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심장이뛴다’ 이후 10년 만에 ‘유체이탈자’라는 작품과 함께 영화계로 돌아온 윤재근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국립중앙도서관을 매일 출퇴근했다. 해결될 듯하면서도 풀리지 않는 배급사와의 문제, 캐스팅의 어려움 등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내일은 다른 사람으로 눈뜨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생각은 곧바로 영감으로 이어졌다. 윤 감독은 지난 20일, 시드니시티 이벤트 시네마에서 제 13회 호주한국영화제(Korean Film Festival in Australia, KOFFIA) 출품작 ‘유체이탈자’를 관객들과 함께 관람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호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윤재근 감독
한호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윤재근 감독

그렇게 탄생한 영화 '유체이탈자'는 12시간마다 타인의 몸에서 깨어나는 주인공 강이안(윤계상)이 극 중 인물들의 관계성을 알아가고, 자신의 정체를 찾아가는 액션 스릴러이다. 

▲    제13회 호주한국영화제(Korean Film Festival in Australia, KOFFIA)에서 영화 <유체이탈자>를 만나볼 수 있어 반갑다. 

“너무 기쁘다. 초청해 주셔서 너무 영광스럽고 감사하다. 또 팬데믹 상황 때문에 영화제를 온라인으로만 계속 진행을 하다가, 지금은 현지에 와서 직접 참석하게 되어 더욱 기쁘게 생각한다.” 

영화 ‘유체이탈자’는 개봉 전부터 헐리우드 리메이크작으로 확정이 되는 것 뿐만 아니라 '제20회 뉴욕아시안영화제'에서 액션시네마 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윤재근 감독과 단체사진
윤재근 감독과 단체사진

▲    한국 영화의 위상이 전세계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을 하는지. 또 감독으로서는 어떤 자부심을 갖는지 궁금하다

“한국 영화가 외국에서 관심도 많이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한국 감독들도 예전보다는 해외에서의 반응 그리고 외국 관객들이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도 조금은 더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또 변방에서 영화를 한다는 느낌이 이제는 없고 한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곧 메인스트림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느낌을 받는다.”

관객과 질의응답을 하는 윤재근 감독
관객과 질의응답을 하는 윤재근 감독

윤재근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한 것은 10년 전이었다. 투자, 캐스팅의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드디어 세상밖으로 나오게 된 특별한 작품이다.

▲    지난 10년을 ‘유체이탈자’를 위해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하다. 특별히 영화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무엇이었나?

“관객들이 이 영화를 우선은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다는 게 첫번째이다. 숨 쉴 사이 없이, 지루한 틈 없이 영화에 빠져서 재미있게 마치 영화의 인물과 함께 다니면서 체험하듯이 영화를 즐겨주시면 좋겠다는 것이 첫번째였고, 두번째는 철학적인 메시지들이 곳곳에 숨겨져있다. 그런 것들을 같이 발견해나가는 재미를 느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10년동안 한 작품에만 몰두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텐데.. 윤 감독에게는 영화가 ‘치유’의 존재인지 아니면 ‘고통’의 존재인가?

“영화학교를 다닐 때 비디오를 찍고 졸업 기념 코멘트 할 때 썼던 말이 있는데 ‘내가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고 영화가 나를 만드는걸 느꼈다.’였다. 그런데 지금도 그런 걸 느낀다. 그러니까 내가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고 시나리오를 쓰고 또 촬영을 하고 영화 제작 과정을 겪으면서 뭔가 오히려 이 영화가 나한테 가르쳐주고 나를 더 성장시키는 것들이 더 많다는 것을..”

▲    그렇다면 윤 감독에게 영화는 ‘치유’에 가까운가?

“둘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당연히 치유이다. 왜냐하면 개인적으로는 별다른 취미도 없고 술도 안 마시고 별로 좋아하는 게 없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심심하면 그냥 시나리오를 쓴다.

오히려 나에게는 치유가 되고, 다시 영화를 만들어 현장에 나갈 기대에 부풀고 이런 것들이 삶의 활력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나에게는 치유가 될 거고 아마 대부분의 감독들은 그러실 거라고 생각한다. 배우들도 마찬가지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덮을 만큼의 큰 어떤 보람과 치유가 있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하는 것 아닐까?”

영화 유체이탈자 스틸컷
영화 유체이탈자 스틸컷

▲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많이 했다. 배우를 캐스팅할 때 윤 감독만의 철학 또는 기준이 있나?

“모든 감독들이 다 그러시겠지만 일단은 대본에 있는 캐릭터와 잘 맞는 배우여야 하고,  그중에 물론 연기도 잘 하는 배우를 원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중요한 기준은 연기를 잘하고 인기가 많고 이런 것도 물론 좋지만,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왜냐하면 영화를 만드는 일도 결국 사람이 모여서 하는 일이고, 협업을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좋은 사람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좋은 기운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    관객들이 이번 작품을 볼 때 가장 주목해서 봐야하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특정한 장면보다는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이 다닌다는 생각으로 이 모든 과정들을 함께 체험한다는 느낌으로 감정이입을 해서 영화를 보시면 조금 더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윤재근 감독의 꿈은 무엇인가?

“현장에 가서 영화를 찍다가 죽는 것이다. 체력적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영화를 계속 오랫동안 많이 만들고 싶다는 게 제일 큰 꿈이다. 뭐 어디 가서 상을 받고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고 이런 것은 어쩌면 부차적인 것 같고 그냥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그걸로 족할 것 같다. 앞으로 또 다음 작품을 만들고, 이런 영화제에 오고 이런 것들을 계속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한 것 같다.”

▲    호주에서 한국 영화를 응원하는 동포분들께 인사를 부탁한다

“한국 영화를 특별히 더 많이 사랑해 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한국영화가 지금도 많이 성장했고, 또 성장하고 있지만 아마 앞으로는 더 많이 성장할 것 같다. 그래서 한국분들이라면 한국 영화에 대해서 관객으로서도 뭔가 자부심을 가지셔도 될 것 같고 또 좋은 작품들이 굉장히 많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계속 기대와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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