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불법무기소지죄로 기소가 되었다는 내용의 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해외여행을 마치고 호주공항에서 입국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예전에 한국에서 호신용으로 구매했던 삼단봉을 소지하고 있던 사실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삼단봉 소지가 불법인지 몰랐던 이분은 가방 속에 삼단봉이 들어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소가 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여러가지 상황이 참작되어 다행히 벌금형으로 종결되었지만, 판사는 해외에서 ‘무기’를 들여온 행위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강한 어조로 의뢰인을 질책하였습니다. 또한, 전과 하나 없던 이 의뢰인은 재판을 받으며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와 상당한 법률 비용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비단 이번 사건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무기 소지와 관련된 문의를 종종 받습니다. “호주에서는 총기 소유가 가능한가요?“, “어떤 물건이 무기(weapon) 로 간주되나요?”, “비비탄총은 무기인가요?”, “새총은 무기인가요?“ 등의 질문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한국이나 호주에서 모두 일반인이 총기류를 접할 기회는 거의 없지만, 삼단봉이나 페퍼스프레이 등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도구들을 소위 ‘호신용’이라는 목적으로 소지하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호주에서 총기를 비롯한 무기소지와 관련된 법 내용을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먼저, 호주에서는 총기 소유가 가능할까요? 호주에서 현재 허가받지 않은 총기를 소지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호주는 미국처럼 총기 소유가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었고 각 주마다 총기관련법이 상이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무렵 총기 관련 사건사고들이 많이 일어나게 되면서 강력하게 총기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1991년에 시드니 스트라스필드(Strathfield)에서 5명이 총기 사건으로 사망하는 일이 있었고, 1996년에는 타즈마니아의 포트 아서(Port Arthur) 관광기에서 35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당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이 사건을 촉매로 하여 당시 존 하워드 총리가 이끄는 연방정부는 전국적으로 강력히 총기소지를 규제하는 ‘National Firearms Agreement (NFA)’를 제정하였고 이미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총기류를 국가가 유료로 회수하는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NSW주에서는 총기소유와 관련하여 ‘Firearms Act 1996’ 이라는 이름의 법률이 적용되는데, 이 법은 법적으로 허가된 상황이나 허가증을 소지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총기 소지나 사용은 근본적으로 불법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총기류는 정부기관에 등록되어야 하며, 허가증을 받은 사람들은 해당 총기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보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까다로운 관리와 규제를 받습니다. NSW주에서 불법총기소지죄로 기소가 되면, 최대 14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으며 최소 3년의 실형기간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조항도 있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중범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비비탄총’같은 장난감총 또한 총기로 간주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호주에서는 한국과 달리 장난감 가게 등 어디에서도 비비탄총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고, 이런 사실을 모른 채 해외에서 구입한 비비탄총을 호주 공항에 가지고 들어오다가는 큰 곤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한편, NSW주에서 총기류 외 다른 종류의 무기를 소지한 경우에는 Weapons Prohibition Act 1998 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 법률은 Firearms Act 1996가 통과되고 2년 후에 제정된 법안으로서 Firearms Act 1996와 마찬가지로 허가받지 않은 무기의 소지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불법으로 무기를 소지하거나 사용하는 경우 최대 페널티는 14년의 징역형으로 불법 총기소지죄와 동일하나, 최소 처벌조항은 없다는 점이 다릅니다. 

폭약, 폭탄, 수류탄, 미사일 등 상식적으로 당연히 금지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제외하고 어떤 물건이 ‘금지된’ 무기일까요? 흔히 무기로 생각할 수 있는 ‘칼’을 예로 들면, 종류에 따라 무기가 될 수도 있고 무기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식당에서 요리를 위해 쓰이는 칼은 무기가 아니지만, 잭나이프(버튼을 누르면 날이 튀어나오는 칼), 버터플라이칼, 표창 등 하이킹을 할 때에도 흔히 사용하는 칼들은 금지된 무기입니다. 또한, 새총(slingshot), 입으로 부는 화살총(blowpipe), 다트(dart), 채찍, 삼단봉, 전기충격기, 징이 박혀 있는 장갑, 페퍼스프레이, 방탄조끼 등도 금지된 무기에 속합니다. 일반 소매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해서 무조건 소지나 사용이 합법인 것은 아니며, 장난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물건들도 알고 보면 금지무기로 분류되어 중대한 범죄로 기소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합니다. 

호주에서는 ‘호신용’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시민을 보호할 의무와 권리를 부여받은 경찰이나 군인 등만이 합법적으로 무기를 소유하거나 사용할 수 있으며 개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기를 소지하고 사용하는 것은 호주법에서 허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불법인지 몰랐다”라는 주장도 재판에서 인정되는 방어논리가 아니기 때문에 무죄를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상대방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물품은 공공장소에서 소지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며, 만약 불법무기소죄로 기소가 되면 형법 전문 변호사의 상담을 받으시기를 추천해드립니다.  

H & H Lawyers

강현우 파트너 변호사

공인 형법 전문 변호사

 

면책공고

본 칼럼은 작성일 기준 시행되는 법규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며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이후 법규의 신설, 개정, 폐지로 인한 변경 사항 및 칼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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