단기에 있어서는 소득과 행복 수준이 비례하여 변한다. 즉 어떤 사람에게 ‘지금보다 소득이 높으면 더 행복하겠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그렇다고 한다. 또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의 국민이 낮은 국민보다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그 이상은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60년에서 지금까지 약 200배가 증가했는데도 한국 사람의 행복 수준은 올라가지 않고 있다. 이런 관계는 한국뿐 아니라 여러 선진국에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처럼 소득과 행복 수준이 관계가 없음을 처음으로 검증한 이스털린 교수는 이를 ‘소득과 행복의 역설(이스털린 역설: the Easterlin Paradox)’이라고 명명했다.

이런 역설은 소득과 저축률에서도 나타난다. 가령 $100 소득을 갖고 $70을 쓰고 $30 즉 소득의 30%를 저축하던 사람의 소득이 $200로 오르면 처음에는 소비를 배로 증가하지 않으면서 저축률이 30%보다 높아지는데 장기적으로 갈수록 저축률은 다시 30%로 내려간다. 이런 현상에서 소득과 저축률의 역설을 볼 수 있다.

왜 이런 소득과 행복의 역설이 일어날까? 첫째, 우리의 행복은 소득의 절대액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고 상대적 소득량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우리는 자기의 소득을 남의 소득과 비교하는 본능적인 의욕, 소위 ‘사회적 비교’를 통하여 자기의 소득을 평가한다. 자기의 소득은 오르고 다른 사람의 소득은 그대로 있으면 우리는 행복하게 느끼는데, 모든 사람의 소득이 같이 오르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많은 실증연구가 지적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구성의 모순(fallacy of composition)’이라고 하는데, 개별적으로는 맞지만 전체적으로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장 관람석에서 한 사람이 일어나면 잘 보이지만 모두가 일어나면 그렇지 못하는 것과 같다. 

둘째, 우리 뇌에는 욕심을 나타내는 부위가 있고 욕심이 충족되면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런 생리적 이유로 우리는 소득이 오르기를 바라고, 일단 소득이 증가하면 그것에 곧 적응해버리고 다시 더 높은 소득을 바라게 된다. 따라서 소득이 오르면 일시적으로 행복감도 올라가지만 오래도록 높은 행복감을 유지하지 못한다. 더 많은 소득을 바라는 인간의 욕구는 우리의 물질주의와 연결되어 있다. 집, 자동차 등 우리가 갖고 싶어 하는 것들의 수준은 우리가 실제 소유한 것보다 높다. 소득이 오르면 바라던 재물을 소유하게 되고 행복하게 되지만 곧 적응해 버리고, 다시 새로운 것을 바라게 되어 욕구와 실제 소유와의 차이는 계속 유지되고 행복 수준도 변하지 않는다. 

소득이 오르면서 행복해지는 법은 없을까? 우리가 소득과 더불어 행복해지려면 무엇보다 남과 비교하는 것을 자제하고 가진 것에 만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초•중•고등학교 교육을 받으면서 성적을 서로 비교하는 버릇이 있어 남과 비교하는 습성은 한국 사람이 세계적으로 높다고 한다. 따라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물가를 감안해서 측정한 최근의 개인국민소득에서는 한국이 세계에서 30위인데, 유엔(UN)에서 최근 발표된 ‘세계 행복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사람의 행복 순위는 세계에서 59위로, 소득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행복 수준이 현저히 낮다. 

소득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복 수준은 달라진다. 같은 금액을 소비하는 경우 물건을 사는 것같이 물질 소비보다 여행처럼 경험을 얻기 위한 소비가 우리를 더 오래 행복하게 한다고 실증분석이 지적한다. 또 실증 검사에 의하면 일정량의 금액을 자기를 위해서 쓰는 것보다 남을 위해서 또는 이타적인 명분으로 쓰는 것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한다는 실증분석도 있다.  

우리의 행복 수준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소득 외 여러 가지가 있다. 사람은 사회적 비교를 하는 동물이라서 나만의 소득이 오르면 행복해지지만 모든 사람의 소득이 같이 오르면 행복감은 올라가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한국처럼 국민소득이 수백 배로 증가해도 국민 전체의 행복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 이유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사람들의 행복 증가가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게 오른 사람들의 행복 감소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민소득의 증가가 국민 행복 수준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소득과 행복의 역설에도 불구하고, 국민소득이 비슷한 여러 나라 국민들의 행복 지수가 현저히 차이가 있다는 사실은 소득 외에도 행복의 요소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런 행복의 요소를 경제학적인 시점에서 탐구하고 분석하여 모든 국민의 행복 수준을 증진하려는 학문이 소위 ‘행복 경제학’이다. 

행복 경제학이 서서히 발전하면서2011년에 유엔(UN)은 행복이 인간의 근본적인 목표라는 결의안을 채택하였고, 세계 모든 사람의 행복 증진을 위한 첫 과제로서 세계 공통의 행복 요인을 찾아내고 각국의 행복지수를 측정하여 매년 ‘세계 행복 보고서’에 발표하고 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각국의 정책입안자들이 자국 국민의 행복 증진을 위하여 고심하게 되었고, 부탄(Bhutan)이라는 나라에서는 국민총행복지수를 개발하고 그 증진을 정부 정책목표로 삼아 수행하고 있다. 

행복 경제학은 정부 정책 담당자에게 국민의 복지증진을 위한 정책도구를 제공해줄 뿐 아니라, 국민의 구성요소인 개개인의 행복 요인을 찾아내어 국민들에게 제공하면서, 정책과 더불어 국민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유도함으로써 전체의 행복 수준을 증진하려 한다. 행복은 다분히 주관적인 만족감을 의미하기 때문에 심리학의 연구 분야이고, 심리학에서 행복 요소를 탐구하고 개개인의 행복 수준을 향상하려는 학문이 긍정심리학이다. 행복경제학과 긍정심리학을 아울러서 사회나 국민의 한 구성원으로 우리 스스로가 행복하게 사는 여러 방법을 두 분야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하여 다음 기회에 고려한다.

권오율(그리피스대학교 명예교수, SFU 경영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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