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하 페북)에 손 대기 시작하기 약 2년반 전에는  말만 들었지 이 뉴미디어에 대하여 무지렁이였다. 그간 혼자서 해보면서 많이 배웠다. 그러나 전문가의 해설이나 담론을 접해보지 못한 채 경험담 또는 소감을 써보게 되니 소 귀에 경 읽기가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

커뮤니케이션 전공이라고 하니 인터넷과 말을 잘하리라고   믿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그건 이 학문의 기술이거나 지엽적 측면이며 직업교육에서 다뤄져야 할 과제다.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종착역은 메시지가 개인과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 즉 효과의 이해에 있다. 사람이 메시지를 읽고 보고 들으면 뭔가 생각과 행동이 달라진다. 바로 교육의 효과다,

페북은 쓰레기장?

오늘  페북에 대한 글도 그런 틀 안에서다. 처음 이걸 하겠다고 하니 한 서울의 절친이 한 말이 있다. 왜 그 쓰레기장에 들어가려고 하느냐였다. 페북 인구(송신자/Senders와 수신자/Receivers합쳐)가 얼마나 되는지 나는 모른다. 위에서도 언급한대로 이 분야 문헌을 읽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은 수는 아닌 게 분명하다. 거기다가 국경을 넘어 메시지를 쉽게 퍼트릴 수 있는 매체다. 그렇다면 이 또한 긍정, 부정 어느 쪽이든 세상에 소리 없이 큰 발자국을 남기게 되어있다.

페북의 콘텐츠, 즉 내용은 각양각색인데 가장 큰 특징은 개인이 하고 싶은 말과 이야기와 그림을 거의 마음대로 대중에게 전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 이야기는 대개 사생활 영역이다. 사진과 함께 실을 수 있는 가정에서 일어난 일부터 여행과 파티 소식, 요리 레시피, 반려동물, 정원, 추억 이야기 등 삶만큼 많고 무한하다.

미디어의 내용을 수량적으로 분석하겠다면 내용분석(Content analysis)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연구방법론을 동원해야 한다. 그런 건 못하고 그냥 눈짐작으로 말해본다면 전체의 3분의 1은 셀프 뉴스, 셀프 보도가 아닌가 싶다. 전통 대중매체인 신문과 방송에서는 불가능한 기능이다.

그야말로 명실공히 표현과 언론의 자유다. 그 중에는 개인 홍보로 끝나거나 불평만 늘어놓는 류도 많으나 모두 사회에 크게 해가 되지 않을(Not harmful)것 같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페북과 유튜브

페북과 관련하여 나의 1차 관심과 우려는 공공 이슈에 대한 의견표시와 발언, 말하자면 언론이다. 이건 크게 다르다. 그 기능의 주역을 아직도 맡고 있는 전통 미디어가 기레기니 가짜 뉴스의 비판을 받고 있는 판국에 페북은 유튜브와 함께 나온 새로운 대안 언론이지만 아래 열거하는 이유로 사회적 책임을 더 잘 져버릴 가능성은 크다.

공적 영역에서 의견의 다양성을 위하여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특별히 보장되는 것은 누구든 권력과 다른 외압이나 고려에 의하여 입을 다물지 않고 할 말을 하게 함으로써 올바른 의견과 여론이 우세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게 물론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 기본 전제이다.

그러나 그 전제는 물론 자동이 아니다.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그게 잘 작동되지 않는다면 의견의 다양성은 오히려 사회적 혼란과 불안을 가져온다. 이게 오늘 한국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페친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대표적 집단(Sample)은 아니다. 그러나 공익 이슈에 대하여 글로 써 의견이나 감정을 피력할 정도라면 아주 무식한 사람들은 아니다.

설득과 교육

1. 페북 공간에서는 남을 비판하면서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명예훼손법의 적용을 덜 받거나 아예 안 받아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조사를 못했다). 그러나 더 원천적인 이유는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주는(Catharsis)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면 거들떠 보지 않는 수용자를 의식해서 그런 것 아닐까. 오늘 한국의 정치인 가운데 미디어를 잘 타는 사람은 이른바 ‘사이다 발언’을 잘하는 재주꾼들인 걸 봐도 안다.   

 

2. 페북에는 그 미디어의 특성으로 봐 특정 정치인과 이슈에 대한 지지 또는 찬반 표명이 특별히 많은데 처음부터 개인과 소속 단체와 세력의 이익을 위하여 그러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페북도 공기(公器)인 만큼 페친들은 그런 정치적 의사표시에 앞서 이게 과연 나라를 위하여 하는 발언인가  가슴에 손을 얹어 보는 양심이 있어야 하겠다.

누가 봐도 불의인 게 분명한데도 자기 이익을 위하여 또는 한때 은혜를 입었다고 특정인을 향하여 ‘힘내세요’라고 써서 올리거나 물타기 이론을 짜낸다면 사회정의는 함몰되고 만다. 그런 사회에서는 그 흔한 지지도 조사 결과는 신뢰할 수 있는 지표가 못 된다.

3. 국회청문회에서의 발언이나 미디어의 논설의 목적은 상대의 생각과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꿈으로써 국익에 보탬이 되려는 것 아닌가. 그런 좋은 목적의 발언과 글이 욕설과 조롱으로 차 있다면 건설적인 설득(persuasion) 효과는 없다. 아무리 그게 옳아도 당사자는 설득, 교육되기는커녕 오히려 반발을 하게 되니까.

미국 사회학의 거목 폴 라자스펠드(Paul Lazarsfeld, 1901~1976)는 70년도 넘기 전에 미디어의 마취적 역기능(Narcotizing dysfunction)이란 개념을 창안했다. 미디어의 공격을 많이 받다 보면 상대는 강철 심장이 되거나 무감각해져 효과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페북과 유튜브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공방전이 바로 그런 것 같다.

4. 과거 미국에서 공부할 때 ‘Corrupt English(부패한 영어)’란 말을 잘 들었다. 글을 재미있게 하느라 표현을 일부러 비틀어 써 품격이 떨어진 영어다. 최근 우리나라에 그런 언어가 젊은이들에게 크게 늘어났다. 페북에 그런 게 특별히 많다. 국어의 순화(醇化)에 역행이 아니겠나.

대중이 이용하는 미디어는 쓰레기든 아니든 현실 사회의 건강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페북 하나가 인문사회과학자들에게는 민심이랄까 국민 수준을 분석해볼 신뢰성 있는 산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물론 이 뉴미디어도 공짜가 아니고 나라의 돈을 쓰게 하는 귀한 언론 자산이다. 그 장점을 살려 잘 키우려는 마음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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