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보내온 수백억 광년 전의 은하계의 모습을 보며, 세상 사람들이 흥분으로 들썩이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삼십여년 전에 쏘아올린 허블 우주 망원경보다 더욱 발전된 첨단의 기술로 새로운 별들의 세계를 전하게 된 제임스 웹에 대한 기대가 반짝이는 별만큼이나 빛을 발한다.

얼마전, 읽고 싶었던 책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내게로 와 행복한 한달을 보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COSMOS>이다. 천체물리학자인 그의 지순한 인류애 안에서 과학과   문화사적인 서사가, `파라다이스는 꽃과 어린이와 창공에 빛나는 별들에 벌써 와 있다.’는 옛 시인의 노래처럼 희망메시지가 담긴 한편의 서사시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지구 중력의 끌림처럼 집에서 가까운 맥콰리 대학의 천문대를 찾아갔다.

겨울 밤하늘의 별들이 더욱 총총하게 빛난다고 했는가? 지난 동지 전후 새벽에는 수성, 금성, 천왕성, 화성, 목성, 토성이 일렬로 늘어서는 장관을 보기 위해 달콤한 새벽잠을 설치기도 하였었다. 덜덜 떨며 깊어가는 밤에 모인 마흔 명 가량의 별 관찰자들, 아이들에게 창대한 유니버스를 열어주려는 몇 그룹의 가족, 별을 보며 사랑을 맹세할 여러 쌍의 젊은이들, 깔깔대는 친구들 그룹 그리고 별을 탐구하고픈 마음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별바라기 청년들.. 모두는 찬탄의 큰 숨을 내뿜으며 여러개의 망원경을 통해 밤하늘을 구경하였다. 약 백년 전의 천문학자 허블은 그때 벌써 백 인치 크기의 반사망원경으로 우주를 꿰뚫어 보았는데, 여기 우리는 12인치 혹은 16인치 텔레스코프로 별을 본다기에 슬쩍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며칠 후면 보름으로 꽉 차오를 달이 중천에 떠있어 그늘진 고요의 바다와 수많은 분화구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대학 한쪽 구석에 위치한 소박한 천문대에는 미래의 우주 과학자 학생들의 조금 두서없는 안내 열정과 하나라도 더 보겠다는 구경꾼들의 극성이 어우러져 몇 개의 망원경들을 이리저리 오가며 두 시간여동안 즐거운 탄성이 넘실거렸다. 구글과 책을 통해 나름대로 별관찰을 준비했다는 나 자신, 대마젤란과 소마젤란 성운과 혹시 나선형 은하의 모습도 볼 수 있지 않을까했던 나의 무지는 여지없이 무너져내려, 폭발하여 흩어지는 별조각의 돌부스러기가 되어 내 전두엽을 가득 채웠다. 

 요즈음은 별을 보러 여행을 떠난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인위적인 불빛이 전혀 없는 아웃 백에서 쏟아지는 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자신들의 별을 찾고 싶은 걸까? 별이 되는 영원한 삶을 꿈 꾸는 것일까? 별의 안내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그 옛적의 선지자와 탐험가들, 그리고 그들은 오늘날의 천체과학자처럼 별들에게 신화와 전설을 버무려 이름을 남겼다.

몇년 전 여름, 친구들과 여행한 Norfork Island의 별밤이 생각난다. 자정이 가까워 올 무렵, 의기투합한 우리는 별하늘을 찾아 바닷가 언덕Elizabeth Lookout 에 드러누웠다. 별자리에 대해서는 모두 문외한들이었지만 여덟 개의 눈동자를 샛별처럼 빛내며 국기에 그려진 남십자성을 먼저 찾고, 고향의 별 북극성은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하늘의 사냥꾼 오리온좌와 가장 빛난다는 시리우스를 점찍어 보다가 하늘과 바람과 별 시인의 <별 헤는 밤>, 천재 음악가가 빛낸 <반짝 반짝 작은별>과 <저별은 나의 별 저별은 너의 별>을 합창으로 별밤을 장식했다. 저기 밤바다 위로 쏟아져 내려 은파를 이루는 별 무리, 섬의 한켠에 자리한 이백년 역사의 공동묘지에 묻힌, 외딴 섬을 개척한 영국에서 온 죄수들과 피케인 사람(Pitcairn Islander)들과 그 후손의 머릿돌들 위에 별빛이 살포시 내려앉아 은색으로 빛난다. 이루지 못한 별의 환상을 깨고, 그러나 또 이루어야 할 별의 환상을 위해 우리의 삶을 쏟아지는 별빛에 반추해 본다.

진정 코스모스에 뿌려져 있는 별과 행성의 수가 지구의 모든 해변의 모래알을 낱낱이 세어 본 갯수보다 많다고 한다. 아찔한 느낌이다. 지금 이 시점에도 바다로 유입되는 강물에 실려오는 자갈돌과 모래알처럼 우주의 끝없는 팽창과 함께 은하세계도 무한 생성된다. 현생인류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이어 온 삶과 죽음같이 별들도 쉬지않고 움직이며 생과 사를 맞는다. 우리 은하 미리내에서도 한낱 푸른 점인 지구, 고등생물 72억 인류가 별밤을 우러러보며 사랑의 메시지를 쏘아 올린다면 코스모스는 더욱 밝아지고 빛날 수 있을까?

홀스트의 관현악 <행성>을 다시 듣는 이 밤, 별은 유난히 밝고 영롱하다.

김인숙/수필가, 시드니한인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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