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확인된 불안정한 반역자이고 머독은 불기소된 그의 공모자다(Trump is a confirmed unhinged traitor. And Murdoch is his unindicted co-conspirator).’

지난 6월29일 호주의 인터넷 독립매체인 크라이키 닷컴(Crikey.)은 위 제목으로 머독이 폭스뉴스를 이용해 1월6일 미 국회의사당 폭동을 선동, 조장했다고 비난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또 닉슨의 워터게이트와 미 의사당 폭동을 비교했다. “닉슨은 기소되지 않은 공동 음모자였다, 머독 부자와 다수의 파괴적인 폭스뉴스 논평가들은 이 계속되는 위기의 기소되지 않는 공모자들이다.”

 

23일 라클란 머독 뉴스 코프 공동 회장은 크라이키 닷컴의 소유주인 프라이빗 미디어(Private Media), 해당 기사를 쓴 버나드 킨(Bernard Keane) 정치 부장, 피터 프레이(Peter Fray) 편집인을 명예훼손(defamation)으로 시드니의 연방 법원에 제소했다. 

이 제소는 호주에서 탐사저널리즘의 공익성 보도를 방어할(protecting investigative journalism)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될 것이란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라클란 머독의 호주 인터넷 뉴스 웹사이트 크라이키닷컴 소유주인 프라이빗 미디어Private Media 제소는 2021년 개정된 호주 명예훼손법의 첫 주요 테스트 사례가 될 전망이다. 개정법에는 언론사를 위해 ‘공익 방어(public interest defence)’가 보강됐다.

서호주대 법학자인 마이클 더글라스 교수(Prof. Michael Douglas)는 “미 국회의사당 폭동 사태에서 머독 계열 미디어(특히 미국내 폭스 뉴스)의 역할은 공익 이슈”라고 동의했다.

호주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머독은 유명한 명예훼손 전문 법정 변호사 수 크라이샌도(Sue Chrysanthou, SC)를 변호사로 선임했다. 머독 변호사들은  “이 기사는 도널드 트럼프가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고 시도했고 머독이 공동 음모자(co-conspirator)였다고 잘못 보도해 머독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기사에서 범죄 혐의(allegations of criminality)와 센세이셔날한 언어 표현도 문제 삼았다 

크라이키는 지난 두 달동안 양측 사이에 오고간 변호사들의 편지를 22일(월) 전격 공개했다. 프라이비트 미디어의 에릭 비처(Eric Beecher) 회장은 뉴욕타임즈지에 전면 광고를 게재하고 법정에서 독립 저널리즘을 방어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크라이키는 민터 엘리슨(Minter Ellison)의 파트너인  피터 바틀렛(Peter Bartlett)과 마키 법무법인(Marque Lawyers)의 마이클 브래들리(Michael Bradley)를 변호사로 선임했다.

호주 전 총리들 중 말콤 턴불과 케빈 러드는 강경한 어조로 머독의 크라이키 제소를 비난했다. 24일 라디오 내셔날 대담에서 턴불 전 총리는 “루퍼트 머독은 폭스 뉴스의 영향력을 이용해서 오늘날 살아있는 사람들 중 그 어느 누구보다도 미국 민주주의를 훼손했다. 또 여러 해동안 머독 소유 미디어들은 호주에서 명예훼손을 해왔다. 이런 머독이 크라이키를 제소한 것은 위선(hypocritical)”이라고 맹비난했다.  

머독 가족이 호주 정치권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주장하며 특검을 요구해 온 케빈 러드 전 총리는 트위터에서 “호주 언론중재위원회(Australian Press Council)가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하면서 뉴스 코퍼레이션과 머독 가족의 제소를 비난했다.

호주 언론계에서 일하던 저널리스트들로 구성된 소규모 독립 인터넷 매체 크라이키 닷컴은 뉴스코프와의 소송을 앞두고 여론에 호소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4일 윌 헤이워드(Will Hayward) CEO는 “크라이키는 해당 기사를 지지한다. 우리는 독립 공익언론의 명예와 호주 민주주의에서 독립 미디어의 중요성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머독 가족은 현재 미국에서 미국의 선거검표 회사(도미니언)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폭스 뉴스가  2020년 미 대선 결과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해 막대한 손해를 초래했다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서 폭스뉴스는 ‘공적 관심사와 미 헌법 1호 수정 조항(the First Amendment in the US Constitution)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언론 자유 문제에 대한 코멘트를 했다’고 주장하며 방어하고 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헤이워드 CEO 24일부터 유료 회원 확대 켐페인을 시작하면서 “사실상 크라이키가 보도한 내용은 미국에서 폭스 뉴스와 머독의 역할에 대한 수백건의 기사와 논평에 비교하면 대단치 않은 것이다. 저널리스트로서 중요한 이벤트를 커버할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기위해 크라이키는 법정에서 싸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독자들의 지원 방법 문의에 대해 “크라이키를 지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유료 회원이 돼 머독이 지배하는 않는 독립 저널리즘을 지원함으로써 호주에서 머독의 미디어 파워에 저항하는 것이다. 우리의 유료 회원이 돼서 우리의 기사를 읽고 가치관을 공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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